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 분리실험과 플루토늄 추출 실험으로 국제적으로 한국을 둘러싸고 미묘한 파장이 갈수록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 원자력연구소 원전프로젝트 그룹장을 역임하면서 지난 95년 북한에 한국형 경수로 건설을 관철시킨 이병령 박사를 만나 한국의 입장은 무엇이고 이 상황에서 국제 과학계에게 어떻게 대응할 지를 들어보았다.<편집자주>
“칼 가는 사람이 칼이 잘 드는지 확인하기 위해 벼를 잘랐다고 해서 저 칼로 사람을 죽일 것이라고 몰아부치는 것이나 뭐가 다르겠습니까. 칼은 여러 용도가 있는 것 아닌가요?”
한국의 우라늄 분리실험과 플루토늄 추출실험이 국제사회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국형 원자로의 대부로 잘 알려진 전 한국원자력연구소 원전프로젝트그룹장 이병령 박사(사진·전 대전유성구청장)가 국제사회에 일침을 가했다.
이 박사는 1982년 우라늄 분리실험이 실시되기 전인 지난 80년 원자력연구소에 첫 발을 내디딘 이후 지난 95년, 북한에 건설되는 경수로는 한국형으로 건립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밀어부치다 옷을 벗어야 했던 쓰라린 과거를 가진 인사다.
이 박사는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뿐 아니라 원자력 기술을 확보하려면 다양한 기술의 습득이 필요하고 실험이 동반되어야 한다”면서 “당시 원자력연구소에서는 국산화를 위한 여러 형태의 실험들이 실시됐다”라고 말했다. 국산화를 위한 실험 차원에서 실시됐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몇가지 형태의 실험은 당시 원자로와 핵연료의 국산화라는 큰 틀에서 순수한 목적으로 과학자들이 실행한 실험실 차원의 일”이라면서 “이런 과학자들의 노고 때문에 우리나라는 한국형 경수로 개발, 핵연료 국산화 등의 성과를 이뤄 원자력 6위로 올라서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박사는 또 “원자로와 관련 이론을 정립하고 결과를 도출할 때 당연히 동반하는 일이 실험”이라면서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당시 상황으로 볼 때 100% 과학자들의 순수한 동기의 실험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실험 결과물이 순수한 동기를 입증한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에서 지적한 것처럼 핵무기를 위한 것이라면 고작 0.086g의 플루토늄이나 0.2g의 우라늄만 추출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정도 분량으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고 덧붙였다.
핵무기 보유와 관련해서는 ‘능력도 없고 생각도 없다’고 단언했다. 국제사회가 눈을 부릅뜨고 있는 상황에서 수 mg의 실험만으로도 난리를 치는 마당에 몇 kg 이상이 들어가는 핵실험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번 파문과 관련 자칫 연구활동이 제약을 받지 않을까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빌미로 국제사회가 한국의 원자력 연구에 간섭할 경우 각종 연구 진행에 방해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원자력발전 비율이 40%를 넘어서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평화적이고 상업적인 연구가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투명하게 모든 것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과학실험의 당사자인 현장 과학자들의 목소리는 실종됐다는 것이다. 그는 95년 북한에 한국형 경수로 건설을 관철시킨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당시 한국형 경수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하다고 여기저기서 주장했습니다. 결국은 (한국형으로)결정됐지 않았습니까. 관료들의 설명은 한계가 있어요. 과학자들이 실험의 투명성과 당위성을 솔직하게 이야기 할 때입니다.”
- 대전=구남평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4-09-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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