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연구원 출신에서 MBA과정을 거쳐 경영인으로 변신한 엄달호 녹십자 백신 부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엄 부사장과의 일문일답.
▲ 바이오 시장의 무한한 가능성으로 인하여 수많은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끊임없이 제약산업으로의 진출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향후 100조 달러가 예상되는 시장이라고도 하는 이러한 바이오 시장의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다만 벤처 개발에서 신약 출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10~15년의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전임상 연구개발 (Pre-clinical R&D) 단계부터 시작할 때 10-4 (일만분의 1)의 확률을 동시에 갖는 비즈니스의 특성을 미리 알고, 어느 단계까지의 업무를 우리 회사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할 것인가를 가능한 빨리 정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녹십자백신은 지난 30여 년 간 우수한 백신을 연구, 개발, 생산, 판매해왔던 백신 전문 제약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영인으로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있으셨을 텐데 소개 가능한 에피소드가 있으면 말씀 부탁 드립니다.
본사 사무실 빌딩에 근무하는 네덜란드 CEO는, 여태껏 우리가 토요일 근무를 해오던 것에 대해 하루라도 빨리 토요 근무를 없애는 정책을 강구하도록 나를 볼 때마다 주문하였습니다. 생산본부장인 나로서는, 주 44시간의 근로 시간을 그대로 보전한 채로 토요일에 출근하지 않는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최대의 과제였습니다. CEO, CFO, 영업본부장, 기술본부장 모든 임원들이 내 얼굴만 쳐다 보고 있었습니다. 고민 끝에 나는 다음과 같은 변형 근로제를 노사 협의회에 제안하였습니다. 첫째로 모든 사람의 월차 휴가 (한 달에 하루 8시간)를 두 번의 토요일 (8시간)과 상쇄 할 것 (이 제도는 실제 거의 모든 회사가 이미 실시하고 있음). 그리고 두 번째로는 매일 8시간 30분씩 일해서 매주 2시간30분의 연장근무 시간을 확보하자고 제안하였습니다.
이 때 매일 매일의 30분 연장근로는 점심시간을 1시간에서 45분으로 줄여 15분을 확보하고 출근 시간을 15분 더 당김으로 나머지 15분을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일주일에 2시간 30분씩 4주를 합하면 10시간 일을 더 하는 셈이 됩니다. 전체적으로 따져 보면 월차로 대체되는 두 개의 토요일을 제외하고 한 달에 남는 토요일의 개수는 어느 달은 2개, 어느 달은 3개로서 일년 평균적으로 2.5개, 즉 10시간 (= 4시간 x 2.5일) 정도이므로, 이것은 주 5일씩 4주 동안 모은 10시간의 연장근무시간과 일치됨으로 상쇄가 가능한 것입니다.
노사 모두가 합의하여 3년째 우리 회사는 모든 토요일 근무를 없애면서도 주 44시간의 근로시간을 유지 하면서 잘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짧아지고 출근 시간이 당겨졌지만 토요일 출근하지 않음으로 실제 생산성은 더욱 집중, 효율화 되고 있음을 모두가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03년의 경우 토요일이 나흘이나 공휴일로 겹쳐서, 회사 전체의 하기 유급휴가일에 2일을 더 연장하여 보상한 바 있습니다.
▲ 현재 기업들은 전문적 지식에 경영능력까지 통합적 능력을 갖춘 인재를 원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다양화 되면서 각각의 분야로 특화되지만 사람의 능력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바이오 업계도 이러한 추세에 따라서 연구원 출신의 경영인, 전문경영인 영입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기업의 경영자로서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매우 바람직한 경향이라고 봅니다. 처음 이공계 및 기술계로 시작해 업무를 시작해 일하다 보면, 특별히 경영에 대해 관심을 보이거나 리더십의 자질을 쌓게 될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때부터 기술, 연구원 출신의 경영자로서의 커리어 기회가 열리는 것이지요.
이러한 면에서 볼 때 자신이 앞으로 경영자가 되고 싶다면, 오히려 이공계를 지원하여 젊었을 때 학문의 깊이를 느껴보는 탐구경력이 현대 산업의 경영자가 되는데 필수적이라고 말씀 드리는 바입니다.
▲ 업무를 수행하기에도 힘들 텐데 Executive MBA 과정(KEMBA)을 졸업했습니다. 꼭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있으셨나요? 그리고 바이오기술경영이라는 전공을 선택하셨는데 현재 업무를 수행하시면서 이 과정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으신지요?
KEMBA를 통해 얻은 것이 많습니다. 열심히 같은 목표를 향해 애쓰시는 동문들과 1년간을 일주일에 두 세번씩 만나서 12시간씩 같이 보내며, 함께 고민하고 공부하고 그리고 또 3주간 여행까지 같이 가니, 나이의 차이를 극복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 그것 자체가 소중한 자산이 되었고요.
직장을 다니다가 MBA과정을 들어 오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경영자로서의 길을 가고자 하는 뜻이 있어서일 것입니다. 특별히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경영자로 올라서려는 이공계 출신인 경우 이에 대한 욕구는 더욱 크다고 하겠습니다. 내 자신의 경우도, Finance & Investment, Marketing, Accountings, Strategy, Negotiation 종류의 수업을 체계적으로 일관성 있게 들어본 적이 없는데, KEMBA과정이야말로 이러한 욕구를 가진 학생들에게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라고 사료됩니다.
▲ 이러한 바이오기술경영 과정이 기업에 소속된 바이오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실제적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견 부탁 드립니다.
BTM 과정은 2003년에 처음으로 신설된 과정입니다. 최근 들어 BT(Biotechnology)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미래의 Bio 산업을 이끌 경영자로서 또 한 회사의 CTO가 될 재목으로서 Bio산업의 전반적인 트렌드와 함께 MBA를 취득하는 것이 이 과정의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Bio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투자와 전략적 제휴, M&A 등 경영 마인드를 갖추게 한다는 점에서, 기술개발에서 상품화, 양산을 위한 투자 등,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최선의 대안을 찾을 수 있는 기본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현재 경영자를 꿈꾸며 바이오 기업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많은 직장인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경력관리나 경영에 대한 준비에 대해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아울러 직장인들 중에서 업무와 동시에 진행하는 EMBA 과정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조언도 한 말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 자신의 경우 3년간 입학의 기회를 찾다가 2003-2004년도에 등록하였습니다. 꼭 올해가 아니더라도, 관심을 갖고 소망하면 반드시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또한 등록을 원하는 분들이라면 미리 교과내용들을 잘 파악해 놓은 다음, 회사 내에 이런 Program이 활성화 되어있지 않다 하더라도 자신과 회사가 동시에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회사의 지원이 전부가 안되면 부분이라도 도움을 받도록 노력해 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혹 응시자 여러분들 중 직장의 상사와 이 과정의 등록과 회사의 지원에 대해 추천, 또는 질의 응답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귀하의 회사 관련자 (직장 상사, 또는 HR 담당자)가 저에게 직접 문의 하는 것을 주저하지 마십시오. 적극적으로 상담해드리겠습니다.
- 양대웅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4-12-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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