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려면 위성 발사체(로켓)가 있어야 한다. 발사체 중에서도 추진기관, 즉 추진 엔진은 로켓을 쏘아 올리는 동력이다. 자동차의 성능이 엔진에 의해 좌우되듯이 인공위성을 실어 나르는 로켓도 엔진의 성능에 따라 달라진다.
대덕연구단지 항공우주연구원 이수용 박사(47 ·우주추진기관 연구실장)는 우리나라 로켓엔진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과학자다. 이 박사는 지난 2002년 11월 발사에 성공한 첫 국산 액체연료 추진로켓 ‘KSR Ⅲ’의 엔진개발을 담당했다. 5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내놓은 KSR Ⅲ 에 온 국민은 열광했다. 이 ‘토종 로켓’은 비행시간 53초 만에 최대고도 42.7km에 도달했으며 모두 230초간 79km를 날아갔다.
KSR Ⅲ는 우리나라 로켓 개발사에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93년과 97년 발사된 KSRⅠ과 KSR Ⅱ가 고체연료를 사용했던 것과는 달리 KSR Ⅲ는 액체연료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액체 로켓은 우주개발용으로, 고체로켓은 미사일 개발용으로 쓰인다.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1호가 국산 첫 위성이라면 KSR Ⅲ의 추진체는 위성탑재용 국내 첫 로켓 엔진이다. 위성을 탑재하기까지는 엔진의 출력이나 정밀성 등 보강할 점이 많지만 국산 위성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독자 로켓개발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액체연료를 사용하면 점화와 소화를 반복하면서 궤도를 정확히 수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액체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는 것은 국산 발사체 개발에 첫발을 내디뎠다고 보면 됩니다.”
발사체 기술 습득 과정은 그야말로 숱한 난관을 뛰어넘은 도전의 역사다. 강대국들의 견제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인공위성 기술과는 달리 우방이라고 하는 미국조차 기술이전에는 요지부동이었다. 위성을 만들어 오면 그때마다 쏘아 올려주겠다는 태도였다.
“로켓엔진을 만든다는 것은 공식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왜냐하면 로켓엔진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도입이 필수적인데 강대국들이 미사일 발사체로 전용될 수 있는 로켓기술을 함부로 주겠어요. 억만금을 준다해도 거부할 정도였지요.”
엔진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엔진을 제작한 뒤 제대로 작동하는지 연소실험을 해보는 것. 하지만 선진국의 기술이전도, 개발경험도 전무한 상태에서 엔진 연소실험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장님이 코끼리 만지기 식’이었다. 실제로 이 박사를 포함 개발팀 가운데 로켓엔진 개발 경험자는 한명도 없다. 항우연 한켠에 운영되고 있는 KSR Ⅲ 연소실험 시설은 이런 악조건을 상징한다.
“선진국에서 공식적인 루트로 엔진 기술을 배운다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고육지책으로 마련한 것이 현재의 연소실험시설인데 하드웨어는 서방에서, 운영은 러시아에서 배우는 식으로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우리 만의 기술이 되었지만요.”
당연히 시행착오도 많았다. 발사를 앞두고는 엔진 내부에 압력이 치솟아 엔진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방호 문짝이 날아갈 정도로 폭발이 컸었지만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것이 다행이었다고 이 박사는 회상했다.
국내 로켓 개발의 1차 목표는 오는 2015년까지 실용위성급 위성을 쏘아올리는 것. 이른바 KSLV 시리즈 개발계획이다. 이 박사는 현재 오는 2007년 고흥 외나로도 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인 `KSLV Ⅰ` 개발을 진행중이다. KSLV Ⅰ은 비교적 부피가 작고 가벼운 `과학위성 2호`를 실어나르게 된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우주개발증흥법은 연구팀에게 힘을 더해주고 있다.
"로켓 독자 개발은 이제 첫발을 내디뎠다고 보면 됩니다. 아직도 갈길이 멀지요. 하지만 지금까지의 각오로 도전하면 우리나라도 화성으로 가는 로켓을 만들 수 있지 않겠어요."
- 구남평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5-05-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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