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은 다른 사람과의 상호관계나 정서적인 유대감이 형성되지 않고 ‘자신의 세계 안에 갇혀지내는’ 듯한 증상을 보이는 발달장애의 대표적 질환이다.
통상 세 살 이전에 어린이 1000명 당 한 명 이상 꼴로 증상이 나타나며, 여아보다 남아에게서 3~5배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350만명 이상의 어린이 자폐증 환자가 있고, 8세 이하 어린이 68명에 한 명꼴로 자폐 진단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자폐증 기초연구에서 재미 한인과학자가 두각을 나타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훈교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 의대 교수는 자폐 범주성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s) 연구에 기여한 공로로 최근 미국 하트웰 재단이 수여하는 ‘2015 생의학 연구 개인상’(2015 Hartwell Individual Biomedical Research Award) 수상자 12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정됐다.
자폐 범주성 장애란 자폐의 정도와 예상되는 경과가 매우 다양해 ‘자폐증’ 진단명을 수정한 것이다.
생의학 연구를 지원하는 공익기관인 하트웰 재단은 2006년부터 해마다 미국 전역에서 10개의 생의학 우수 연구기관과 개인 우수 연구자를 뽑아 연구비를 주고 있다. 개인상은 어린이 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초 첨단 생의학 연구 실적을 올린 연구자를 공개 경쟁을 통해 선정한 후 3년 간 매년 10만달러씩 연구비를 제공한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줄기세포 생물학과 연구원이기도 한 서교수는 이번에 ‘자폐 범주성 장애에서의 해마 신경세포 네트워크’(Hippocampal Nerve Cell Networks in Autism Spectrum Disorders) 연구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뇌 해마의 신경회로 문제에서 자폐증 치료단서 연구
자폐증이 있으면 발달에 문제가 생겨 언어장애, 정신지체, 학습장애, 간질 등과 같은 다른 장애가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은 학습장애나 사회성 부족과 같은 경미한 것에서부터 심하면 공격성이나 자해행위 혹은 기괴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자폐증이 생기는 원인은 출생 전후의 뇌손상과 뇌염, 선천성 풍진, 대사장애, 뇌의 기질적 병변 등이 지목되고 있다. 아직까지 자폐증을 완치할 수 있는 약물이나 치료법이 나오지 않아 행동치료나 정신치료를 포함한 특수교육으로 행동을 교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서훈교 교수는 자폐증을 분자의학의 측면에서 접근해 진단과 치료를 위한 기초를 다지고 있다. 서교수는 자폐증이 뇌 신경세포가 구조적으로 배치돼 상호작용을 하는 특정한 뇌 신경회로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본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태아 발달과 영아기에 뇌의 해마 부위에서 형성된 일탈된 신경회로가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이론화했다.
태아기와 영아기 발달이 진행됨에 따라 새로운 해마 신경세포들은 기존의 신경회로에 통합돼 특히 대뇌 피질을 비롯한 뇌의 다른 부위와 수많은 연결을 만든다. 해마와 대뇌를 연결하는 신경회로는 학습과 기억, 감정, 언어와 사회성 형성에 필요한 정보 흐름을 담당하고, 이 연결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자폐증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신경과학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 펼쳐
서교수는 일탈된 신경회로가 자폐증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쥐 모델을 이용해 뇌 신경회로를 지도화하고 이를 조작하는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동물모델에서 뇌 신경회로가 해부학적으로 또 기능적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이해하면 어린이들의 자폐증 발병과 진행에 대해 매우 유용한 통찰력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교수는 “해마에 있는 일탈된 뇌 신경회로가 자폐증 발병과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자폐증 치료법 개발을 위한 튼튼한 기초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교수는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동물모델을 이용한 신경과학, 신경줄기세포, 발달유전학 등의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6-04-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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