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모바일 기기와 수송, 신재생 에너지 응용분야에서 주에너지 저장장치로 이용되는 리튬이온전지.
다양한 에너지 저장장치로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는 차세대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지만 이를 이용해 전기자동차를 운행할 경우, 운행가능거리가 불과 150 킬로미터(km)에 불과해 많은 소비자들의 니즈(needs)를 만족시키기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성능과 비교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리튬이온 전지를 이용한 자동차가 멀리 갈 수 없는 이유는 에너지 밀도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연구진들은 리튬이온전지의 에너지 밀도를 개선하기 위해 음극소재로 사용되던 흑연 음극을 리튬 저장용량이 큰 실리콘이나 게르마늄 같은 합금계 음극소재로 대체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들 소재는 리튬이 저장될 때 나타나는 급격한 부피 변화 때문에 충․방전이 반복 될수록 수명이 급격히 저하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음극소재인 게르마늄이 새로운 소재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긴 마찬가지다. 실리콘에 비해 재료 내 리튬이온의 확산속도 및 전기전도도가 높아 전기차 등의 높은 비율의 충․방전이 필요한 응용분야에 최적의 음극소재로 평가 받지만 제조비용이 높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간단한 공정으로, 전기차 더 멀리
국내 연구진이 간단한 저가공정을 이용해 단 한 번의 충전으로 더욱 멀리갈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박찬진 전남대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이 장기간 사용에도 성능 저하가 거의 없고 에너지 저장용량이 큰 차세대 리튬이온전지용 게르마늄 음극 소재를 개발한 것이다.
해당 연구결과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첨단재료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지 온라인 판에 게재되기도 했다.
박찬진 교수팀은 게르마늄 입자 표면에 탄소가 결합된 독창적 구조의 안정적인 리튬이온전지용 음극소재를 개발했다. 저가의 상용 이산화게르마늄 용액과 산의 혼합과 열처리 공정이라는, 비교적 간단한 공정을 통해 이번 연구 성과를 이룬 것이다.
"현재 순수하게 배터리로만 구동되는 전기차는 배터리에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한계로 주행거리가 150 킬로미터(km) 정도에 불과합니다. 주행시간을 기준으로 봤을 때 한 시간 정도 자동차를 운행할 경우 차가 멈추지 않기 위해 배터리 충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 거죠. 또한, 현재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모바일 기기를 사용해 보신 분들은 배터리 가 더 오래 갔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계실 겁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태자면 배터리 충전시간이 짧다면 더욱 좋겠죠. 무엇보다 전기차의 경우 고속충전을 하더라도 한 번 충전 시 20분 이상을 충전소에서 기다려야 하는데 이 시간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수 있는 운전자는 많지 않을 테니까요."
현재 자동차나 모바일 기기 등에 사용되는 배터리의 대부분은 리튬 이온 전지다. 리튬이온 전지는 양극, 음극, 전해질 등 3가지 구성요소로 이뤄져 있으며 에너지 저장용량은 양극과 음극에 사용되는 소재의 종류에 따라 변하게 된다.
"지금 리튬이온 전지의 음극소재로 흑연이 사용되고 있는데 에너지 저장용량이 상대적으로 낮아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 개발이 필요합니다. 최근 흑연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로 거론되는 것이 실리콘(Si)과 게르마늄(Ge), 그리고 주석(Sn)입니다. 저희 연구에서는 흑연에 비해 이론 용량이 아홉 배 이상 높은 게르마늄을 기본으로 탄소가 결합된 나노구조의 게르마늄·탄소 음극소재를 개발했습니다. 개발한 게르마늄·탄소 음극소재는 에너지 저장용량이 크고 배터리의 고속충전 및 방전이 유리하며 사용시간이 길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박찬진 교수팀이 개발한 게르마늄·탄소 음극소재는 1000 회의 충·방전에도 불구하고 초기 에너지 저장용량의 99 %를 유지했다. 또한 용량감소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충․방전 속도가 100 배 빠른 고속 충․방전에도 초기 용량의 70 % 이상이 유지됐다.
"음극소재에서 에너지 저장용량이라 함은 간단히 말해 소재 내부에 리튬 이온을 얼마나 많이 저장할 수 있느냐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런데 배터리 충전 중 이들 음극 소재에 리튬이 저장되면 부피가 2~3 배 이상 팽창하고 반대로 배터리의 사용 중에는 부피가 원래 상태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부피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게 되면 소재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쉽게 부서지고 말아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인데 한 가지는 음극소재를 구성하는 입자 크기를 나노 사이즈로 줄이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이들 입자들 내 리튬이 저장되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완충시켜 줄 수 있는 물질로 입자들을 감싸는 것이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게르마늄 나노 입자와 탄소를 섞는 것입니다. 마치 여름철에 미숫가루와 설탕을 섞듯이요. 하지만 이 경우 나노입자를 균일하게 분포시키기가 어렵고 탄소와의 결합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단점이 있죠. 게르마늄 나노 입자를 제조하기 위한 고가의 공정을 별도로 진행시켜야 되는 문제점도 있고요."
박찬진 교수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의 핵심은 저가의 원료 물질을 이용해 나노입자 표면에 탄소가 결합된 구조를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비교적 간단한 산처리 및 열처리로 음극소재를 합성하는 중에 자연스럽게 게르마늄 나노입자 표면에 탄소가 결합된 구조가 만들어진다. 게르마늄 나노입자와 탄소가 화학적으로 결합하고 그 결과 게르마늄과 탄소사이에 탄성 계면층을 형성시켜 화학적으로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하게 된다.
차세대 에너지 분야서 경쟁력 가질 수 있을 것
앞서도 언급했듯 기존 흑연음극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음극소재로 현재 가장 많이 연구되는 소재는 리튬 저장용량이 가장 큰 실리콘이다. 그러나 게르마늄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이유는 중량당 에너지 저장용량은 실리콘에 비해 작지만, 실리콘에 비해 재료 내 리튬 이온의 확산속도가 100배 정도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기차 같이 고속 충전 및 방전이 필요한 응용분야에서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 단, 발목을 붙잡았던 것은 높은 제조비용이었다.
"저희팀의 연구는 상대적으로 저가인 이산화 게르마늄을 초기 원료물질로 사용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간단한 산 혼합 및 열처리를 통해 나노 구조 게르마늄·탄소 복합소재 음극을 제조함으로써 게르마늄 소재의 상용화에 대한 가능성을 열었죠. 현재 반도체 산업을 비롯한 산업계 전체적으로 게르마늄의 수요가 실리콘에 비해 크기 않아 초기 생산가가 다소 높을 수 있어요. 그러나 본격적인 대량생산이 진행되면서 품질에 대비해 가격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박찬진 교수는 "현재 대한민국은 이차전지 제조 분야에서 세계 제일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개발된 게르마늄 음극소재를 적용해 배터리의 에너지 저장용량을 향상시키고 그로 인해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장치, 모바일 기기 등의 사용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리면서 연관 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구가 가져올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 했다.
"제가 석사과정 당시 IMF로 인해 경제위기를 겪었습니다. 당시가 경제적 이유로 같은 시기에 공부했던 친구들의 국내대학 박사과정 진학률이 한동안 최고였던 시기입니다. 그리고 지금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많은 젊은 연구자들이 그 때 공부했던 친구들이죠. 저도 이번 결과를 통해 보다 열심히 연구하는 계기를 만들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대학에서도 국가 산업에 이바지할 수 있는 우수 인력을 양성하고 싶어요."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4-07-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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