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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객원기자
2014-08-21

메디컬용 나노입자 개발…암 진단 등 활용 [인터뷰] 박주현 중앙대 화학신소재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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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등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 이를 나타낼 수 있는 표지인자 혹은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을 포함하는 고분자 나노입자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에 있다. 전도성 고분자로 된 나노입자는 우수한 형광발현 효율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증대된 형광수명을 지니고 있어 2000년대 이후 바이오메디컬 분야에서 이를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입자 표면에 특정 세포나 조직에 결합할 수 있는 기능기를 도입해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이미징, 센싱 기능은 물론 치료를 위한 약물전달장치 등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들이 보고되는 추세다.

널리 사용되는 전도성 고분자 나노입자를 제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저분자 단량체를 이용해 에멀전을 형성시킨 후 직접적으로 고분자화 반응을 진행시켜 합성하는 방법이며, 두 번째는 기존에 합성됐거나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전도성 고분자를 유기용매에 묽게 용해시킨 후 용해도가 현저히 감소된 다른 용매에 떨어뜨려 침전을 형성시켜 제조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기존의 두 방법 모두 어렵고 다소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제조수율이 현격히 낮고 인체 적용을 위한 기능기를 나노입자 표면에 도입하기 위해 여러 단계의 후처리 화학반응이 필요하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인지질 이용한 다기능성 전도성 고분자 나노입자

박주현 중앙대 화학신소재공학부 교수 ⓒ 박주현
박주현 중앙대 화학신소재공학부 교수 ⓒ 박주현

국내 연구진이 인지질을 이용해 다기능성 전도성 고분자 나노입자를 제조해 주목을 받고 있다. 박주현 중앙대 화학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이 연구를 진행, 전도성 고분자와 인지질이 결합된 바이오 메디컬용 나노입자를 개발한 것이다. 박주현 교수팀은 기존의 전도성고분자 나노입자 제조방법과 전혀 다르게 인지질과 전도성 고분자가 상분리된 필름을 분쇄해 나노입자를 제조함으로써 기존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고자 했다.

전도성 고분자란 반도체의 특성을 갖는 물질로, 에너지를 흡수해 빛의 형태로 방출할 수 있어 LED나 트랜지스터, 태양전지 등의 광전자소자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인체 내부에서 안정성이 높고 광전자적 특성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기에 질병의 진단이나 치료 등 의료분야에도 적용된다.

“저희 팀의 연구는 고분자 나노입자를 세포막 구성성분인 인지질을 이용해 제조한 연구입니다.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다기능성 나노입자는 요즘 연구의 화두입니다. 이전부터 지금까지 주로 많이 개발돼 온 것은 금나노입자 또는 양자점과 같은 무기물 기반의 소재를 이용한 나노입자였습니다. 그러나 인체 적합성 관점에서 고분자 같은 유기물 기반 소재를 이용한 나노입자 개발이 끊임없이 요구됐어요. 유기물을 기반으로 해서 다양한 기능성을 부여한 나노입자가 현재와 미래 연구의 화두였던 거죠.”

연구를 위해 박주현 교수팀은 전도성 고분자와 세포막 구성성분인 인지질 분자를 혼합했다. 이후 수 십 나노미터 크기의 고분자 영역과 인지질 영역이 서로 분리된 상태로 존재하는 필름을 제조, 물 분자가 이들 미세영역 사이로 침투하는 특성을 이용해 필름을 분쇄했다. 이를 통해 나노입자를 쉽게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결국 전도성 고분자와 인지질을 결합한 것이 이 연구의 중요한 특징이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박주현 교수는 “전도성고분자는 1977년 처음 보고된 이후 2000년에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잘 알려진 주제”라며 “현재까지 주로 전기가 흐르는 특징과 빛을 내는 특징 때문에 디스플레이와 태양전지, 트랜지스터 등 광전자 소자를 제작하는 용도로 관심을 받았다”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바이오메디컬 관점에서 이 물질은 어떤 특정한 암세포에 부착되도록 제어돼 빛을 내도록 함으로써 질병의 진단에 사용될 수 있고 한편으로는 열을 방출해서 암세포를 사멸시켜 질병 치료에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응용 가능성이 무궁무진 한 거죠. 저희 연구팀은 이러한 전도성고분자의 나노입자를 인지질을 사용해 제조한 것이고요. 기존의 방법을 이용할 경우 한 번에 제조되는 나노입자의 양이 매우 적고 인체에 적용하려면 여러 단계의 후처리 공정을 거쳐야 했기에 보다 개선된 나노입자 제조법이 필요했어요. 때문에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입니다.”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새로운 기술을 제시했다. 먼저 제시한 기술은 전도성고분자와 인지질의 필름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친수성인 인지질과 소수성인 전도성고분자가 서로 섞이지 않으려는 성질을 나타낸다. 이처럼 서로의 영역이 분리되는 현상을 연구에 이용했다.

