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은 지난 반세기 동안에 DNA의 이중나선 구조 규명, 유전자 암호 해석, 인간게놈프로젝트를 통한 게놈지도 작성과 같은 놀라운 발전을 이룩했다. 또한 암이나 전염병에 대한 치료제 개발에 난항을 거듭하던 가운데 새로운 생물학인 분자생물학이 떠오르면서 점점 그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생물학이 크게 발전한 결과, 오늘날 이와 관련된 윤리적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 교양방송 채널인 프랑스 퀼뛰르(France-Culture)와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le Monde)가 공동으로 마련한 대담을 통해 프랑스가 배출한 두 명의 세계적인 생물학자인 프랑수아 자코브와 피에르 소니고가 생물윤리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프랑스 최고의 지성지 르몽드 8월 26일자에 소개된 이 대담에서 자코브는 “최근 생물학계에 제기되는 윤리적인 문제들은 철저히 분석돼야 한다”면서 “사실상 생물학자들은 이와 같은 윤리적인 문제들에 대한 대응점을 잘 마련하지 못하며 다만 해결책을 제안할 수 있을 뿐”이라고 나름대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생물학자들이 제시하는 대응방안들은 대중과 사회가 받아들여야만 진정한 해결책으로 남을 수 있다”며 대중과 사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아울러 1997년 복제양 돌리의 탄생을 계기로 쟁점화된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는 “생물학자들이 복제를 모든 것을 위한 수단으로 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대중들에게 알려야 한다”며 생물학자 스스로의 의무를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복제를 바탕으로 하여 수많은 불임 가정에게 희망을 주었던 인공수정이 가지는 공헌은 생물학이 세계 인류에 평화를 가져다 줄 수도 있는 대상일 수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피에르 소니고 역시 “당시에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던 인공수정은 오늘날 과학계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계기가 된 사건”이라면서 “정확히 말하면 유전자의 문제가 아니라 생물학자들의 정교하고 세련된 기교일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사실상 이론적으로 난자와 정자가 결합하기만 하면 아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생물윤리법이 개정되면서 시험관에서 수정된 인간배아를 선택할 수 있게 돼 세포이식이 필요한 질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치료에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이것은 자코브가 언급한 것처럼 기술적으로는 가능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실행하느냐 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더욱이 줄기세포 연구에까지 발전하고 있는 시점에서 생물학계가 가지고 있는 윤리적 논쟁과 함께 과학적 진보는 한동안 신이냐 유전자냐의 쟁점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수아 자코브(François Jacob)
프랑스 생물학자. 1920년에 프랑스 낭시에서 태어난 프랑수아 자코브는 파리대학교의 의학부와 과학부에서 각각 1947년과 1954년에 의사자격과 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5년에는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일할 당시 세균의 조절작용에 대한 발견으로 앙드레 르보프(Andre Lwoff), 자크 모노(Jacques Monod)와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피에르 소니고(Pierre Sonigo)
프랑스 생물학자. 1958년에 태어난 피에르 소니고는 1981년에서 1990년까지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HIV(에이즈 바이러스)의 배열측정법 연구에 참여했다. 다양한 바이러스 게놈에 대한 연구를 해왔으며 특히 에이즈 바이러스 배열측정법에 대한 연구에 있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는 프랑스 국립 보건의학연구소(INSERM)의 연구원이자 파리의 코셍 연구소에서 바이러스 유전실험실을 이끌고 있다.
- 한성진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4-09-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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