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담> 안성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류준영 머니투데이 정보미디어과학부 기자(본지 편집위원)
윤호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학술진흥본부장
안성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지금도 가끔 머리를 식힐 겸 롤플레잉게임(RPG)을 즐긴다. 최근에는 ‘매스 이펙트(Mass Effect)’라는 게임에 푹 빠져 있다고 한다.
보통 PC 게임이라고 하면 좀비가 등장하고, 총에 맞아 피가 낭자한 화면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매스 이펙트란 게임은 달랐다. 이 게임의 세계관은 과학을 기반으로 한다. 안 이 사장은 “공상과학 게임의 진수”라고 평가했다. 그가 이런 게임을 즐기는 건 어쩌면 일의 연장선이다.
“영화가 됐든, 게임이 됐든, 연극이 됐든, 공연이 됐든 딱딱한 전공 서적 같지만 않으면 됩니다.”
과학 대중화의 방향은 과거와는 다른 접근법이어야 한다는 안 이사장의 지론이 읽히는 대목이다.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과학 대중화를 이루겠다는 안 이사장. 그가 부임한 지 5개월이 지났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기간 동안 ‘대한민국 과학축제’ 등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그의 역량을 시험하는 첫 공식 무대였다. 안 이사장 은 기존 전시형 과학축전의 형식을 벗어나 올해 처음으로 서울 한복판에서 도심형 과학축제를 기획, 호평을 받았다.
안 이사장은 대한민국 과학축제를 영국의 에든버러 국제과학기술축제처럼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과학축제를 비롯한 과학문화 활성화는 곧 창의인재 육성과 연결돼 선순환 구조를 이룰 겁니다. 이러한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 임기 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안 이사장은 성균관대학교 정보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및 삼성경제연구소(SERI) 연구원을 거쳐 1999년부터 성균관대학교 사범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정보보호 전문가로 성균관대학교 사범대 학장 겸 교육대학원장, 한국정보과학교육연합 회 의장, 한국컴퓨터교육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류준영 지난 6월 7일 영국 첼튼엄 과학축제에서 열린 세계 최대 과학커뮤니케이터 경연대회인 ‘2019 페임랩(Fame lab) 국제대회’에서 한국 대표로 참가한 정민정 씨(서울대학교 식물세포생물학 연구원)가 ‘Top 11’에 선정되며 최종 결선에 진출했다는 낭보를 전해왔습니다. 한 사업을 수년간 꾸준히 지속해온 성과가 이제 서서히 나오는 것 같습니다.
안성진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번 페임랩 코리아 참가자는 지난 대회 때보다 훨씬 많이 늘었습니다. 이를 통해 국내 과학커뮤니케이터 풀도 많이 확보했습니다. 페임랩 코리아 사업이 과학문화 저변을 확산하는데 큰 성과를 거뒀다고 보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이디어가 좋고 표현력도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결선에 진출했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도 대단하지만, 저는 왠지 더 욕심이 생깁니다. 페임랩 코리아 결선 진출자가 국제대회 최종 우승권에도 가까워질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할 생각입니다.
류준영 작년 12월 28일 취임하시고 5개월 정도 지나셨는데 그간의 소회는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올해 초 취임식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창의 인재양성’과 과학으로 소통하는 미래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과학문화 창달’이라는 재단 임무에 집중하시겠다고 말씀하신 바 있었습니다.
안성진 지난 12월 취임한 이후 재단에는 여러 변화가 있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사회 속에서 재단이 지닌 목적과 정체성을 재정비하며 고유 기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국민 소통과 참여의 과학기술 문화를 바탕으로 융합형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현장 밀착형 전문기관’, 새롭게 수립된 비전에는 현장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과학문화 확산과 창의인재 육성을 선도하는 재단의 현재와 미래가 담겨 있습니다.
제가 특별히 관심을 두는 지점은 과학문화 창달과 창의인재 양성이라는 두 미션 간의 연계입니다. 두 부문은 별도의 기능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봅니다. 과학문화 창달이 많이 되면 될수록, 과학 대중화가 많이 일어날수록 과학을 기반으로 한 창의인재 육성도 더 크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창의인재 양성을 많이 하면 할수록 과학대중화나 과학 문화 창달도 함께 잘 될 겁니다.
