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지털 제조 문화인 메이커 운동이 확산되면서 이를 바탕으로 창업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김성수 씨도 그중 한명이다. 그를 통해 메이커 운동의 가능성을 되짚어봤다.
김성수 씨는 컴퓨터 수치제어기인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를 자작한 메이커이다. 메이커들에게는 로망인 CNC는 캐드로 모델링만 해 넣으면 자동으로 로봇처럼 움직여서 원하는 부품을 깎을 수 있는 기계이다. 하지만 비용이 수백만 원 이상이라서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직접 만드는 것도 부품비용이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김성수 씨 경우에는 어떻게 CNC를 만들 생각을 했던 것일까.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CNC 제작
“합판을 가지고 만든 것을 인터넷에 봤습니다. 제작비용도 100달러 수준이더군요. 하지만 크기가 너무 작아서 비용을 서너 배 늘려 40만원 수준에서 만들어 봤습니다.”
CNC는 XYZ의 각 축이 어떤 구조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몇 가지 구조의 옵션이 있다. 김성수 씨는 공작물을 고정하는 베드는 Y축으로, 공구는 X와 Z 두 축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구조를 택했다. 도면은 커뮤니티 사이트와, 유트브 영상 등의 도움을 받아 캐드로 그렸다. 그밖에도 CNC 제작에 필요한 것들은 거의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 합판은 절단을 해주는 관련 사이트에 의뢰를 했습니다. 그러나 추가비용 때문에 대각선 절단은 직접 시도를 했지요. 직소라는 기계를 이용해 18mm 합판을 자르는데,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톱날이 휘면서 합판의 윗면과 아랫면이 어긋나게 잘리는 것은 기본이었거든요. 여러 번 시도 끝에 겨우 제대로 자를 수 있었습니다.”
부품이 모두 구비된 것으로 모든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조립도 순탄치 않았다. 원하는 속도와 힘을 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크기의 모터를 써야할지 몰라 결국 처음 샀던 모터는 버리고 더 큰 모터를 사서 달아야 했다. 가공재료를 깎아주는 드릴처럼 생긴 엔드밀도 소음 때문에 처음 선택한 것과는 다른 종류로 바꿔야 했다.
컨트롤러는 가장 큰 난관이었다. CNC에 많이 쓰이는 스텝모터인 컨트롤러는 복잡한 회로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애를 먹였다. 어려운 것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풀어가겠지만 구조가 단순한 회로가 작동하지 않으니 미칠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원인은 두 가지 문제가 얽혀 생겼던 것. 그래도 김성수 씨는 “CNC 자작을 하면서 오류의 원인을 파악하는 기술에 대해서도 나름 공부를 많이 하게 됐고 노하우도 생겨서 다른 기계를 만들 때 도움이 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김성수 씨는 자작 CNC를 이용해 테크 DIY를 하고 있다. 그중 프로펠러 4개인 헬리콥터인 쿼드콥터가 대표적이다. 무선조정으로 나는 이 헬리콥터는 무선 카메라를 달아서 영상을 찍는 역할을 한다. 보통 방송에서 쓰인다. 이외에도 애완동물과 놀아주는 로봇. 적외선 감시. 바퀴로 굴러다니는 것. 센서가 감지되면 동물로 가는 팻토이보시 등을 만들었다.
메이커 운동은 커다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을 것
그런데 김성수 씨는 단순히 테크 DIY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취미활동을 넘어서 현재 대전에서 기업이나 기관을 상대로 시제품이나 전시용 작품 등을 제작해주는 일을 주로 하는 ‘왓투메이크’ 라는 1인 제품개발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를 주목하는 것도 메이커 운동이 하나의 직업과 사업으로서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서라고 할 수 있다.
올해 나비아트센터에서 SK 해커톤 행사에 참여해 참가자들을 돕기도 했다. 미디어아티스트와의 협업도 있었다. 광주문화전당에서 진행된 팬랩이 그것이다. 3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된 이 프로젝트는 면의 크기에 따라 프로젝션 맵핑이 되도록 설치물을 만드는 것이었다. 정20면체 타이프(봉)으로 연결해서 다른 20면체를 만들고 꼭지점마다 스템모터를 달았다. 모터를 돌릴 때 마다 20면체 사이즈가 변화하도록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현대카드와 건축 사무실에서 예전에 사용했던 그림 그리는 기계인 플로터를 만들어 전시를 하기도 했다.
“자체 상품을 만들어서 팔아보는 것도 메이커들이 종종 선택하는 방법입니다. 해외의 ‘adafruit.com 3drobotics.com’ 등 수많은 오픈소스하드웨어 쇼핑몰들이 있고, 국내에도 재미삼아 3D프린터를 만들었다가 사업화에 이르게 된 ‘오픈크리에이터스’라는 기업이 있답니다.”
사실 김성수 씨는 현재 불고 있는 메이커 운동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메이커 운동 이전부터 테크 DIY 마니아였던 그는 ‘메이커스’ 의 저자인 크리스 앤더슨이 무인조정 비행기인 DIY 드론스를 만드는 것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DIY 드론스가 ‘3D 로보틱스’라는 기업으로 드라마틱하게 성장하는 것을 직접 목격해서이기도 하다. 그가 여러 사람이 모여서 ‘얽매이지는 않는 상상력, 기술, 다른 분야의 결합’인 무규칙이종결종합공작터를 표방하며 ‘용도변경’이라는 메이커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메이커 운동은 분명 커다란 하나의 흐름으로 곧 자리 잡을 것이라고 봅니다. 창의성에 목말라 하는 이 시대에 메이커들의 활동은 분명 에너지원이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메이커는 혁신의 선두주자였다고 말하는 김성수 씨. 그는 “세상을 더 좋게 바꿔가는 사람들도 바로 메이커들”이라며 “그런 메이커들이 많아지는 세상은 분명 생동감이 넘치는 사회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하루빨리 그런 문화가 널리 조성이 됐으면 한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 김연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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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3-09-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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