“분리된 영역은 필름 내에 존재합니다. 저희는 서로 분리된 영역의 크기를 수십 나노미터 크기가 될 정도로 제어했습니다. 그 뒤 필름을 물에 담가서 초음파 처리를 하면 물분자가 친수성인 인지질 내부로 침투해 필름이 분쇄되고 결과적으로 나노입자가 물에 분산된 형태로 제조되죠.”

기존 방식과 완전히 차별화된 기술

전도성 고분자와 인지질의 상분리된 필름을 분쇄하는 나노입자 제조공정 ⓒ 한국연구재단
전도성 고분자와 인지질의 상분리된 필름을 분쇄하는 나노입자 제조공정 ⓒ 한국연구재단

박주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상분리된 필름을 이용해 나노입자를 제조한다는 개념에서 다른 제조방법들과 완전히 차별화되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제조방법에 의해 제조된 나노입자의 경우 바이오메디컬에 적용하려면 표면에 기능기를 도입해야 하므로 표면처리가 필요하지만 박 교수팀이 제조한 입자는 제조된 즉시 표면처리 단계 없이 바로 기능기를 도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덧붙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 번에 제조할 수 있는 나노입자의 양 역시 타 기술에 비하면 훨씬 많은 수치를 자랑한다.

“처음 연구주제에 대한 개념을 설정하고 연구를 진행해 결과에 이어 논문을 출간하기까지 약 4년의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다소 오랜 기간이 걸렸지만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와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전도성고분자는 1977년 처음 보고된 이래 지금까지 계속 주목받고 있는 물질입니다. 유기물질에 전도성을 부여한 특성 때문에 최근까지 디스플레이와 태양전지, 트랜지스터, 센서 등 광전자기기용으로 많이 연구돼 왔죠. 저희 연구팀은 이러한 전도성고분자의 유용한 특성이 바이오메디컬 분야에 적용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어요. 그 생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것이고요.”

오랜 연구기간이 거듭된 실패를 간접적으로 말해주는 듯 했다. 박주현 교수는 “연구라는 것이 정해진 해답이 없기 때문에 늘 어려움의 연속”이라며 이를 인정했다.

“알려져 있지 않은 현상을 명확히 규명해 나가는 과정, 그게 연구입니다. 때문에 늘 불확실성에 대한 어려움이 있죠. 현상의 명확한 규명을 위해서는 다양한 실험장비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서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이번 연구 역시 저희 팀  독자적으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있었어요. 다양한 연구팀의 도움을 받아서 이번 연구를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완성도 역시 훨씬 높일 수 있었고요.”

박주현 교수팀이 제조한 나노입자는 빛을 받아서 에너지를 흡수하면 40% 정도는 형광으로 방출하고 60%는 열로 방출한다. 결과적으로 형광이미지에 의한 질병의 진단과 방출된 열에 의한 치료가 가능한 다기능성 입자라는 의미다.

또 다른 특성 중 하나는 직경 58 나노미터(nm) 정도 되는 전도성고분자 나노입자 내부에 직경 10나노(n) 정도의 인지질 액적(나노입자)이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결과는 전도성고분자 나노입자 내부에 다른 제3의 물질을 넣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제3의 물질은 기존에 많이 사용되는 이미징용 형광 염료나 양자점, MRI를 위한 자성나노입자 등이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유무기 하이브리드 나노입자의 제조가 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어 전도성고분자 나노입자 내부에 자성나노입자를 내입시킬 경우 자성나노입자의 특성을 이용해 MRI를 통해 질병을 진단하고, 동시에 전도성나노입자의 특성을 이용해 질병의 치료가 가능한 다기능성 나노입자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한 종류의 나노입자를 사용해 질병의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바이오메디칼용 나노입자를 개발하는 것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연구입니다. 저희가 제시한 나노입자 제조기술은 이러한 연구의 진행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장기간의 연구로 도출된 성과.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의 상태를 위해서는 앞으로 더 추진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박주현 교수는 “현재 새로운 나노입자의 제조기술 개념에 대한 제시를 한 상태지만, 인지질과 전도성고분자가 상분리된 상태의 구조적 특성이 어떻게 광학적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메커니즘 규명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동시에 실제로 앞서 설명 드린 바이오메디컬용 다기능성 나노입자를 구현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에 있고요. 이러한 인지질과 전도성고분자의 상분리 현상을 트랜지스터 등 광전자소자의 효율향상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이와 관련한 연구도 진행 중에 있고요. 앞으로 더욱 탄탄한 연구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4-08-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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