그래서 이들 사이의 선순환적 연결고리를 뚜렷하게 만들어가는 일에 중심을 두려고 합니다. 오늘날 미래 사회의 핵심 인재상으로 ‘창의융합형 인재’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정부에서는 지난 2017년 '과학교육진흥법'을 과학·수학·정보교육 진흥법으로 전면 개정하는 등 교육정책과 사업 간의 연계를 활성화하고 융합교육을 강화하는 데 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 속에 우리 재단은 미래 인재 양성의 중심 기관으로써 창의·융합교육의 의미를 재정립하고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미래 인재 양성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 올해 재단이 수행할 핵심과제 중 하 나입니다. 새로운 비전을 품고 앞으로 나아갈 재단의 모습을 애정과 응원으로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윤호식 재단의 새로운 목적과 정체성을 재정비하시기 위해서는 조직 개편이나 조직문화 측면에서도 고심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안성진 저희 재단에는 과학문화협력단, 창의융합교육단, 미래혁신인재단 이렇게 3개의 사업단이 있는데 사업단 간 긴밀한 협조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매주 회의를 주재하며 각 실에서 있었던 일들이나 사업 계획에 대해 단장님들이 직접 발표를 하고 그 자리에서 협조할 부분을 함께 논의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개최된 ‘대한민국 과학축제’도 과거에는 한 사업단에서 주도적으로 하던 업무였는데 이번에는 3개 사업단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준 덕분에 수월하게 일이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시스템은 사람이 일을 잘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 뿐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부 직원들 간의 협력이 실질적으로 일어나야만 효율적인 업무 시너지 효과도 일어날 수 있으므로 함께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류준영 말씀하신 ‘대한민국 과학축제’가 지난 4월 20일부터 23일까지 경복궁, 청계천, 세운상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 서울 주요 도심에서 한국형 ‘거리 과학축제’라는 테마로 처음 시도되었습니다. 특히 이번 축제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큰 관심을 보여서 한편에선 해외 관광객 유치의 일환으로 과학축제를 활용하자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행사 결과를 살펴보니 65개 기관에서 150개가 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32만 명의 시민들이 참여하며 높은 호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이번 축제의 주관 기관으로서 대한민국 과학축제의 기획 의도와 결과에 대 한 평가, 그리고 내년 축제에 대한 새로운 계획 등이 있으시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성진 올해 처음 시도된 대한민국 과학축제는 광장, 거리, 영화관, 전시장과 같은 일상생활 속 도심 공간에서 시민들과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 큰 변화였습니다. 1997년 첫 행사 이래 최초로 컨벤션 센터 등 제한적인 공간에서 벗어나 시민의 삶 속으로 가까이 다가갔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특정 공간에서만 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정보를 접할 수 있고 과학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참여한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도심 곳곳에서 행사가 이뤄진 올해에는 지나가던 시민과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기웃대거나 발걸음을 멈춰 즐겁게 참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거리의 과학축제야말로 굳이 열심을 내어 찾지 않아도 먼저 우리의 일상에 성큼 다가온 과학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행사였고 과학 대중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저희 재단에서는 평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축제에는 국립과학관들과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보통 연구기관에서는 연구업무가 우선순위이다 보니 이런 축제의 자리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축제 종료 후 다들 상당히 만족해하셨고 관계자분들께서도 지역 과학관 홍보나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얻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연과 연극, 영화 등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과학을 자연스럽게 체험할 기회를 제공했는데, 이는 과학 소통과 대중화가 어떤 형태로 이뤄져야 하는지를 보여준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도심형으로 열다 보니 직장인들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많이 방문했고, 다양한 이들이 참여해서 즐기는 모습을 통해 과학이 하나의 문화로써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봅니다.
류준영 원래 계획대로라면 서울에서 개최한 이후 지역 순회 행사로도 열게 된다고 들었습니다.
