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소년 김웅용(金雄鎔)을 기억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을까. 60년대 초 가난에 허덕이던 당시 이 천재소년은 한국국민에게는 매스컴을 장식한 기사거리가 아니라 하나의 희망이었다. 4살밖에 안된 이 소년은 IQ가 210이었다. 4개 국어를 거침없이 했고 어려운 미적분을 척척 푸는 그는 하늘이 준 능력의 소유자였다. 더구나 머리가 가장 좋은 사람으로 기네스북에까지 올랐던 그는 그야말로 한국이 낳은 천재였다.
IQ 200의 한국계 美 천재소년 쇼 야노군도 있었다. 지능지수가 200이 넘는다는 것만 나오고 그 이상은 측정불가능이라는 이 소년은 2003년 로욜라 대학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시카고 의학대학원 역사상 최연소자로 입학했다. 일본인 남자와 결혼해 야노군을 낳은 진경혜씨는 ‘나는 리틀 아인슈타인을 이렇게 키웠다’라는 책으로 유명한 엄마가 됐고 이 책은 한동안 국내에서 베스트셀러였다.
일본속담에 '열 살에 신동(神童), 열 다섯에 재자(才子), 스물에 평범(平凡)'이라는 말이 있다.김웅용 소년에게 해당됐던 말인지도 모른다. 올해 53살인 과거의 천재는 당시의 대단했던 기대와는 달리 지금은 모 대학의 평범한 교수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천재의 첫째 조건으로 요절(夭折)을 꼽는 사람도 많다. 천재만이 갖고 있는 사고가 현실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국의 저명한 심리학자는 영재로 지목되는 아이들은 보통 아이들보다 성장과정에서 감정적 어려움을 많이 겪고 내성적으로 자라며 자신이 평범하다는 사실이 드러날까봐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불행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요절하는 한국의 천재들은 과학이나 기술 분야의 천재보다는 시인, 소설가 등 문학인이거나 미술가, 음악가 등 예술가가 대부분이다. 어쨌든 4살에 소학(小學)을 읽고 5-6세에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뗀 천재들은 한국에는 수두룩하다. 그래서 더더욱 체계적인 영재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 독일 영재교육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독일의 영재교육은 역사가 길다. 2차 대전 전부터 이루어 졌다. 물론 지금의 영재교육과는 다르다. 오늘날처럼 과학과 기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상가를 배출하거나 문학가를 배출하는데도 영재교육이 이루어졌다. 독일은 다른 유럽국가와 달리 어릴 때 문학이나 예술 등 독특한 분야에 재능을 발휘하는 어린이에게 그 재능을 체계적으로 길러주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과외수업으로 특별한 선생에게 특별 교육을 받는 것이다. 따져보면 가정교사도 영재교육을 위한 일종의 멘터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독일이 배출한 위대한 음악가들 가운데 훌륭한 선생에게 사사(師事)를 받아 유명해진 경우가 많다. 독일은 스포츠 강국이다. 스포츠 영재를 발견하고 키우는 노력도 있었다.
▲ 과학영재 교육은 어떠한가.
과학에 초점을 맞춘 영재교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약 40년 정도 된다. 처음에는 국가정책으로 시작됐으나 지금은 사설교육기관에서도 실시한다. 초창기와는 달리 정부의 관심이 약간 식은 상태이고 대신 사설기관이 주도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반대의견도 많다. 기본적인 교육의 틀을 흔들고 있다는 여론도 없지는 않다.
가장 자유롭게 자라면서 인격이 형성되는 나이에 영재교육이라는 틀이 어린이들 정서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교육자로서 동감한다. 그래서 영재교육은 특별한 교육이 아니고 또한 영재학교도 일반사회에서 동떨어진 기관이 아니라는 인식을 우선 심어줘야 한다. 영재에게도, 일반 국민들에게도 말이다. 특히 영재에게 '선택된 어린이들'이라는 우월감을 심어주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영재교육정책가나 멘터들도 고심해야 할 부분이 이런 것이다. 남들과 다르다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누그러뜨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재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영재는 특별한 어린이지만 특별한 어린이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는 일이 중요하다는ㄴ 것이다.
SRC는 독일의 전형적인 영재교육 기관이다. 말이 센터지만 고등학교다.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기관이며 모델이다. SRC가 처음 설립되었을 때는 목표가 국제물리올림피아드(IphO: International Physisc Olympiad)였다. 이 과학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재능 있는 학생을 선발해야 했고, 그들에게 과학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이론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동안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IphO는 해마다 열리며 작년에는 한국에서 열렸다. 나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SRC 학생들도 참가했다. 이 대회는 20세 미만의 대학생이 아닌 학생들을 대상으로 물리실력을 겨루는 대회다.
나는 SRC에서 연구원겸 멘터로 일하고 있다. 15년 정도 됐다.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했고 일에 보람을 느낀다. 일반 교사들도 마찬가지지만 제자를 키우는 일은 보람 있는 일이고, 특히 재능 있는 학생을 키우는 일은 더욱 보람있다.
- 김형근 객원편집위원
- 저작권자 2005-02-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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