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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객원편집위원
2005-02-21

"아시아국가에 맞는 근대화 논리 필요해" 다니엘 시롯 워싱턴 주립대학 사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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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시롯(Daniel Chirot) 박사는 워싱턴 주립대학(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교수다. 지난 주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 학술원의 초청으로 서울을 방문했다. 1차 강연에서 시롯 교수는 "서구의 근대화이론은 영국을 포함한 몇몇 유럽국가와 미국에 해당할 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국가에 해당되는 논리가 아니다"라며 "이 근대화이론은 많은 도전을 받아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나 정치 문화 등과 같이 상황에 새롭게 적용할 수 있는 이론"이라고 설명했다.


2차 강연에서 시롯 교수는 "부패한 독재자와 혁명적 독재자와는 아주 다를 뿐 아니라 혁명적 독재체제는 부패한 독재체제의 신념보다 강하다는 것을 미국정부가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행정부의 대북(對北)정책을 비난했다. 이라크전쟁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근대화이론(modenization theory)은 18세기 말 영국의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의 사회적 변화를 설명하는 기초적인 이론이었다. 적어도 학문적인 차원에서는 그랬다. 근대적 의미에서의 과학과 기술도 이 때부터 시작됐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과학기술의 발전이 근대화이론을 탄생시켰다고 할 수 있다. 현상이 이론을 만드는 것이지 이론이 현상을 만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중세기독교 봉건사회에서 억압을 받던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되고 사회참여가 시작된 것도 산업혁명에 따른 근대화다. 남녀평등과 여성의 자유연애, 성의 해방을 2번의 세계대전에서 찾을 수도 있다.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초석을 다졌던 것은 역시 근대화다. 거기에 불을 당긴 것이 참혹한 전쟁이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만약 세계대전과 같은 전쟁이 없었다면 지금의 남녀평등은 2백년 후에나 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영국을 비롯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미국의 아프리카, 아시아 침략 또한 근대화이론에 근거한다. 돈을 위한 목숨을 건 투쟁이라는 자본의 논리도 이 때부터 시작된다. 서구의 근대화이론을 반박했는 이론이 종속이론이고 제국주의 침략이론이다. 70년대 남미(南美)에 열병처럼 불었던 해방신학(liberation theology) 운동도 물론 다른 의미를 갖지만 종속이론에 근거한다.


페르난두 엔리케 카르도수(Fernando Hernrique Cardoso) 브라질 대통령은 한 때 대단한 종속이론가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리고 지난 2001년에는 경제협력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고 풍부한 리더십으로 세계시장에서 브라질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종속이론가로서 그의 학문적 명성은 잘 알려져 있다. 미국 학술원이 1984년 그와 위르겐 하버마스에게 영예로운 외국인 회원자격을 준 것으로도 그의 명성은 입증된다.


학창시절 마르크스-레닌주의자였던 카르도수는 헝가리 사태이후 스탈린주의에 환멸을 느꼈다. 그는 지금도 학술논문을 쓰면서 좌우사이에서 실현 가능한 '제3의 길'을 주창한다. 그와 쌍벽을 이룬 종속이론의 대부 군더 프랑크와 비교할 때 그의 '종속적 발전론(dependent development)'은 대단히 우파적이다. 그의 종속적 발전론의 매력은 근대화이론이나 종속이론으로 설명이 잘 안 되는 한국, 대만, 브라질, 멕시코, 인도, 그리고 앞으로의 중국의 경제성장을 종속과 양립의 가능성에서 해명해 준다는 데 있다.


여전히 종속이론가인 카르도수에게 좌와 우라는 이데올로기는 없다.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개도국들은 이전 보다 더 심한 종속의 나락으로 빠져 영원히 주변부로 남게 된다. 새로운 종속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교육에 투자해 정보능력을 갖는 인적자원을 키우고 기업과 사회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실용적인 처방이 그의 이론이다.


