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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남평 대전일보 기자
2005-06-13

"미생물도 잘만 이용하면 황금덩이" [부를 만드는 과학자] 이상엽 KA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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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록시카르복실산’이라는 것이 있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 ‘산(acid)’은 ‘하이드록시산’과 ‘카르복실산’의 복합물질이다. 이 물질은 피부 각질층을 제거해 매끈하고 부드럽게 만들고 세포의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노화를 방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 항생제와 비타민 등 정밀화학 제품을 만들 때 중간에 사용하는 물질로 쓰임새가 다양하다.


그러나 다양한 쓰임새에 비해 기존의 방식으로는 적은 양밖에 생산하지 못해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교수(41)는 하이드록시카르복실산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한 과학자다. 이 교수의 전공 분야는 대사공학. 대사공학은 미생물 유전자 등을 원료로 각종 조작을 통해 유용한 물질을 추출해 내는 분야다.


이 교수가 하이드록시카르복실산 대량생산 기술을 개발한 것은 지난 1999년 우연한 실험과정에서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 즉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이 교수는 대장균 등 미생물이 에너지원으로 축적하고 있는 ‘폴리하이드록알칸산(PHA)’을 주목했다.


가령 대장균은 먹이인 포도당을 당장 필요한 양 이외에는 하이드록시카르실복산을 포함한 PHA로 전환해 자신의 몸속에 저장하는 특성에 착안했다. 대장균은 체내에 축적된 PHA를 다시 분해해 양분으로 사용한다.


이 교수는 실험과정에서 온도와 산성도 등 간단한 환경을 조절하면 대장균이 체내에 저장한 하이드록시카르복실산을 먹이로 사용하지 않고 그냥

배설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배설물을 모으기만 하면 됐다. 새로운 하이드록시카르복실산의 대량생산 기술 개발은 이처럼 단순했다. 별도의 정제 공정 없이도 고품질의 물질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선보인 것이다.


5년이 지난 지금 이 기술은 KAIST 출신 바이오벤처기업인 (주)카이로바이오에서 상용화를 진행 중이다.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경우 30조-40조원 가량으로 추산되는 관련시장을 일정 부분 잠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생산 공정을 적용하면 기존공정보다 비용을 10분의 1 정도로 줄일 수

있어 가격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이를 중간재로 하는 정밀화학이나 의약산업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교수는 이밖에도 완전분해되는 플라스틱을 고효율로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런 이 교수가 최근 관심을 갖고 진행하는 것은 일종의 가상세포 실험 프로그램. 이른바 `메타플럭스넷(MetaFluxNet)`이다.


지난 4년 여 동안 공을 들인 이 프로그램은 세포의 대사흐름을 컴퓨터를 통해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는 생물정보학 소프트웨어다. 가상의 공간에서 실제와 똑같이 세포 실험을 모델링하고 분석하는 방식이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연구자가 일일이 실험할 필요없이 컴퓨터에 조건을 입력하고 결과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수천번 해야 할 실험도 불과 몇 분만에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 프로그램은 이상엽 교수가 운영하는 대사공학 국가지정연구실 홈페이지(http://mbel.kaist.ac.kr)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연구자들을 위한 배려에서다. 다만 상업적인 이용을 하지 못하도록 연구자가 700번 이상 쓸 수 없게 제한했다.


"이 프로그램은 한마디로 `가상 공간 실험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앞으로는 연구자가 복잡한 실험을 실험실에서 끙끙대며 밤을 지새울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구남평 대전일보 기자
저작권자 2005-06-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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