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로봇을 만드는 것은 어린 시절 과학자를 꿈꾸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었을법한 로망이다. 레고 조립으로 독창적인 모습의 로봇모형을 만들어내는 어린이도, 인터넷게임에 빠져 컴퓨터를 좀 한다는 청소년도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고는 싶어 하지만, 그 첫 단계인 프로그래밍에는 흥미가 전혀 없다. 프로그래밍이 복잡하고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끼우고 맞추면 '움직이는 로봇' 완성
그런데 최근에 어렵고 복잡한 프로그래밍을 애써 공부하지 않아도 간단한 전선 연결과 센서값 조작만으로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 수 있는 모듈형 로봇 키트가 개발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그 모듈형 로봇키트는 바로 ‘비트큐브’다.
비트큐브의 개발자 강병수 헬로긱스 연구소장은 개발을 시작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손을 대지 않고 뭔가를 움직이게 하거나 LED전구에 불이 들어오게 하려면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종의 플랫폼 기능을 하는 아두이노(Arduino) 보드에 간단한 코딩 작업만 하면 되도록 쉬어졌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는 간단한 코딩 작업도 상당히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것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때문에 “비트큐브는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도 조작이 가능하다”며 “PC연결 없이 모듈 자체에서 조건문(IF-Then)의 센서값을 조정하고 그 값에 따라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프로그래밍의 기본요소들을 어렵지 않게 손으로 만지며 익힐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강 소장은 비트큐브의 장점을 설명했다.
또한 강 소장은 “비트큐브가 컴퓨터 화면으로 프로그래밍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센서값을 크다, 작다 등으로 조작함으로써 프로그램의 기본 알고리즘이 물리 형태로 구현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며 “각각의 역할이 다른 모듈을 레고블럭처럼 조합하고, 변화를 주면서 문제해결에 대한 컴퓨터적인 사고방식을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사용자가 스마트기기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Maker시대가 열리게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코딩교육 열풍이 불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트큐브가 우리 학교현장에서 코딩교육의 좋은 학습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현재 강 소장은 비트큐브가 앞으로 학교 코딩교육 도구로 활용될 수 있도록 보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학적 요소와 미학적 요소 모두 갖춰
그런데 비트큐브에는 단순히 공학적 요소만 있는 게 아니다. 알록달록 색깔이나 형태가 디자인적으로 우수할 뿐 아니라, 그것을 레고블럭처럼 여러 가지로 형태로 맞춰가면서 예술적 감각도 함께 키울 수 있다. 이는 스스로를 ‘미디어아트를 디자인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강병수 소장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전자공학도였던 강 소장은 학부에서 전자공학과 미술을 복수전공 했다. 졸업 후 2년간 엔지니어로 직장생활을 했지만, 결국에는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는 미디어아티스트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강 소장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벌레로봇’을 만드는 워크숍을 열어 미디어아트를 알리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강 소장은 “빛이 비추면 움직이도록 프로그래밍된 벌레로봇을 만들면서 간단한 프로그래밍 과정도 배우고, 구멍을 뚫어 납땜을 해서 다리를 붙이는 과정 등을 통해 공작의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강 소장은 “자신은 기본적으로 이처럼 작은 부품으로 만든 벌레로봇도 다른 부품과의 조합을 통해 재생산되기를 원했고, 그런 바람이 커져서 비트큐브를 만들게 됐다”며 현재는 비트큐브에 블루투스 모듈을 만들어 그것과의 연결을 통해 스마트폰으로도 조작이 가능한 단계까지 발전시켰고 앞으로는 종이나 플라스틱, 나무 등 다양한 재료들과의 결합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이것이 바로 앞으로 비트큐브의 가능성을 기대케 하는 더 큰 이유인 것이다.
- 김순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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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4-07-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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