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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객원편집위원
2005-05-30

"세계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로비 로버트슨 미국 사우스 퍼시픽 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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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고 있는 글로벌화는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에서 시작된 것으로 대부분 알고 있다. 그러나 미국 사우스 퍼시픽 대학(University of South Pacific)의 로비 로버트선(Robbie Robertson) 교수는 이에 반박하고 있다. 글로벌화는 오히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에서 시작됐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금의 세계화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세계화는 우리 모두가 세계라는 틀 속에서 성숙한 세계시민이 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AIDS도 세계화 될 수 있으며 각종 도박, 매춘, 마약도 세계화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진정한 세계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민주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명문 예일 대학(Yale University)이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인 YaleGlobal Online에 실린 로버트선 교수의 글 'Globalization not made in the West'를 번역 정리했다

<편집자주>.



세계화는 위협의 대상도 될 수 있어

현재 우리 삶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마 ‘세계화’ 일 것이다. 세계화는 우리 대부분이 믿고 있는 것처럼 국적을 초월한 강력한 불가항력의 힘이다. 그 힘은 이익을 위해 세계를 먹어치울 수도 있고 지역적인 문화와 환경을 서서히 파괴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정황들은 좀 다르게 보인다.


첫째, 세계화가 신기술과 냉전시대 이후 정치적 판도변화의 결과로서 여겨질지 모르나, 사실 그것은 훨씬 오래 전부터 일어나 왔던 변화다. 역사적 관점의 세계화는 보편적 인간성을 강조한다. 즉, 세계화는 우리가 서방에 특별한 우수성을 부여하지 않은 산업화와 같은 변화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둘째, 세계화의 역사적인 해석은 세계화가 인간이 이제껏 경험해왔던 사회를 민주화라는 것을 통해 가장 과격하게 변화시킨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화는 단순히 만연한 자본주의나 과학기술 또는 동일화(homogenization)에 관한 것이 아니다. 세계화는 오히려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서로 긴밀한 연결고리를 유지하면서 스스로 만들어 낸 ‘변화된 환경’을 뜻한다. 그리고 또 세계화는 오히려 상업화되고, 도시화되고, 민주화되면서 변화된 환경을 의미한다.



세계화는 인간의 상호교류에서 출발

인간이 처음으로 이러한 변화를 경험한 것은 1천년 전 가장 진보된 사회(중국)가 대륙간의 상호교류를 활발하게 진행시켰던 그 때다. 중국의 무역흑자는 당시 인구가 가장 많았던 중국과 다른 지역간의 연결 네트워크를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그 추진력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중국은 몽고의 군벌에 정복 당했고, 몽고군이 옮긴 전염병으로 많은 아프리카 유라시아 대륙의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HIV/AIDS나 오늘날의 SARS와 같은 전염병은 상호연계성(세계화)이 내포하는 진짜 위험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느끼게 하는 단서가 되고 있다. 14세기에 중국은 전체 인구의 1/4을 잃었고, 유럽은 인구의 1/3을 잃었다.


이러한 재앙 때문에 유럽은 중국과 직접 거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유럽은 부(富)를 사용해 아시아의 무역로를 개발하다가 우연히 미국대륙을 발견했다. 그리고 ‘대서양경제’를 이룩했다. 이 가운데 인간의 상호교류는 세계화가 되었고 새로운 환경이 도래하게 된 것이다.



상호교류의 출발은 중국에서부터

오늘날 이와 같은 초기의 변화는 보통 유럽의 문명화와 경제활동과 동일시 한다. 왜냐하면 유럽 사람들이 처음 세계적 네트워크 구성을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유럽의 특수성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또한 상업활동에서 놀라운 성장으로 자본주의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변화(세계화)는 보다 광범위한 것이고 앞서 이야기한 해석보다 훨씬 더 불안정하다. 변화는 식물과 동물의 전세계적 유통을 가속화시켰고, 인간의 식생활을 변화시켰다. 풍요한 영양으로 급속하게 인구가 늘어났고, 이와 더불어 토지이용이 증가해 환경을 괴롭혔고 도시화를 증가시켰다.


여러 나라의 통치자들은 이러한 유례없는 변화를 수중에 넣으려고 애를 썼다. 스페인의 통치자는 새로 발견한 부(富)를 유럽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자 했다. 그러나 그 부는 결국 그 부를 생산한 상인들에게 돌아갔다.


이러한 세계화의 민중화(democratization)결과는 소수 특권층의 이익과 상충되었다. 특권층은 그들은 종교와 인종차별을 통해 안정성을 꾀하고자 했을 뿐만 아니라, 제국주의적이고 그리고 상업적 독점권까지 소유하려고 했다. 그들은 전쟁과 정복에 자주 의지했다. 결국 세계교역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대부분의 이 소수 특권층들은 그들이 직면한 변화를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상호교류에 의한 경제활동이 중요한 역할을 해

산업화는 보통 영국의 특수성(exceptionalism), 혹은 유럽의 계몽주의로 묘사되는 것이 많았다. 면(綿)의 세계적 교역과 생산, 또는 세계화로 넓어진 소비시장 때문으로 바라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많은 분석가들은 변화를 가속화 시킨 원인으로 과학기술에 중심을 두고 있다. 그러나 산업화를 가능하게 한 것은 인간의 상호교류다. 상호교류가 산업화를 더 빠르게 또 더 세계적으로 퍼지도록 만들었다.


