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에서 창의적인 과학·수학교육을 통해 초·중·고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이고 과학문화 확산에 기여한 과학·수학 교사들에게 주어지는 것이 바로 올해의 과학교사상이다.
그런데 지난해 말, 2012년 올해의 과학교사상을 수상한 김정아 교사(권선초)의 남다른 이력이 놀라움을 줬다. 그것은 바로 과학·수학교육 분야 수상자인 김 교사가 과학 비전공자란 사실이다.
김 교사의 이력은 말 그대로 융합,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런 비전공자로서 과학을 가르치게 된 아이러니 때문에 자신이 이번에 과학교사상을 받게 된 것 같다고 김 교사는 말한다. 사실 과학 교육에 있어서 전공자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비전공자인 김 교사의 눈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런데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고 의문을 품었던 그 부분들을 아이들도 똑같이 이해하지 못하고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김 교사는 당연히 아이들이 무엇을, 왜 이해하지 못하는지 그들의 입장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아이들과 제가 함께 의문을 품고 궁금하게 여겼던 부분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가 먼저 배워야 했습니다. 그래서 1년 넘게 여기저기 과학을 배울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쫓아다녔고, 처음으로 경기도과학교육원에서 과학관테마연수를 받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학교 현장에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김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쳤던 권선초는 경기도에서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학교로 지정될 만큼 교육환경이 열악해 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목표의식도 없고 교육에 대한 열의도 부족했다. 김 교사는 이런 아이들을 모아서 방과 후 과학 동아리를 만들었고, 거창하고 비싼 실험재료가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얼마든지 재활용할 수 있는 재료들로 실험을 해서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냈다.
어떻게 이해시킬지에 대해 고민
그러던 중, 교사가 학생들이 왜(Why) 이해를 하지 못하는지 의문스러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How) 이해하도록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때부터 생각의 연결점을 찾아 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뜻을 같이한 교사들이 모여 융합인재교육 교사연구회를 만들었고 여기서 융합사고링크 프로그램을 개발해냈다. 이것은 아이들이 직접 관심 있어 하는 분야에서 연구주제를 찾아내서 그것을 연구하고, 결과물까지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학교 현장에서 적용해 보니 공부에 열의가 전혀 없는 아이들이 놀라운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아이들에게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그 속에서 관심있는 것을 모아보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분류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다중감각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오감으로 관찰하기를 실시했고, 그것을 현미경으로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게 한 후에 절단, 분해, 파괴해서 문제를 바라보게 했습니다. 여기에 현상과 연관 짓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 등 변인통제 실험을 설계해서 관찰하고 마지막에는 자신이 그동안 연구해온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발표하는 것까지 진행했습니다.”
이처럼 아이들이 직접 관심 있는 것으로 연구주제를 찾아서 자신들의 다양한 방법으로 분류하고 관찰하며 실험하고 또 자신들이 원하는 형식으로 보고서까지 만드니 그만큼 사고가 확장될 뿐 아니라 참여율도 높아졌다.
김 교사는 “정말 공부에 취미 없이 수업시간에 팔짱만 끼고 있던 아이가 난생 처음 과자에 사용된 대두의 함유율에 관심을 갖고, 온갖 과자를 모아서, 자신만의 기준으로 분류하고 또 관찰하는 보고서를 작성해 학급 홈페이지에 올릴 만큼 아이들이 눈에 띄게 변화했다”며 “이런 아이들의 변화가 모르는 게 너무 많아 모든 것을 하나하나 배워가며 학생들을 가르쳐야했던 나의 ‘무모한 도전’을 ‘무한한 도전’으로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과학문화 조성하고파
융합인재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용에 앞장서 과학교육의 내실화에 기여한 김 교사는 동아리 운영으로 학생들에게 다양하고 폭넓은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창의력 향상에도 기여했다. 또 동아리 활동으로 학습한 내용을 교육기부 형태로 각종 과학축제에 참여해 나눔으로써 학생들의 인성과 리더십 향상에도 큰 몫을 했다.
“대한민국과학축전과 같은 과학축제에서 여러 차례 부스를 운영해보면서 느낀 점은 아이들과 함께 축제 현장을 찾은 부모님들이 아이들 대신 체험순서를 위해 줄 서는 것 외에 별달리 할 게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아이만 참여하는 기존의 부스 형태를 벗어나 부모님들에게도 할 거리를 주는,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과학축제 프로그램을 학교현장에서부터 만들어 보는 것이 앞으로 이루고픈 꿈입니다.”
김 교사는 “영재교육을 해보면서 영재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기존에도 많이 있고 또 지금도 계속 개발되고 있지만,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런 학생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 김순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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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3-01-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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