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태양 자체가 거대한 핵융합 발전소이기 때문이다. 핵융합은 원자핵과 원자핵이 서로 결합하는 것을 말한다. 핵융합 발전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핵융합 발전이 ‘인공 태양’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덕연구단지에는 이런 인공태양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핵융합사업단이 그들이다. 그리고 이들 ‘인공태양 팀’을 이끌고 있는 과학자가 이경수단장(47)이다.
이 단장이 ‘차세대 에너지 사업’인 국내 핵융합 연구개발사업을 총괄하게 된 것은 지난98년. 그리고 그가 국내 핵융합 연구개발 프로젝트와 관계를 맺은 것은 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오크리지연구소와 MIT대 플라즈마 연구센터에서 핵융합을 연구한 뒤 돌아온 때다.
“그 때만 해도 국내에는 핵융합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국내 핵융합 시설이나 기술이 세계 5-6위권으로 올라섰습니다.”
핵융합은 초기 실험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론 정립을 거쳐 과학적 검증을 거치는 단계다. 앞으로 기술적인 실험과 실제 전기를 발생시키는지에 대한 발전 실험 등 과정이 남아 있다. 최소한 상용화까지는 20-30년이 걸릴 예정이다.
핵융합 사업단이 벌이는 과학적 실험이 핵융합 실험로(KSTAR)이다. 지난 99년에 착공, 현재 82%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KSTAR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진보된 핵융합 실험로로, KSTAR는 초전도체로 만들어진 둥그런 형태의 용기인데 이 실험로에서1억도 이상 초고진공 상태의 초고온 플라즈마가 자기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2007년 완공된다.
다음 단계인 기술적 실험은 국제적인 컨소시엄 형태(ITER)로 진행 중이다.
한국을 포함해 일본과 프랑스, 미국, 중국 등이 참여하는 국제 컨소시엄 ITER는 중복투자를 막고 핵융합 연구에 힘을 합쳐 차세대 에너지를 공동으로 확보하자는 취지의 프로젝트다.
이 계획은 상업용으로 활용이 가능한100만kW 급의 핵융합 실험로를 만드는 프로젝트로 오는 2015년이 완공목표이며, 현재 유치를 위해 프랑스와 일본이 최종 경합을 벌이고 있다.
핵융합 발전이 차세대 에너지로 손꼽히는 이유는 간단하다. 환경단체들의 비난을 받고 있는 원자력이나 20-30년 이후 화석연료 고갈시대를 대비한 유일한 대형에너지 확보 수단이기 때문이다. 핵융합 발전은 수소원자 가운데 무거운 중수소(혹은 삼중수소)들이 합쳐져서 헬륨으로 변할 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는 것이기에 환경오염이 없고 수소는 바닷물에서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핵융합 발전이 상용화 되면 화력(50%)과 원자력발전(40%)으로 양분하고 있는 현재의 국내 에너지 확보 구도가 상당부분 핵융합 발전으로 대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단장의 분석이다. 경제적인 파급효과는 쉽게 측정이 되는 부분이다.
이런 ‘장점 투성이’인 핵융합 발전이 왜 이제야 개발되고 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해서는 쉽게 풀렸다.
“50년대부터 기술개발을 했지만1억도의 온도를 꾸준히 유지하는 반응용기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구 소련의 사하로프박사가 토카막이라는 반응 용기를 설계한 이후 연구를 거듭하다가 우리나라가 KSTAR를 만들게 됐는데 이 반응용기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실험로라고 보면 됩니다.”
핵융합 기술은 지난 연말연시 일본과 미국이 선정한10대와 20대 차세대 기술개발 사업에 들어가는 등 선진국에서도 국가적인 연구개발에 혈안이 되어 있는 분야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이 단장은 상업용 핵융합 발전이 의외로 빨리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런 속도로 기술경쟁이 벌어진다면2020년 중반쯤이면 상업용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때가 되면 프랑스, 일본과 함께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에너지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구남평 대전일보 기자
- 저작권자 2005-01-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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