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의 '순수 국내파 항공우주 박사'가 항공우주공학 선진국인 영국의 명문대 교수가 됐다는 일은 당연히 화제가 될만한 일.
면접 30분만에 합격 통보
“사실 지난 5월 24일 사우스앰프턴 대학에 인터뷰를 보러 가기 전까지도 크게 기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인터뷰 응모대상자들이 모두 영어권인데가 실력들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주제발표와 인터뷰를 한지 30분만에 축하한다고 약수를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그 동안의 제가 쌓아 놓은 결과들이 그 위력을 발휘한 거죠”
KAIST박사 졸업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박사후 과정'을 하면서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여러나라 항공우주 전문가들과 친분을 맺어 사우스앰프턴 대학 교수 초빙 소식을 듣고 올 1월 지원했던 일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김박사의 전공은 아직은 생소한 전산 공력 음향학(Computational Aeroacoustics).
김박사는 전공분야에 대해 “쉽게 말하면 소음과 관계되는 일입니다. 그 중에서도 공기흐름과 관계되는 소음을 연구하고, 특히 수퍼컴퓨터를 이용해 각종 시뮬레이션과 해석을 하는 분야입니다. 이 분야는 1990년대부터 영국을 중심으로 연구가 시작되었는데, 저는 1994년 지도교수님이신 이덕주 교수님이 개별연구과목으로 지도해주면서 알게 됐습니다.”
김박사는 그 당시 지도교수가 건네준 외국논문들은 살펴본 결과, 자신의 아이디어보다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 연구에 착수했다고 한다. 일주일만에 그 논문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하자, 지도교수가 그 분야의 연구를 권유했다고 한다.
“저에게는 하나의 행운이었죠. 연구가 초기인 분야라서 다룰 수 있는 주제들이 다양했으니까요. 하나둘씩 연구를 해가자 나름대로 방법이 터득됐고, 이런 결과물들을 외국학술지에 기재했더니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국제학술지 11편 논문 등재
“전산 공력 음향학이 발전하면 그 결과물들에 따라서 항공기 소음이 대폭 감소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전제품들의 소음도 상당히 저감될 것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이 분야의 비전을 보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이미 항공우주선진국으로 진입했고, 중국도 정부의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항공우주분야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우리나라도 한발 앞선 분야에 대한 연구와 국가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김 박사는 “이공계 기피현상은 가치관문제입니다. 이공계는 개인이 잘먹고 잘사는 것이 가치관이 아니라 비전과 꿈을 가지고 사는 것이 가치관입니다. 그 비전을 이룰 때 개인도 국가도 잘살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이공계기피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적어도 이공계분야만큼은 정책이 일관성있게 추진되어야 합니다. 병역특례나 정원문제가 정치적으로 좌우되어서는 안됩니다.”라고 말한다.
끝으로 김 박사는 청소년들에게 “과학자는 꿈을 실현하는 직업입니다. 따라서 과학자가 되기를 원하는 학생들은 공부도 중요하지만 운동이나 음악 미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는 제가 좋은 결과물들을 얻은 이유가 감성이나 튼튼한 육체가 바탕이 됐기 때문입니다. 꼭 1가지 운동이나 좋아하는 음악가, 미술가들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말한다.
한편, 김 박사는 오는 9월 30일 영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며, 내년 2월부터 영국 사우스앰프턴 대학에서 '비행역학(Mechanics of Flight)'을 강의하게 된다.
- 대전=김선명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4-09-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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