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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한 객원기자
2020-06-17

“코비드-19 창궐, 기후변화와도 연관된다” [인터뷰] 김명자 (사)서울국제포럼 회장(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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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코비드-19로 인한 팬데믹 현상은 일과성의 사건으로 보고 미시적 분석을 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접근이 어렵습니다. 산업혁명 이후를 관통하고 있는 발전관과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죠.”

김명자 (사)서울국제포럼 회장이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문을 열었다. 사이언스타임즈가 만난 김 회장은 최근 출판한 ‘팬데믹과 문명’을 통해 코비드-19로 인한 세계적 패닉 현상을 근본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과학기술 문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환경부 장관, 국회의원(국방위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등 굵직한 자리를 섭렵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김 회장은 한국 과학기술계의 큰 어른이자 지성으로 평가받는다. 1980년대부터 민간과 공공부문 300여 위원회에 참여하면서 한국의 과학기술, 교육, 환경, 경제 정책을 이끄는 데 이바지했다.

김 회장은 중책을 맡아 바쁜 중에도 다양한 집필 활동을 통해 시대정신을 제시하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나자 3개월 만에 ‘원자력 딜레마’를 펴냈고, 그 이전 1990년대 초에는 ‘현대사회와 과학’, ‘동서양의 과학전통과 환경운동’ 등을 펴냈다. 십여 권의 저역서를 통해 그가 제시하는 것은 과학기술문명이 지향해야 할 방향과 비전이다.

김명자 (사)서울국제포럼 회장은 한국 과학기술계의 큰 어른이자 지성으로 평가받는다. 1980년대부터 민간과 공공부문 300여 위원회에 참여하면서 한국의 과학기술, 교육, 환경, 경제 정책을 이끄는 데 이바지했다.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인수 공통 감염병이 위험하다”

“작년 10월 ‘산업혁명으로 세계사를 읽다’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명암에 대한 얘기를 했습니다. 인류 문명사에서 대전환의 전기(轉機)인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 지구촌이 당면하고 있는 글로벌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4차 산업혁명은 ‘기회가 아닌 위기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어요.”

김 회장이 지적하는 글로벌 리스크는 기후변화, 자원위기, 환경오염, 보건안보, 빈부격차 등이다. 특히 20세기 후반 이후 악화일로인 기후위기 시대에 바이러스 등에 의한 전염병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은 필연이라는 전망.

“기후 위기가 깊어지는 한 신종 바이러스는 계속 출현하게 될 것입니다. 기온 상승으로 인해 병원체의 변종 가능성이 늘어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고온에 적응할 수 있는 형태로 병원체가 진화할 확률도 커지고 있죠. 고온에서 증식률이 높아지는 살모넬라균, 콜레라균의 창궐도 유의할 점입니다.”

생산량 증대를 목표로 한 대규모 공장식 축산 환경 역시 인수 공통 감염병 확산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 게티이미지

또한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 과정에서 벌어지는 야생동물의 서식지 파괴는 감염병의 확산과 직결된다.

“에이즈 바이러스, 신종플루, 에볼라 등 최근 80년간 발생한 전염병의 대부분은 인수 공통 감염병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70%가 서식지를 잃고 사람이 사는 곳에 가까이 온 야생동물이 옮긴 것이죠. 한 마디로 야생동물이 삶의 터전을 잃고 사람의 주거지역이나 가축 농장에 가깝게 이동하면서, 바이러스 감염병이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 1998년~1999년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해 1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신종 뇌염 바이러스 니파(Nipah)다. 이 바이러스의 숙주였던 과일박쥐가 사람과 접촉하게 된 이유는 산불과 엘니뇨로 인한 가뭄. 그로 인해 양돈농장에 침입하게 된 과일박쥐가 돼지를 감염시키고 잇달아 사람까지 감염시킨 것이다.

김 회장은 이에 더해 생산량 증대를 목표로 한 집단 사육 환경의 위험성도 지적했다.

“보편화된 대규모 공장식 축산 환경은 가축 전염병의 확산을 촉진하고, 가축끼리 주고받다가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인수 공통 감염병 발생의 확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비좁은 사육장과 비위생적 도축 그리고 무분별한 유통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동물에게서 나온 병균과 바이러스가 서로 옮겨가는 과정을 통해 훨씬 강력해지기도 합니다.”

“바이러스 전파에 유리한 환경… 불평등도 큰 문제”

그 어느 때보다 바이러스 전파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는 바이러스의 급속한 전파를 불러온다.

“오늘날 겪는 세계화, 도시화, 기후 위기, 생태계 파괴, 고령화, 초연결의 세상은 바이러스에게는 다시없는 기회이고, 인간 사회로서는 별 수 없는 위기입니다. 세계적으로 자유무역과 여행이 보편화되면서 바이러스는 비자도 없이 전 세계를 돌아다닙니다. 반면 전염병이 유행하면 국가마다 병원체 전파를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봉쇄정책을 쓰게 되고, 그에 정비례해서 경제 충격과 침체의 골이 깊어지게 됩니다. 역사적 사례 분석에 의하면, 감염병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의 1/3은 감염병 확산이 원인이고, 2/3는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에 기인한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자유무역과 여행이 보편화되면서 바이러스의 확산 역시 빨리 이뤄지고 있다. ⓒ 게티이미지

또 하나 부각되고 있는 문제는 심각한 불평등이다. 보건 의료 인프라는 물론이고, 경제적, 제도적 수준에 따라 질병이 끼치는 피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

“말라리아와 설사로 인한 사망자의 90퍼센트 이상은 영양실조와 겹쳐 있고, 특히 5세 이하 어린이들에게서 더 심각합니다. 저개발 국가에서 질병으로 인한 피해가 큰 것이 특징이고, 한 국가 내에서도 빈곤층과 고령층이 더 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전염병은 인류 문명과 함께 시작돼 끈질긴 투쟁사를 기록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최근 전 세계를 공포에 빠뜨리고 있는 코비드-19 사태는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 김 회장은 “이들 전염병의 위협으로 찬란한 문명이 소멸에 이르는 등 격변을 거치며 인류는 오늘의 보건안보 시대에 이르렀다”면서, 문명사 속의 전염병과의 투쟁을 책으로 정리했다.

“인류 문명사는 한 마디로 ‘전염병과의 전쟁의 역사’라 할 수 있습니다. 시대 변화에 따라서 신종 감염병이 출현하기도 하고, 전염병으로 문명이 소멸하는 등 팬데믹과 문명의 관계는 떼려고 해도 뗄 수가 없습니다. 코비드-19 바이러스의 공격도 그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 회장은 최근 출판한 ‘팬데믹과 문명’을 통해 코비드-19로 인한 세계적 패닉 현상을 근본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과학기술 문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 까치글방

이는 김 회장이 이번 ‘팬데믹과 문명’을 집필한 이유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반복됐던 팬데믹과의 투쟁을 재조명하고 교훈을 얻는 과정을 통해, 앞으로도 이어질 팬데믹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지혜를 찾고자 하는 것.

김 회장은 “관념적으로 들릴 수도 있으나, 궁극적으로 바이러스로 인한 문명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개발과 성장 위주의 세계관에 대해 다시 짚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명제에 대한 심층적 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김청한 객원기자
chkim3050@gmail.com
저작권자 2020-06-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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