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과학의 날(21일) 혁신장 훈장을 받은 박성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70)은 통계학자다. 1978년 서울대 계산통계학과 1호 교수로 30여 년간 재직하면서 우리나라에 현대 통계학의 토대를 마련한 인물이다.
책도 많이 썼다. ‘희귀분석’, ‘현대실험계획법’, ‘통계적 품질관리’ 등의 책자가 통계학 분야에서 여전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공대를 졸업한 박 원장은 과학적 방법론에 의해 통계학을 전개했다.
그리고 과학적 방법론에 의해 통계적 품질관리, 통계적 실험계획 방법, 통계적 품질경영 등을 우리나라 산업에 적용해나갔다. 그리고 지금 과학기술한림원장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바른 길’로 나아가도록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자문활동과 관련 정직한 자문 이루어져야”
박 원장은 23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과학기술 발전이 곧 국가 발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기술인들이 큰 책임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선진국 진입을 앞두고 과학기술 수준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기로에 서 있다는 것.

박 원장은 무엇보다 과학기술인들의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을 강조했다. 후배 과학기술인들에게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선봉장 역할을 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꼭 지켜야 할 사회적 책임은 다섯 가지다. 무엇보다 연구비 횡령, 성추문과 같은 비윤리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어두운 구석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윤리적인 사건들이지만 과학기술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정직성’ 역시 과학기술인들이 지니고 있어야 할 중요한 책임 중의 하나다. 특히 나라 정책을 수립하는 일과 관련, 다양한 분야에서 자문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과학기술인 들이 ‘바른 지식’에 기반해 정직한 자문을 수행해줄 것을 부탁했다.
과학문화, 과학대중화 사업도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비과학적인 편견이 팽배하면서 국가적으로 있어서는 안 될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며, 과학기술인들이 앞장서서 과학문화, 과학대중화 사업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교육 역시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책임이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에게 과학기술에 대한 꿈을 심어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과학기술인들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 발전이 곧 국가 발전’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많은 선배 과학기술인들이 이런 책임감 갖고 살아왔다고 밝히고, 후배들 역시 이런 생각을 갖고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과학기술 체험교육 시간 매우 부족하다”
통계학을 연구한 만큼 박 원장은 그동안 과학기술 정책과 관련된 일들을 다수 진행해왔다. 무엇보다 민간 기관이 하기 어려운 기초과학, 기초연구 분야에 있어 더 많은 국가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초과학의 기반이 든든해야 응용과학이 발전하고, 더 나아가 ‘창조경제’가 이우러질 수 있다는 지론이다. 과학기술 교육에 대한 견해도 표명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경우 과학기술에 대한 체험이 선진국 학생들과 비교해 크게 부족하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서둘러 체험을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 교육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나온 문·이과 통합교육과정 총론에 따르면 과학교육의 최소 이수시간이 1주일 12시간으로 나왔다며, 너무 적은 시간이라고 우려했다.
수학, 과학, 소프트웨어 등의 과학기술 교육을 체험 위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5시간 이상 돼야 한다는 것이 박 원장의 주장이다. 개인적으로 수학 교육에 있어 통계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체험 교육이 중요한 것은 체험을 통해 과학기술의 꿈을 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과학이론, 특허, 신제품 등이 이 꿈(vision)에서 비롯됐다"며, 한국의 과학기술 교육이 체험 교육을 더욱 강화해줄 것을 주장했다.
과학기술한림원과 관련해서는 국제교류증진사업을 특히 강조했다. 한국의 국력이 증대되면서 미국은 물론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영국, 독일, 스웨덴 등 선진국 한림원과의 1:1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계 원로들이 모인 만큼 자문활동 역시 한림원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다. 특히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장기적 차원의 자문활동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박 원장은 평소 좌우명은 ‘성실하고 정직하게 최선을 다해 일하자’이다. 그런 만큼 지난 세월을 이 좌우명에 따라 바쁜 삶을 살아왔다. 현재 과학기술한림원장을 맡으면서 제2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과학기술기반분과 의장 등을 맡고 있다.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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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4-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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