안성진 지역에서도 이러한 과학축제가 많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에 얻은 성과를 당분간 지속시킬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의 성공이 아니라 몇 번의 성공이 있은 다음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전략을 가져가는 것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선은 과학축제 자체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를 더 높이는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현재도 개최되고 있는 지역의 과학축제에 대해서는 우리 재단 역시 지자체와의 협조를 통해 축제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윤호식 과총에서도 석 달간 매주 진행되었던 과학축제 업무 회의와 최근 열린 리뷰 미팅도 참석했었는데, 이번 축제를 통해 우리나라 과학축제도 영국의 전통성 있는 에든버러 과학축제처럼 브랜드화하는 첫 발걸음이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내년부터는 보다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서 참여 기관들의 아이디어가 더 많이 반영되고 실행에 옮겨진다면 더 풍성한 축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성진 세대 최대 규모의 과학축제이자 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에든버러 과학축제’는 이제 자국민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모여 즐기는 행사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올해 대한민국 과학축제에서도 아이와 부모, 직장인뿐 아니라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직접 행사에 참여하여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또한 지속성을 갖고 도심형 과학축제를 지속적으로 개최한다면 책 속의 과학이 아닌 문화로의 과학을 향유하는 나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 기대합니다. 올해 국내 첫 도심형 과학축제가 매우 성공적으로 개최된 것에 대한 경험을 발판으로 삼아 앞으로는 더 많은 시민과 과학 전문가가 적극 소통하여 국민 모두가 ‘과학을 만만하게’ 접할 수 있는 문화를 일구어 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윤호식 2018년 중·고등학교 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에 이어 2019년부터는 초등학교 5,6학년 대상으로 코딩 교육이 의무화되었습니다. 이사장님께서는 컴퓨터·정보통신공학, SW교육 전문가이시고 사범대학 교수, 학장으로 재직하셨기에 과학·수학·정보 교육의 중요성이나 창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방향에 대해 평소 많은 관심을 가져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SW교육의 현황은 어떠한지, 소프트웨어 의무교육은 왜 중요한지, 그리고 빠른 현장 안착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이사장님의 견해를 청해보고 싶습니다.
안성진 현재 소프트웨어(SW) 교육은 초등학교 실과 17시간, 중학교 34시간 이상의 시수를 확보하며 필수화되었으나, SW교육이 의도하는 컴퓨팅사고력과 협력적 문제해결력을 키우기에는 부족한 시수입니다. 따라서 초·중·고교에 연계성 있는 SW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또한, 대다수 학교에서 SW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이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효 과적인 모델인 SW교육 선도학교의 경우 전체 학교의 15.5%만이 혜택을 받는 실정입니다.
초중등 SW교육이 학교 현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는 있지만, 지금보다 더 많은 학생이 SW교육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SW교육을 경험한 학생 중 관련 분야의 진로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SW에 대한 재능을 마음껏 꽃피우고 미래 사회를 견인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 밖 SW교육 확대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2014년부터 SW교육의 질적, 양적 확대를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2016년부터 시작한 SW교육 선도학교는 올해 전국 1834개의 학교로 확대되어 SW교육 필수화의 안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SW교육을 담당하는 교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연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재단은 SW교육 선도를 위하여 지역사회, 대학, 기업 등과의 연계를 통해 학생들의 SW교육을 지원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습니다.
윤호식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의 스템(STEM) 교육에 아트(Arts)를 더한 스팀(STEAM) 교육을 지향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가장 많은 역할과 노력을 기울이고 실질적 융합형 인재 양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기관이 한국과학창의재단이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STEAM 지원에 대한 방향을 포함하여 융합인재 양성에 대해서 이사장님께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안성진 지금의 인류 번영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그 궤를 같이 해온 게 사실입니다. 17세기 과학혁명과 18세기 산업과 기술혁명을 거쳐 20세기까지 거대한 과학자 커뮤니티와 첨단기술의 뒷받침 속에서 인류의 과학기술은 비약적인 학문적 성취를 이루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교육은 기존의 지식을 빨리 배우고 익히는 것을 교육 지상목표로 삼아왔습니다.
그러나 21세기의 교육은 단순히 기존의 학문을 받아들이는 것을 극복하고 더 역동적으로 보다 발전된 형태의 교육을 지향하게 됩니다. 한국은 과학기술을 통한 근대화는 서양에 비해 늦었지만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교육에 대한 고민은 주요 선진국들을 일부 앞서가고 있습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교육부 및 교육계와 함께 약 10년 전부터 이미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미래 역량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오롯이 실렸으며, 그중 실생활 문제해결력을 키우기 위한 융합인재교육, 즉 STEM 교육은 미래 교육의 구체적 실천 프로그램 중 하나로 2001년에 개발되어 현재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있습니다.
