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한 일상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장애인들에게 힘을 주는 과학기술이 있다. 앞을 못보는 장애인들을 위해 책을 읽어 주거나, 그림을 설명해주는 앱부터 스크린에 오돌토돌한 점자가 새겨진 스마트워치까지. 장애인들의 더욱 풍성할 수 있게 노력하는 기특한 개발자들의 성과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즐길 수 있는 모바일게임을 제작한 다누온의 김용태 대표 역시, 이러한 개발자들과 결을 같이한다. 사회복지의 선진국가 북미와 유럽에서 주목한 글로벌스타트업의 주역인 그를 만나봤다.
다함께 누리는 따뜻한 콘텐츠, 장애인들에게 아이디어 얻다
창업을 결심한 김용태 대표의 목적은 한 가지였다.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하자는 것. 전 세계의 시각장애인은 2억 8천 5백만 명의 수준이지만, 시각장애인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나 모바일 콘텐츠가 보급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김 대표는 콘텐츠 중에서도 활용도가 높은 모바일 게임에 착안해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같은 대표의 철학은 다 함께 누리는 따뜻한(溫) 콘텐츠라는 뜻을 가진 회사명 ‘다누온’에도 담겼다. 김 대표는 “다함께 누리는 따뜻한 콘텐츠를 슬로건으로 내놓은 만큼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만국공통으로 통하는 ‘음악’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었다. 김 대표는 “조선시대에 궁 안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맹인악공(관현맹인)들을 보며 시각장애인 악사, 시각장애인도 즐길 수 있는 음악게임을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시각장애인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3년 동안 시각장애인관련 단체와 10회 이상의 장/단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실제 시각장애인들의 이야기에 꾸준히 귀를 기울였다.
특히 2013년부터 약 1년 동안 시각장애인 선생님들이 일반 가족에게 국악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김 대표는 이 경험을 통해 게임의 소재를 국악으로 자신 있게 선택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맺은 인연으로 시각장애인들에게 개발과 관련된 여러가지 질문을 하고, 게임시연도 부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누온은 개발초기 시각장애인 지인들에게 개발한 콘텐츠를 검수 받았다. 또 시각장애인을 위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과정에 반드시 접근성을 검수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는 개발자가 필요해 1급 시각장애인 개발자를 채용했다. 김 대표는 “시각장애인이 아닌 개발자로써 저희 콘텐츠 개발과 검수를 담당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UX/UI를 실시간으로 테스트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애의 장벽 허무는 모바일 게임 출시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출시된 게임은 대표적으로 ‘소울메이트 리나와 하나’, ‘지음’이 있다. ‘소울메이트 리나와 하나’는 시각장애인 소녀 리나와 시각장애인 도우미견 하나가 다양한 장소를 방문하는 게임이다. 또한 시각장애인 악사를 소재로 한 리듬액션게임 ‘지음’은 소리만으로 즐길 수 있는 리듬액션 게임이다. 이용자들은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한국 고유의 장단과 국악기를 배울 수 있다.
‘지음’은 오는 3월 2차 버전 공개를 앞두고 있다. 2차 버전은 다양한 패턴을 입력하는 방식이었던 1차 버전과 달리, 여타 리듬액션 게임과 비슷하게 예시음을 들으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다누온은 시각장애인도 장벽 없이 사용 가능한 배리어프리(Barrier-free) 앱스토어도 제작 중이다. 더 많은 개발기업들이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기 편리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개발 과정에서 여러 콘텐츠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에서 개발할 수 있는 콘텐츠 양의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몇 개의 콘텐츠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없고, 시각장애인들의 다양한 니즈를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앱스토어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누온은 향후 앱스토어 베타버전 출시와 함께 콘텐츠 개발관련 특허, 매뉴얼, 개발 소스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사회복지 선진국 북미와 유럽에서 주목하다
다누온은 2014년 3월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를 시작으로 미국 전시를 3회 다녀왔다. 해외 전시회를 통해 북미와 유럽인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은 다누온은 그곳에서 협업과 퍼블리싱 제안을 받기도 했다. 또한 다누온은 지난해 미국 비영리단체(NPO)인 단체인 B-Lab을 통해 B-Corp인증을 받았다.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스타트업이 되고자 하는 다누온의 정체성이 확립된 셈이다. 김 대표는 올 3월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되는 ‘GCA 2016, GDC 2016’도 참여할 계획이다.
최근 5년 간 다누온이 거둔 수상실적은 13건에 달한다. ‘제2회 기능성 게임 아이디어 공모전’ 장애재활 분야 우수상 수상에서부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위원회 위원장상’ 수상, ‘창조경제타운 16기 우수아이디어’ 선정,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게임아이디어 공모전’ 3위, ‘중소기업청장 표창’ 등이 수상내역이다. 김 대표는 그중에서도 2013년도에 개최된 ‘장애인 인식개선 UCC 공모전’을 가장 뜻깊은 성과라고 소개했다. 시각장애인들이 스마트폰을 비롯한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비장애인들의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참가한 공모전이었다. 김 대표는 “시각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시나리오를 제작하고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다누온의 목표는 전 세계 시각장애인들에게 가장 받는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이다. 김 대표는 “다양한 모바일 콘텐츠를 기반으로 시각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의 문화와 정보에 대한 격차가 줄어들기를 바란다”며 “지속적인 모바일 콘텐츠 개발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조아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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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2-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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