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면서 국내의 반려동물 수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반려동물에게 '가족' 이라는 인식이 더해지면서 함께 살을 맞대고 지내는 시간도 늘어났다. 하지만 반려동물과의 친밀도가 증가한 것에 비해 반려동물의 인플루엔자 감염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송대섭 생명연 바이러스감염대응연구단 박사는 반려동물 인플루엔자 백신도 개발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 아래 꾸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사람과 접촉이 많아진 반려동물의 질병연구가 보다 섬세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송대섭 박사 연구팀이 애완견 독감(H3N2)을 위한 백신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반려동물로서 사람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는 개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3N2)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든 것이다. 해당 연구결과는 백신의 생산·정제기술을 거쳐 이미 국내기업에 이전한 상태다.
개 인플루엔자 백신, 人 백신 수준으로 끌어 올려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3N2)는 조류에서 유래된 바이러스로 개로부터 고열 기침, 폐렴 등을 유발하는 급성 전염성 호흡기 질병이다. 지난 2007년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발병 사례가 보고되면서 유행병으로 토착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결국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백신개발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물론 현재까지 사람이 개와 같은 반려동물로부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전염된 사실은 확인된 바가 없다.
하지만 개에게서 다양한 바이러스가 재조합 될 경우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이 우려되고 있다. 현재도 여러 바이러스의 재조합이 개에서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추후 인수공통감염병으로의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대응기반 구축이 필요하다.
특히 개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 추후 인플루엔자 역학관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적합한 백신 개발을 통해 사전적으로 예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백신은 사람의 백신만큼 정제되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반려동물에게 주입하는 것인 만큼 가격을 고려해야했기 때문이죠. 가격을 올리면 정제수준이 높은 백신을 개발할 수 있어요. 하지만 사람이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 무작정 가격을 높일 수 없잖아요. 이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죠."
고민 끝에 송대섭 박사팀은 간단한 단계에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 개 인플루엔자 백신을 사람의 것과 같은 수준으로 정밀하게 만드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다. 백신 생산공정상에서 불순물을 신속‧간단하게 96%이상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 생산공정에서 즉시 적용 가능한 상태로 만든 것이다.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도 사람처럼 인플루엔자에 감염됩니다. 2007년도 최초로 보고된 내용 역시 저희 실험실에서 보고한 내용이에요.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인플루엔자가 그렇게 이슈가 됐지만 개에 대해서는 간과됐다는 사실이에요.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거죠. 그러던 중 7년 전 조류독감이 개로 넘어와서 큰 문제를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사실 지금도 중국에서는 이미 개 인플루엔자가 창궐해 태국으로 번지는 상황입니다."
일반적으로 백신은 질병이 퍼졌을 때 방역을 위해 효과에 중점을 두고 긴급히 만들어진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작은 강아지들의 경우 접종을 한 부위에 염증이 생기거나 뭉치기도 하며 혹은 접종 받은 강아지들이 사료를 잘 먹지 않거나 구토를 하기도 한다. 안면부종도 부작용 증세 중 하나다.
"이러한 사례로 많은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물 백신은 사람 수준으로 정제할 수 없어요. 비용 때문이죠. 동물과 관련한 약은 비용이 중요하거든요.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연구를 하다보니 일정 단계만 조절을 해주면 굉장히 간단한 방법으로 정제율을 높일 수 있겠다 싶었죠. 실제로 그 간단한 스텝을 넣어줬더니 기존 수준의 96.7% 수준까지 불순물을 없앴습니다. 정제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진 거죠. 단 한 건의 부작용도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접종을 받으면 면역력이 올라가야 하는데 그것도 최소 다섯 배 이상 상승했어요."
앞서 언급했듯 기존백신은 상대적으로 정제도가 낮아 백신을 접종한 일부 반려견에서 안면부종, 접종부위의 염증, 스트레스로 인한 식욕부진 등 3% 내외의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송대섭 연구팀의 기술은 공동협력 중인 동물병원의 개 500여 마리에 적용한 결과 위와 같은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다.