STEAM 교육은 미국에서 시작한 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교육 강화 프로그램인 STEM에 더 나아가 인문·예술교육과 융합할 수 있는 독창적인 준거틀(상황제시-창의적 설계-감 성적 체험)을 제시한 한국의 대표적인 융합교육 프로그램입니다. 매년 300여 개 선도학교, 100여 개 학교 내 무한상상실, 각각 100개 내외의 교사연구회, 학생 연구동아리 등을 9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법을 통한 과학·수학·정보교육 뿐만 아니라 융합교육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강화된 만큼, 모든 학생에게 디지털 리터러시와 같은 새로운 기초 역량과 학력 도입을 검토하고,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 교과 내용과 수업방식의 혁신, 초연결 사회망을 통해 학교와 사회의 관계 맺기가 확산되어 우리 학생들을 세계 민주시민으로서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이 확립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재단은 한국의 STEAM 및 융합교육의 발전과 성공적인 정착을 위하여 다양한 사업과 지원에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류준영 임기 내 과학문화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숙제도 안고 계십니다.
안성진 굉장히 중요하고, 파급력도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과학은 모든 산업의 펀더멘탈(기초)이기에 다른 사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하는 것이지 과학 자체로 창업이나 사업화를 하겠다고 하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재단에서는 ‘사이언스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 쓰는 사람들이 웹툰과 연결되면 새로운 분야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사이언스올’이라는 사이트에서 연재되고 있는 ‘아날로그 사이언스’라는 웹툰이 있는데 최근 단행본으로 나와 소위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이 책이 인기를 끌면 서 양자역학을 소재로 한 만화책이 이어서 나왔습니다. 이런 흐름들이 결국 과학의 대중화가 아니겠습니까? 글을 쓴 사람, 그림을 그린 사람, 책을 감수한 사람 모두 다 다른 사람입니다. 과학을 이해하는 사람, 그림만 그리는 사람, 감수만 해주는 과학자 이렇게 한 팀을 이뤘습니다. 예전에는 양자역학을 딱딱한 책으로만 접하다 보니 접근성이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제 서서히 과학만화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사이언스 아카데미입니다.
저의 취미는 게임인데 과학과 관련한 게임도 매우 많습니다. 게임도 영화처럼 스토리 작가가 필요합니다. 그 사람들에게 과학 지식을 넣어준다면 게임은 지금보다 더욱 내용과 구성이 풍부해질 겁니다. 중력파가 어떤 건지, 고에너지물리학이 어떤 건지. 과학 자체로 직업을 만들겠다는 것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기존 직업이 이처럼 변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세상으로 발전해 가면서 그 한계를 뚫고 나가는 데 힘을 더해주는 것. 그것이 과학문화산업일 겁니다.
윤호식 과학문화산업과 관련하여 '과학과기술'에서도 ‘과학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한 특집, 유튜버를 비롯한 과학 커뮤니케이터들과의 대담 등도 진행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중에 한 친구가 과학교사를 그만두고 유튜버로 전향을 했다고 해서 놀란 적이 있는데, 이제는 크리에이터라는 직업 이 교사를 그만둘 수 있을 정도로 생활이 가능하고 가능성 있는 직업이 된 것이라는 답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반면 최근 SNS를 활용한 미디어들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여전히 과학기술인들의 참여나 관심은 높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안성진 2008년 노동부와 고용정보원은 과학커뮤니케이터를 ‘일반 대중의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풀어주는 전문가’로 정의하고 직업군에 포함시켰습니다. 지금까지 과학커뮤니케이터 또는 과학활동가는 이야기, 강연, 공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에게 과학을 전달하는 사람으로 정의하였지만 우리 재단은 과학커뮤니케이터를 과학문화 전문 인력양성사업을 통해 이를 세부 직군으로 나누어 더 다양한 전문가 양성과정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과학 문화를 만화로 전달하는 전문가, 1인 과학크리에이터, 과학(SF) 소설가, 과학을 노래하는 랩(Rap)과 락(Rock), 과학연극을 만드는 사람과 배우, 과학적 소재로 게임 스토리를 만 들어가는 제너레이터 등 다양한 전문가가 발굴되고 직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이유는 국민이 비과학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과학적 사고, 즉 합리적인 사고를 함으로써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과거와 달리 인터넷이 발달하고, 정보사회가 발달할수록 우리는 무분별한 정보를 과다하게 접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보력’이 아닌 정보를 판단하는 ‘융합적 사고력’이 필수적인 사회이기 때문에 우리 재단은 사명감을 가지고 페임랩 코리아뿐 아니라 여러 과학소통 사업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과학을 바라보는 인식개선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성인이 되기 전 과학을 문화로 받아들이기에는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지 않고, 청소년들의 장래희망에서도 미래의 꿈을 과학자로 선택한 경우가 점차 줄어드는 실정입니다.