그는 군부의 잔재가 남아 있는 브라질에서 그에 편승하려는 우파기회주의나 또 그것을 깡그리 무시하는 좌파이상주의는 모두 한계가 있다는 냉철한 상황인식을 갖고 있다. 그는 자신을 환자의 병인(病因)을 연구하는 학자가 아니라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의사에 비유한다. 그리고 그에게 냉소와 비판을 던지는 진보주의자들에게 다른 대안이 있으면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성균관 대학 600주년 기념관 6층 첨단 강의실에서 '근대화 이론, 이념, 경제적 성공: 한국의 성공사례를 비교적 관점에서 고찰'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마친 시롯 박사를 만나 근대화와 경제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누었다.


▲ 산업혁명 전에도 modernization이라는 말이 있지 않았는가

산업혁명 이후 새로운 의미로 정착을 했다. 그리고 산업혁명은 지난 2천년간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변화를 지난 200년간에 만들어내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과학기술이 그렇다. 그리고 modernization이라는 말 속에는 시간의 개념이 있다. 가깝다(close)라는 의미다. 산업혁명이 만약 1천 년 전에 일어났다면 그 때부터 근대화가 시작됐다는 말은 쓰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도 사상과 과학이 발전했다. 그리고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그 때부터 근대화가 시작됐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근대의 시간적 개념은 50-150년 정도라고 생각한다.


▲ 근대화 이론에 대한 박사의 견해는 무엇인가

전통적인 근대화이론에 따르면 세계의 모든 사회들은 산업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일련의 예측 가능한 변화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한다. 이 이론은 1950-1960년의 미국사회가 다른 어떤 사회보다 앞서 있고 앞으로도 계속 앞설 것이라는 내용을 시사했다. 또 미래의 언젠가 세계의 대부분이 '미국화'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었다. 월트 로스토우(Walt Rostow)의 경제발전단계이론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 이론은 70년대 좌파들의 공격에 의해 무너졌다. 그리고 미국의 월남전 패망으로 공산주의는 산업화초기에 나타나는 위험한 병에 불과하다는 로스토우의 견해도 오류로 나타났다. 일본의 관료가 통제하는 보호주의적 경제도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일본 모델을 따르기 시작했다. 관료중심의 싱가포르나 대만도 미국모델을 따르지 않았다. 미국식의 산업화와 자본주의는 더 이상 미래의 모델이 아니라고 판명됐다. 그러나 이제 21세기에 들어와서 지난 20년간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국가에서 일어난 경제발전을 설명하기 위해 근대화이론을 내세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일부 국가들의 극단적인 반자본주의 방식에 의한 근대화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북한이 대표적인 경우지만, 비슷한 방식을 취했던 다른 나라들도 실패했다. 이렇게 보면 근대화이론가들이 완전히 틀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맞는 경우도 있다.


▲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은 20세기 후반부에 가장 급속하고 극적인 근대화 경험을 한 나라 중 하나다. 그러나 한국은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적응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다시 말해 지속되는 급속한 변화와 20세기에도 있었고 21세기에도 나타날 여러 가지 이념적 집단에 대처할 대책이 필요하고 거기에 맞는 이론이 필요하다.


▲한국은 발전에 대한 이론적 논리가 없다는 이야기인가

아니다. 한국이 특별하다는 말이 아니다. 세계에는 경쟁적이고 다양한 근대화이론들이 많다. 그 이론에 바탕을 둔 정치적 이념들과 전략들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일은 한국뿐만 아니라 모두가 필요하다. 한국경제의 성공적인 발전과정에는 높은 수준의 정부개입과 계획이 있었다. 그리고 정부의 보호를 받았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특혜를 덜 의존해야 하고 규율에서도 벗어나야 하며 보다 더 개방적이어야 한다.


▲ 중국은 어떠하리라고 보는가

특수한 경우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특수하지 않다. 어떠한 경제발전도 자유주의적 개인주의, 민주주의, 자유사상의 힘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어떠한 경제도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 무한정 발전할 수는 없다. 중국의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미국식으로 자본주의화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의 경제체제로 연간 15% 성장은 당분간은 계속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점진적인 변화로는 가능하지 않으며 선택의 기로가 필요할 것이다. 중국의 지도자들이 권력에 집착한 나머지 지금 추진하는 개혁을 폐쇄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김형근 객원편집위원
저작권자 2005-02-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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