그렇지만 세계화를 가속화 시킨 두 번째 물결(second wave)을 이끌어 낸 것은 산업화가 확실하다. 산업화는 많은 인구를 필요로 했고, 또 새로운 사회적, 정치적 파장을 일으켰다. 또 과학기술이 유례없이 엄청난 이익을 창출시킴으로써, 과학기술이 경제활동에서 가장 이상적인 수단이라는 것이 입증됐다.


확실히 과학기술이 만들어 낸 군사력은 권력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권력자들은 안보와 행복은 정복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힘에서 온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들은 민주화를 두려워 했고 민주화의 파장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대안(代案)으로 식민지 지배를 택하기도 했다. 적자생존이라는 다윈(Charles Darwin) 학설을 유리하게 사용하면서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데 바빴다.


그러나 그들은 실패했다. 1차 세계대전은 사망자 뿐만 아니라 국가에도 엄청난 희생을 강요했다. 또한 한 때 세계화의 두 번째 물결에 활력을 갖다 준 그들의 자신감을 저하시켰다. 경제적 붕괴는 빠르게 심각한 불황으로 이어졌다.



전쟁도 세계화를 촉진시켜

1930년과 1940년대에 결국 그들은 유혈사태를 맞이하고 말았다. 2차 세계대전으로 세계화에는 매우 다른 종류의 제3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기존의 많은 지배층의 몰락은 산업화된 국가에 민주적인 공간과 국제적 협력의 기회를 제공했다. 왕권의 몰락도 가능하게 했다. 당시 비(非)식민통치도 세계화의 한 작품이다.


그렇지만 비식민지화가 3세계의 세계화의 참여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식민정책이 남긴 것은 그 나라 국민들을 가난에 찌들게 만들었고, 개발정책은 민주적인 원칙과는 거리가 멀었다. 결과적으로 비식민정책으로 이루어진 세계화는 인간의 상호교류를 붕괴시킬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게다가 세계화의 제3의 물결은 세계를 새로운 이데올로기의 영역으로 구분해 유례없는 군비경쟁을 가속화 시켜 미국과 소련을 파괴적인 라이벌로 만들었다. 좋은 조짐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냉전시대가 종식되자 다국적기업의 시대가 대신 자리를 차지했다.


전후 번영이 1970년대 주춤거릴 때, 기업들은 국내경제의 규제를 철폐하고, 세계 규제시스템을 채택해, 그들에게 유리하게 경기침체의 위험을 극복해 냈다.



자본의 국제화가 오늘날 세계화의 모체가 됨

자본이 점점 국적을 초월하게 되자, 그 자본은 세계 상품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새로운 세대의 기술적 변화를 이용해 세계적인 생산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이바지 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일어난 이런 변화는 단지 냉전시대에서 살아 남기 위한 노력만은 아니었다.


전후 민주화는 산업화된 사회를 통해 권력부여라는 충격적인 변화를 야기시켰다. 이 민주화는 삶의 모습, 가족과 사회관계, 성별과 인종 등에 깊숙이 들어와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이로 말미암아 사람들은 더 부유해지고 더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으며, 그리고 더 오래 살면서 산업을 새롭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발전시킬 수가 있었다.


시민사회는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공생관계임을 보여주었다. 그 사회는 발전에 있어서 인간의 역할을 강조했고 또 다른 세계목표도 만들어 냈다. 이러한 변화는 세계화의 제3의 물결이 역동적임을 보여준다.



진정한 민주화만이 성숙한 세계화를 이룩하는 길

인간의 상호교류성은 항상 인간이 활동하는 환경의 범위를 확대시켜 준다. 그러나 이제까지 우리가 목격했듯이 그 상호교류는 해결해야 할 도전과제도 만들어 낸다. 우선적인 3가지 도전과제를 짚어보자.


첫째, 민주화를 세계적으로 확대하고 깊게 뿌리박게 하는 일이다. 전쟁과 부채로 인해 악화된 불평등의 증가로 세계화의 제3의 물결이 그 정당성을 많이 잃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산업화된 세계는 옛날 제국주의 국가들처럼 혼자만 살아 남아 스스로 군림하는 세계가 아니다. 인간상호교류 때문에 그것은 불가능하다.


둘째, 세계적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환경문제가 실질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민주화가 가난이라는 바다에서 살아남을 수 없듯이, 환경적으로 손상되고 병에 시달리는 세상에서 세계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


셋째는 多문화이다. 우리는 세계화로 생기는 다양성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 이민률이 점점 높아지고 빠른 추세를 보이고 있어 모든 형태의 배타성은 불안정이라는 위험을 부추기게 된다. 이민자들은 증가하고 있는 다문화 사회에서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집단적 책임감과 공동의 시민정신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 3가지 모든 도전과제는 세계화와 인간의 역동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이다. 오직 민주화만이 부유한 세대와 능력구축을 위한 영역을 넓힐 수 있고 점점 복잡해지는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데 필요한 기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김형근 객원편집위원
저작권자 2005-05-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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