우리 재단은 ‘과학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하고 나서 ‘과학이 재밌고, 언제든지 배우고 싶다’라는 편안함과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자 합니다. 문화는 대중의 반응이 있을 때 향유가 되고 그 규모가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성인 대상 과학 공연으로 과학 연극과 과학 클럽을 보여주는 ‘사이언스 나이트 라이브(SNL)’와 일반 대중이 과학실험을 가까이서 즐길 수 있도록 ‘사이언스 버스킹’ 등 다채로운 활동들을 새롭게 기획운영하여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과학을 재미없거나 거부감을 주는 인상을 바꾸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과학문화 시장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아직까지 과학문화는 수업용 과학교구를 제외하고는 강연, 공연 등의 콘텐츠와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과학문화 시장의 규모와 틀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지는 않습니다. 이에 여러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보다 국내외 경쟁력 있는 융합콘텐츠를 개발하고, 상업화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여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직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 록 장기적 관점에서 체계적인 기획이 필요합니다.
류준영 이번 U-20 남자 월드컵에서 우리가 얻은 더 큰 결실은 한국 축구가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란 희망의 메시지였던 것 같습니다. 인재 양성을 위한 창의재단 역시 이런 측면에서 보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막중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 질문으로 지난 5월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기관들의 R&R(Role and Responsibilities) 성과 공유 회의가 있었습니다. 이사장님께서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역할&책임에 대해 어떤 점을 강조하셨는지 궁금하고, 앞으로 재단이 어떤 기관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안성진 저도 U-20 축구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선수들은 그대로이지만 감독이 어떻게 게임을 운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지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감독은 축구를 잘하기 위해 있는 것이기에 기관장도 기관이 가진 고유 기능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감독의 역할을
잘 이행하면 됩니다.
제가 학교에 있다가 기관에 와서 경영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되어 보니 직원들에게 공감을 얻고, 한정된 자원으로 기관 고유의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정부 부처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의 협력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분들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이 다 바라보는 시각만 약간씩 다를 뿐 목표하는 바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50년을 이어 온 역사 있는 기관이고 크게 두 가지의 중요한 역할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온 국민이 과학과 기술을 일상에서 누리도록 하는 것입니다. 과학을 누린다는 것은 단순히 화학식이나 원소주기율표를 외우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국민이 삶에서 해결해야 할 크고 작은 문제들을 보다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 과학을 누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재단 콘텐츠들은 교육과 연계된 부분이 많다 보니 학부모와 학생의 참여율이 높았습니다. 앞으로는 특정한 계층이 아니라 온 국민께 다가갈 수 있도록 노인과, 청·장년층을 타킷으로 하는 콘텐츠를 늘리고자 합니다.
두 번째는 교육의 융합화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서 학문의 경계, 전문성의 경계를 허물어야 이전에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개발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 뜻은, 미래의 아이들에게는 단순히 지식을 많이 외는 능력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한 것을 구현하는 실현 역량이 훨씬 더 중요한 경쟁력이라는 것이죠. 재단은 ‘융합 및 과학수학정보교육 종합 계획’ 을 수립하여 미래 교육의 청사진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이와 동시에 재단이 보유한 우수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시도교육청과 협력을 확대하여 모든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개인 맞춤형 수학 컨설팅, 인공지능형 수학교과서 개발 보급, 창의융합형 과학실 확대, 정보교육 핵심 교원 육성 등도 강화해 갈 예정입니다.
대한민국 과학축제와 같은 대규모 종합 축제, 페임랩 등의 엔터테인먼트, STEAM 교육 등 모두 공공기관으로서는 처음 시작한 것들입니다. 국민의 삶이 과학문화와 창의교육을 통해 보다 풍성해지고, 당면한 이슈들을 지혜롭게 풀어가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만드는데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 이 글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발간하는 ’과학과기술’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류준영 머니투데이 정보미디어과학부 기자(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편집위원)
- 저작권자 2019-07-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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