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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숙 객원기자
2012-04-16

소량의 습기도 놓치지 않는다! 극미량 수분 표준 발생 장치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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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0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반도체 수율 향상의 핵심인 극미량 수분 표준을 확립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수분 표준은 이슬점으로 -105℃에서 공기 분자 10억 개 중 5개 정도의 수증기 분자 밀도를 정확히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다. 미국, 영국, 일본, 독일 정도만이 확립하고 있는 첨단 기술로, 이번에 KRISS가 확립한 습도 표준 영역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다. 기자는 이번 기술 개발을 주도한 KRISS 온도센터의 최병일 박사를 만나 기술의 이모저모에 대해 알아봤다. 다음은 기자와 최 박사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이번에 개발된 극미량 수분 표준 발생 장치의 기술적 원리에 대해 궁금하다.

▲ 5ppb까지 측정할 수 있는 수분 표준 발생 장치를 개발한 최병일 박사 ⓒKRISS
습도란 공기 중의 물의 양이라고 할 수 있다. 습도를 측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기 중에 있는 수증기를 모두 포집해 질량을 측정하는 것이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습도의 기준으로 포화 수증기압이란 개념을 도입하게 됐다. 공기는 수증기를 무한정 포함할 수 없고, 수증기는 일정 양에 이르면 이슬로 응축된다. 이 때 수증기가 주는 압력을 포화 수증기압이라 하는데, 이는 온도에만 의존하는 양으로 습도 표준의 기본이 된다. 즉 포화된 습공기를 만들고, 이때의 온도와 압력을 알면 공기 중에 포함된 수증기의 양을 계산할 수 있다. 또한 특정 온도와 압력에서 만들어진 포화된 습공기를 다른 온도와 압력으로 보내면 공기는 다른 습도 값을 갖게 된다.

극미량 수분 발생 장치는 온도와 압력을 고정시킨 상태에서 얼음과 수증기 사이의 열적 평형 상태를 이용한 포화 습공기를 만들고, 이때의 온도와 압력을 변화시키면서 원하는 밀도의 습가스를 만드는 것이다.
 
극미량 수분 표준 발생 장치의 기술적 관건은 '얼마나 낮은 온도에서 안정된 포화 수증기를 만들 수 있는가'이다. 그래서 이슬점 -105℃에 의미를 두고 있다. 이 이슬점 온도는 밀도로 환산하면 5ppb 정도인데, 이는 공기 분자 10억 개 중에 포함돼 있는 수증기의 분자 수를 5개 정도가 되도록 조절하는 것이다.

- 극미량의 수분 표준이 유용한 분야로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신소재 산업 현장을 언급했다. 그 외 어디에서 사용되는지?

사실 습도는 거의 모든 산업에 연관돼 있고, 제품의 품질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산업에 따라 요구하는 습도의 수준은 매우 광범위하다. 적정한 습도가 꼭 필요한 분야도 있고, 습도를 완전히 제거해야 하는 분야도 있다.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서는 극미량의 수분일지라도 제품의 품질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를테면 반도체 제조 과정 가운데 식각 공정에 쓰이는 각종 가스의 수분이 정상치를 넘을 경우, 박막의 전기 광학적 성질이 바뀌어 제품의 불량률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그래서 반도체 기술은 이런 불순물 제거기술과 함께 발달해 왔다. 최근 첨단 반도체 공정의 발달은 지난 20년 동안 최대 허용 불순물의 양을 10-4배로 줄임으로서 가능해졌다고 보면 된다.
 
이처럼 최근의 첨단 기술 발전 동향은 점점 더 높은 수분 제거 수준을 요구하고 있고 그 분야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번에 개발된 극미량 표준 수분 발생기는 이름이 수분 발생 장치이지, 아주 낮은 수준으로 수분을 제거한 가스를 만드는 장치로 이해면 된다.

- 반도체 산업에서도 수분 표준에 대해 자체적으로 연구하고 있지는 않은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번 연구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 반도체 산업의 불청객인 수분의 양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수분 표준 발생 장치. 앞으로 그 성능은 더욱 향상될 전망이다. ⓒKRISS

실제 반도체 분야나 가스 회사에서 극미량 수분 측정기를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 고가의 외산 제품이고, ppb 정도의 측정 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계측기들을 점검해 보면 계측기마다 측정값이 적게는 수배에서 많게는 수십배씩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계측기마다 기준이 다르고, 국가 표준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사용자들은 측정기의 신뢰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고, 품질 관리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개발한 극미량 수분 표준기는 이러한 장비들에 표준값을 제공함으로써, 계측기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즉 우리의 표준 장비로 계측기를 주기적으로 교정하면, 측정값을 신뢰할 수 있고 공정의 품질 관리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 ‘이슬점 -120℃인 0.2ppb’의 수분 표준기를 개발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현재 반도체 산업에서 요구하는 극미량 수분은 이슬점 -120℃인 0.2ppb 정도이지만, 아직 세계적으로 이 영역까지 표준을 확립한 나라는 없다. 이는 기술적으로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대용량 냉각 기술과 수분의 흡·탈착 문제 등이다. 아직까지 어느 누구도 해보지 않았으니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

사실 ppb 수준의 극미량 수분 영역에서 표준을 제시하려는 움직임은 최근에서야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동향은 가스 회사나 계측기 회사들에게 국가 표준에 소급된 기준을 제공해 업체의 측정 능력에 신뢰성을 제공하고, 기술 개발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발 빠른 대처는 우리의 표준 능력으로 세계의 표준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표준, 기준을 잡는다는 것은 그래서 의미있는 일이다.
권현숙 객원기자
yakida11@daum.net
저작권자 2012-04-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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