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법률이 마련된 후 지난 10년 간 이공계 여학생 진출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학사과정의 경우 자연계열은 여학생 비율이 50% 이상이지만 공과계열은 19.1% 정도밖에 안 됩니다. 박사과정은 더 낮아요. 앞으로 공과계열 여학생을 육성하고 졸업 후 진로를 잘 찾을 수 있도록 방법을 고민할 것입니다.”
이공계 여고생부터 경력단절 여성과학기술인까지
김지영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이하 WISET) 이사장을 만났다. 지난 2월 새로 취임한 김 이사장은 상대적으로 비율이 적은 공과계열 여학생의 비중을 높이고 이들이 원만하게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이야기 했다. 더불어 결혼 후 맞닥뜨리게 되는 경력단절 문제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김지영 이사장은 “최근 여학생의 이공계 진출이 늘어나고, 사회 진출 비율도 높아지고 있지만 결혼 후 그 비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경력단절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해 연구비 지원 등 센터가 도와줄 수 있는 정책 및 지원 등에 대해 더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위셋은 이공계 지망을 희망하는 여고생에게 이공계 여대생 멘토를 붙여주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경력단절 여성 과학기술인에게 최대 6천만 원의 연구비를 지원해주는 정책도 실시하고 있다.
“연구 업무와 가사 업무의 양립이 어렵다는 게 이 시대 여성과학기술인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고민입니다. 특히 이공계열 분야는 실험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연구에 몰입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더욱 큽니다. 전체적인 사회구조와 맞물리는 문제죠. 저희 지원센터에서도 가능한 많은 도움을 드리려고 합니다. 다만 여기에 더해 사회 근본적인 개선과 남성들의 인식 변화, 그리고 여성과학기술인 스스로의 노력이 함께 맞물리는 게 중요하죠.”
김지영 이사장은 여성과학기술인으로서 산·학·연을 모두 경험한, 그야말로 국내 연구환경을 몸소 체험한 산 역사다. “어쩌자고 세 명이나 아이를 낳았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경험을 우스갯 소리처럼 이야기하던 김 이사장은 “둘째는 포스닥 마칠 때 출산했다. 세 아이를 기르며 공부와 연구를 병행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연구자로 살아가겠다’ 는 인생의 방향을 확고하게 세우다보니 그 방향으로 잘 흘러간 것 같다”며 회고했다.
“방향도 확고히 정했고, 무엇보다 당시 연구와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여건이 됐던 게 사실이에요. 시부모님께서 아이들을 키워주셨거든요. 또 저나 아이들, 모두 건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만약 육아 여건이 되지 않거나 한 명이라도 몸이 좋지 않았다면 두 가지를 병행하는 건 힘들었을 거예요. 헌데 지나고 보니 그래요. 본인이 뜻을 세우면 길은 열리더라고요. 물론 지금의 현실이 쉽지 않지만 여성과학기술인들이 뜻을 세우고 꿈을 향해 나아갔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제자들과 기업 창업… “젊은 과학자에게 기회 주고파”
지난 해 3월, 김지영 이사장은 자신이 오랜 세월 동안 연구해 얻은 유전공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기능성 식품을 개발하는 연구기업 ‘코스모젠’ 을 창업했다. 연구기업인 만큼 만성 질환 관절염 혹은 동맥경화 등의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후보물질을 실제 식품과 결합시키는 연구를 계속 진행 중이다. 현재는 관절염 및 치매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후보물질을 시제품화 하는 작업 중에 있다.
“아직 일을 할 수 있고, 함께하는 제자들이 있었기에 창업을 결심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 젊은 여성과학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코스모젠은 연구기업인 만큼 우수한 연구진이 필요합니다. 능력 있는 여러 연구자들이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회사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제자 두 명과 협력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앞으로 더 발전하는 회사가 되고 싶어요.”
평생 연구만을 업으로 삼아 온 김지영 이사장은 “처음 회사를 만든 후 연구 환경과 다른 기업 환경에 적응하는 게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경험 할수록 기업인은 또 다른 전문분야인 듯 하다. 연구자들도 경영 마인드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기업환경은 연구환경보다 변수가 더 많아요. 아무래도 연구는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지만 기업은 완전히 광야에서 시작해야 하거든요.(웃음) 판을 새로 짜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는 만큼 굉장한 공력이 듭니다. 기업을 운영하며 한 회사의 구조적인 시스템, 그리고 경영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그럼에도 여전히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는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고요.”
신뢰를 쌓아온 제자들과 새로운 도전을 다짐한 김지영 이사장은 “대학과 기업의 긍정적인 선순환 관계가 계속 이뤄지려면 여성과학자들이 중요하다. 여성과학자들이 꿈을 크게 갖고 높이 세운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6-03-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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