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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혜 객원기자
2016-07-22

태양전지 성능 높인 신소재 개발 [인터뷰] KIST 손해정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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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플렉시블 기기를 구현하는 핵심 소자로 주목받고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3년이라는 짧은 개발 역사를 갖고 있지만 미래형 기기에 적합한 쓰임새로 인해 연구가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분야다.

그러나 태양전지 성능을 구현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공수송층(페로브스카이트에서 생성된 전하 중 정공이 페로스카이트에서 전극 쪽으로 원활하게 추출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층)에 많이 쓰이는 물질 'PEDOT:PSS'이 강한 산성을 띄고 있어 주변층을 부식시킨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수명이 짧아지고 사용할수록 안정성과 성능이 떨어져 페트로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전력전환 효율이 8%대에 머물고 있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었다.

전력 전환요율이 14.7%까지 높아져 

이런 상황에서 PEDOT:PSS의 단점을 극복하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고안정성, 고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고분자 신소재가 개발돼 주목받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광전하이브리드연구센터 손해정, 고민재박사팀이 그 주역이다.

연구팀이 3년여에 걸쳐 개발한 'PhNa-1T'는 중성을 띄고 저온공정이 가능해 안정성과 성능을 크게 높여준다. PhNa-1T를 정공수송층으로 사용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 적용한 결과 전력 전환요율이 14.7%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내용은 국제적인 권위를 갖고 있는 소재 분야 전문 학술지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7월 5일자 표지논문으로도 게재됐다.

지난 20일 소재 분야 연구개발을 주도한 손해정 박사를 KIST 연구실에서 만나 개발 과정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고분자 신소재를 개발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성능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한 KIST 손해정박사 ⓒ 조인혜/ ScienceTimes
고분자 신소재를 개발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성능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한 KIST 손해정박사 ⓒ 조인혜/ ScienceTimes

- 축하드린다. 연구개발에 성공했는데 기분이 어떤가.

"연구 결과가 잘 나왔을 때 기쁘다, 즐겁다는 느낌보다는 '아, 다행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우연한 발견이 아닌 가설을 세우고 끊임없이 검증을 해야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하루 정도 홀가분하게 잠을 잘 수 있는 정도다."

- 이번 연구개발의 의미에 대해 알기쉽게 설명해달라.

"태양전지 연구는 여러갈래로 나눠져있는데 그 중 웨어러블, 플렉시블 기기용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무겁고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미래형 기기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다만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안정성이 아직 취약한 것이 문제다.

태양전지 성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존 정공수송층 물질의 산성이 워낙 강해 주변층을 부식시키면서 에너지 효율을 떨어뜨리고 수명을 단축시키기 때문이다. 현재 8%대의 전력전환요율은 상용화하기에는 미흡한 수치다. 이번에 개발한  PhNa-1T는 중성물질인데다 저온에서 공정이 가능해 안정성이 뛰어나다. 그러다보니 에너지 손실률이 낮다.

플렉시블 태양전지로 구현해보니 전력전환요율이 14.7%까지 나왔다. 현재 실리콘 태양전지의 효율이 20~26%인데 이 정도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범용화, 대중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또 고분자 물질은 대체로 만들기가 어려운 편인데 이 소재는 심플하면서 만들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 소재 분야에서는 여러모로 의미있는 개발이라고 생각한다. "

이번 연구를 통해 PhNa-1T로 구현한 플렉시블 태양전지 실물크기 ⓒ KIST 제공/ ScienceTimes
이번 연구를 통해 PhNa-1T로 구현한 플렉시블 태양전지 실물크기 ⓒ KIST 제공/ ScienceTimes

- 연구는 어떻게 시작됐으며 개발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이 연구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미래 에너지를 개발하는 대형 연구개발 프로젝트(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글로벌프런티어사업 멀티스케일 에너지시스템연구단의 지원으로 수행)의 부분 연구로 진행되었으며 신소재 개발과 이를 단말기로의 구현하는 부분이 포함된다. 소재는 제가, 디바이스 부분은 고민재 박사가 맡았다. 3년간 연구를 진행했는데 다행히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연구를 하다보면 세운 가설이 뒤집어지거나 소재를 단말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구현이 안되는 경우도 있는데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계속 태양전지 분야를 연구하다보니 시행착오가 줄어드는 것 같다."

- 앞으로 어떤 후속 작업이 진행되나.

"이번 연구는 하나의 과정을 지난 것으로 앞으로 4년의 작업이 더 남았다. 이번에는 작은 크기의 면적에 'PhNa-1T' 물질을 적용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구현한 것인데 실제 태양전지는 이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큰 면적에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과제다. 크기가 커지면 전력전환효율에도 변동을 미치는 요인들이 생겨나기 때문에 추가 연구개발과 고분자 프린트 기술 같은 분야의 연구 협업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로 개발된 신소재 PhNa-1T와 기존  PEDOT:PSS가 정공수송층으로 쓰였을때 전력전환효율 비교 ⓒ KIST 제공/ ScienceTimes
이번 연구로 개발된 신소재 PhNa-1T와 기존 PEDOT:PSS가 정공수송층으로 쓰였을때 전력전환효율 비교 ⓒ KIST 제공/ ScienceTimes

- 프로젝트가 완료되는 2020년경이면 시장 환경도 많이 변하지 않겠나. 실리콘 태양전지의 가격은 더 내려갈테고 다른 태양전지 분야도 새로운 움직임들이 많을텐데.

"그렇다. 단지 개발에 성공했다고 해서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도전과제가 있다. 신소재로 구현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시장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산업내 협업이 이뤄져야 하고, 이 태양전지를 통해 할 수 있는 유용한 애플리케이션들이 많이 개발돼야 한다. 가령 유리창을 태양전지 패널로 사용한다고 할 때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기존 유리창에 얇은 필름을 붙이는 형태로 사용할 수 있다. 필요없을 때는 떼어낼 수도 있어 건축법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실리콘 태양전지가 쉽게 넘보지 못하는 요소인 셈이다."

고등학교 때만 해도 미술학도가 꿈이었지만 수학과 화학을 잘해서 성균관대 화학과에 입학한 손박사는 대학 시절 화학 수업에 푹 빠져있을 정도로 화학이 적성에 맞았다고 한다. KAIST 석사를 거쳐 삼성종합기술원에 잠시 재직했지만 공부가 더 하고 싶어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땄다. 2012년 귀국해 KIST에 입사했으며 태양전지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개발 활동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한국의 경우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야한다는 부담감이 적지 않다"는 손박사는 미국 유학시절을 회상하면서 "엉뚱한 연구를 응원해주고 다양한 시행착오를 허용하고 결과를 묵묵히 기다려주는 미국의 연구문화가 조금은 부럽다"고 말했다.

조인혜 객원기자
podo0320@gmail.com
저작권자 2016-07-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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