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불평등하다. 인종, 성별, 지역의 격차가 존재한다. 교육에는 더 많은 불평등이 존재한다. 한 국가 내에서도 지역별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로 양분된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은 저차원적 사고를 요하는 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불행히도 앞으로 저차원적 사고를 요하는 직업들은 인공지능(AI) 및 자동화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는 필요하다. 고차원적 사고를 요하는 미래 산업군을 길러낼 교육을 실행하기 위해서다.
폴 킴(Paul Kim)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교수(스탠포드 교육대학원 부학장)는 “AI를 인간의 ‘질문 도우미’로 교육 현장에 투입하자”며 “질문 훈련을 통해 아이들은 어디에서나 고차원적 사고 능력을 배양할 수 있어 교육의 격차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폴 킴 교수는 지난 26일 서울드래곤시티 호텔(용산)에서 열린 ‘2018 과학창의연례컨퍼런스’ 기조 강연을 통해 “AI를 활용해 전 세계적인 교육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험 중심 아닌 학생이 중심이 되는 체험형 창의수업 필요
폴 킴 교수는 “수학능력평가시험이 한국의 학교를 존재하게 하는 이유요, 시험은 지상 최대 목표”라고 지적하며 한국의 교육 상황에 경종을 울렸다.
암기하고, 시험 보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교육 방식이다. 하지만 이제는 고차원적인 수업이 필요하다. 창조하고, 분석하고, 평가하고,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제까지 해온 교육방식은 ‘듣고, 암기하고, 시험에 대비하는 것’이었다. 학생들로 가득 채워진 교실에서 선생님은 강의를 하고 아이들은 몸만 교실에 두고 저마다 다른 꿈을 꾸었다.
폴 킴 교수는 자신 또한 “콩나물시루 같은 학교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암기하며 시험을 보던 학생이었다”라면서 “12년 동안 그 안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이어 폴 킴 교수는 학생들 스스로 주체적인 학습을 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이 교사의 도움 없이 로봇 수술 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은 연구 과제를 위해 로봇의 심장과 혈관을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들고는 여기에 혈전이 생겨 제거한다는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수업 내용 중 가장 놀라웠던 장면은 아이들이 수술 모습을 촬영하던 동영상이 갑자기 끊겼을 때 당황하거나 교사를 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원인이 무엇인지를 서로 상의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냈다.
폴 킴 교수는 미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학습이 이런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사가 학생에게 일방적인 지식을 강요하고 시험을 통해 실력을 점검하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이들이 고차원적인 사고를 배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질문 통한 인간의 고차원적 사고 함양을 AI가 도와야
교사 역할의 변화가 필요한 이유 중 또 다른 이유는 기술적 요인도 있다. AI의 빠른 진화 때문이다.
폴 킴 교수는 “AI의 인지 불가능 영역은 3% 미만으로 이미 인간의 인식률 에러보다 앞서 있다. 인간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겠지만 기계는 그렇지 않다”며 “앞으로 몇 년 안에 AI를 두뇌로 장착한 로봇들이 학교 수업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폴 킴 교수는 AI가 학습현장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질문용 도우미’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폴 킴 교수는 인간이 발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토대를 ‘질문하기’에서 찾았다. 그는 “질문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 중요한 질문은 혁신으로 이어진다”며 질문하기를 강조했다.
그렇다면 어떤 질문이 좋은 질문일까. 폴 킴 교수에 따르면 단순하게 지식을 물어보는 질문이 아닌, 주관적인 생각을 이끌어내 비판적인 사고를 함양할 수 있는 질문이 좋은 질문이다.
그는 “똑같은 질문에도 레벨이 달라질 수 있다.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추론과 논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비판적 창의력을 만들어내는 높은 수준의 질문을 할 수 있도록 AI가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폴 킴 교수는 직접 구글 AI를 통해 질문의 단계에 따라 고차원적 질문과 저차원적 질문을 나눠 직접 시연했다.
AI는 폴 킴 교수와 대화를 하면서 그 질문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계속 평가를 내렸다. 단순하게 사실을 물어보는 질문을 하면 AI는 “아니야. 좀 더 고차원적인 질문을 해볼까”라며 질문 만들기를 유도했다.
질문을 만드는 것을 겁내는 아이들은 해시태그로 알고 싶은 단어를 연결해 AI에게 읽혀줬다. 이에 AI는 문장을 재구성해주며 아이들에게 ‘질문하는 법’을 가르쳤다.
폴 킴 교수는 “질문이야말로 창의력과 학습의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강조하며 “AI가 질문도우미로 개발된다면 낙후된 지역에 살아 첨단 교육기기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아이들도 모두 창의적인 수업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전 세계 교육 자료를 스마일 학습관리 시스템, 위키피디아, 음악 및 기술 연구소 등 다양한 연구기관과 연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저렴한 사용료(약 35달러)로 전 세계 어디에서나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고차원적인 학습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인간 교사와 AI 교사는 구분해야 한다. 폴 킴 교수는 “AI는 직접 보여주고 인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코치’하는 역할로써 교육 현장에 의미가 있다”며 “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알아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학생을 파악하고 주변 환경여건도 고려해 총괄적인 교육 지도를 할 수 있다”며 교사 교육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김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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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11-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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