"사실 2009년 돼지독감이 넘어가기 전에는 사람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개도 무시할 수 없는 매개체거든요. 현재 다른 종간 바이러스에 대해 연구를 진행 중인데 갈수록 걱정되는 부분은 개 안에서 여러 인플루엔자가 섞이는 경우입니다. 개는 사람독감에도 감수성이 있고 조류독감에도 반응을 보여요. 즉 개 안에서 섞이다 보면 변종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때문에 개에 대해 계속해서 연구를 해야 하는 거죠."
현재 시장에 시판되고 있는 동물 인플루엔자 백신은 송대섭 박사팀의 이번 제품이 최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3년 말 인플루엔자가 개로 넘어온 바 있는데, 이에 대한 인플루엔자 백신도 아직 시판되고 있는 상황은 아닌 것이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결과
수의학을 전공한 송대섭 박사는 본래 전공이 동물바이러스에 대한 연구였다. 자연스럽게 동물들의 다양한 바이러스를 다루게 된 그는 2006년 여러 가지 샘플을 수집하다가 한 지역에서 괴질이 돈다는 소문을 접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보신탕 문화가 있어 개들을 집단사육 하는데, 그 곳의 개들이 모두 피를 토하며 숨을 거두는 현상을 보인 것이다.
"이건 좀 심각하다 싶었죠. 때문에 뭔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은 홍역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조금만 들여다보니 홍역은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졌죠. 바이러스인건 확실한데, 어쩌면 인플루엔자 일 수 있겠다 싶더군요. 당시 미국에서는 말에서 개로 인플루엔자가 넘어간 사례가 이미 유명해진 후였거든요. 우리나라의 질병 패턴을 보면 미국에서 발발한 질병이 2~3년 후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었죠. 인플루엔자가 결국 맞더군요. 미국바이러스가 넘어왔겠거니 했는데, 자세히 조사를 해보니 아니에요. 미국바이러스에 대한 진단법을 적용했는데 안 잡혔죠. 한 달 넘게 연구를 했는데 말과 상관없는 100% 조류 바이러스가 잡히더군요. 새로운 발견이다 싶어서 급하게 실험을 진행했어요.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됐죠."
사실 이번 연구는 내용자체는 매우 간단하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특정 조건을 찾기 위해 반복 실험을 무수히 진행한 것이다. 학생들과 함께 애완동물 병원에서 강아지를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진행할 때는 직접 접종하고 채혈하는 과정을 계속 반복해야했다. 특히 가장 더울 때 실험을 진행해 많은 고생을 감수해야 했다.
"연구기간은 1년 6개월 정도 걸렸어요. 사실 이번 백신은 저희 연구원에서 독자적으로 아이디어를 냈다기보다 기업체 사람들과의 계속적인 모임을 통해 그들의 필요를 알아차리면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기업에서는 보다 효과 높은, 하지만 가격은 높지 않은 백신을 원하고 있던 거죠. 그들의 필요를 적당할 때 해결해 줬기 때문인지 백신을 개발한 후부터 많은 연락을 받았습니다."
송대섭 박사가 개발한 이번 백신은 간단한 조건의 변화로 생산공정에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안전성과 효과 측면에서 크게 향상됐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부작용 자체가 없어진 만큼 안전성은 획기적인 수준으로 높였으며 면역유도 능력 역시 기존의 백신보다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 더 이상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 없는 결과를 이룬 것이다. 송대섭 박사는 "인체 백신 수준으로 정제 됐다고 자신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연구는 기초연구에서 기술이전까지 효과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결과에 따르면 강아지와 고양이가 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만 민감함 게 아니라 여러 다른 종류의 인플루엔자에도 민감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가능성까지 원천적으로 차단해줄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고 싶어요. 범용 백신이죠. 지금은 개에 대한 범용백신 준비 중에 있습니다. 더욱 연구를 진행해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4-07-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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