소방관을 뜻하는 영어 단어는 ‘Fire Fighter’다. 말 그대로 불과의 사투를 통해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수호하는 전사들이다. 그만큼, 항상 위험에 노출된 대표적인 3D 직군이기도 하다.
최근 한 스타트업이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통해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화재 문제를 혁신적으로 개선하고자 불철주야 노력한다”는 김승연 대표의 소방안전 스타트업, 파이어버스터다.
파이어버스터가 주목한 것은 ‘기본’의 중요성. “소화기, 스프링클러 등 기초적인 설비만 제대로 활용해도 대부분의 화재는 초기에 진압할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분석이다. “실제 2018년 일어난 대형 화재 23건 중 21건이 스프링클러 미설치 및 오작동으로 인해 생긴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소방관 출신인 아버지가 퇴직 15여 년 후에도 트라우마를 겪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기본적으로 위협에 노출된 상태로 근무하는 소방관에겐 피할 수 없는 일이겠죠. 모든 화재를 예방할 수는 없겠지만, 기본만 지켜도 막을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방지하고자 합니다.”

스프링클러 오작동, 스마트하게 잡아
현재 파이어버스터가 개발 중인 스마트 스프링클러 시스템, 제트 버스터(Jet buster)는 기본기를 강조한 대표적인 화재예방설비다.
“현재 설치된 스프링클러 시스템은 생각보다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고압의 물이 우산처럼 쏟아지면서 생기는 수증기가 옆의 스프링클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일명 스키핑(Skipping)이라 불리는 현상입니다.”
김 대표는 “불이 난 공간 바로 위에서 물을 뿌려야 화재진압이 되는데, 스키핑 현상 때문에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2017년 국제방화협회 조사 결과, 스프링클러 오작동의 원인 중 79%가 스키핑 현상 때문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파이어버스터가 내놓은 해법은 배관에 유수감지 분기배관을 설치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한 마디로 첫 번째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면 인근 스프링클러도 같이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라 설명하며 “기존 배관방식을 개선해 설비비, 건축비까지 줄일 수 있는 일석이조 솔루션”임을 강조했다. 실제 제트 버스터는 2017년도 서울국제발명대회 대상, 2018년도 미국 실리콘밸리 국제발명대회 대상 수상을 통해 그 우수함을 국내외에서 인정받은 획기적 시스템이다.
의외로 어려운 소화기, 쉽게 바꾸다
소화기 역시 파이어버스터가 강조하는 기초 소방설비 중 하나다.
“모든 사람이 소화기에 대해 알고 있지만, 막상 화재 시 이를 제대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패닉에 빠져 소화기를 든 채 멀뚱멀뚱 서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특히 자신도 모르게 손잡이를 꽉 잡고 있기에, 안전핀이 쉽게 안 빠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에 파이어버스터가 개발한 것이 안전핀을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소화기다. 김 대표는 “손잡이를 잡고 있어도 안전핀이 쉽게 빠지고 호스가 자동으로 들리기에 좀 더 신속하게 화재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고 부연했다.
그런데 파이어버스터의 야심작 소화기에는 두 가지 비밀이 숨어 있다. 첫 번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소화기와 달리, 감각적인 색상과 매끈한 외관을 자랑한다는 점. 두 번째는 마진이 거의 없는 수준의 상품이라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은, 디자이너라는 본업을 뒤로하고 과감히 스타트업에 뛰어든 김 대표의 철학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단지 돈을 벌겠다는 생각만으로 뛰어든 것이 아닙니다. 화재와 안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그리고 관련 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중요한 것이죠. 소화기 디자인 하나에 많은 신경을 쓴 것 역시 이런 생각에서였습니다.”
“소방에 대한 인식, 혁신적으로 바꾸고파”
결국 파이어버스터를 통해 김 대표가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 목표는 ‘인식의 변화’다. 많은 이들이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소방관들의 노고를 좀 더 인정하며,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화재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것. 소화기 사용법을 그려 넣은 티셔츠를 만들고, 화재안전 캠페인을 준비하는 등 ‘돈이 안 되더라도 꼭 필요한’ 작업에 열정적으로 나서는 까닭이기도 하다.
“원래 안전에 관련한 시스템은 천천히 바뀌게 마련입니다. 소방의 경우에도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연관 제도나 기술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당연하죠. 그런데 새로운 기술 도입과 더불어 전반적인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면, 이를 혁신적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그동안 힘들었던 나날도 많았지만 대학교 인턴십 프로그램 덕분에 어려운 길을 잘 헤쳐나갈 수 있었다”라며 현재 자신을 도와주고 있는 국민대학교 학생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돈보다 목표를 더 중요시하고 기술보다 사람을 먼저 챙기는 그가 이끌어갈, 소방안전의 혁신은 이제 시작이다.
“오랜 준비 과정이 거의 마무리에 이르렀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진출해 저희 제품이 글로벌 표준이 될 수 있도록 준비 작업도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죠. ‘K-소방’이 한류의 새로운 바람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 기사는 ‘공공혁신 뉴딜협의회’ 협업과제의 일환으로 작성됐습니다. 한국공항공사 창업보육센터 가꾼(KACoon)에 입주한 우수 스타트업들을 소개합니다.
공공혁신 뉴딜협의회는 지난 2020년 7월 7개 공공기관*이 모여 결성한 그룹으로서, 각 기관이 보유한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판 뉴딜’ 성공을 위해 협업하고 있습니다.
* 우체국물류지원단, 한국공항공사, 한국과학창의재단,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해양환경공단, 환경산업기술원, (주)SR
- 김청한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21-07-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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