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관 방문은 어디에서 시작될까요? 오늘날 과학관이 직면한 새로운 과제는 관람객의 방문 여정이 우리가 통제하기도 어려운 수많은 공간에서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국립중앙과학관에서 10월 22일부터 양일간 열린 ‘제16회 국제과학관심포지엄(International Symposium of Science Museums, ISSM)’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제이니 맥레이-팀 영국 과학박물관그룹 최고디지털책임자는 기조강연을 통해 “오늘날 과학관 방문은 정문 등 입구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 웹사이트, 유튜브, SNS, 생성형 AI 등 수많은 디지털 접점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국립중앙과학관이 주관하는 이번 심포지엄은 ‘디지털을 넘어 공간을 넓히다: 과학관과 과학 콘텐츠의 미래’를 주제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국내외 과학관 전문가 및 종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디지털 기술이 일상이 된 시대에 새로운 미디어 기술이 어떻게 과학 경험 방식을 확장할 수 있을지 논의했다.
이은영 국립중앙과학관장은 개회사를 통해 “디지털 공간으로의 확장은 과학관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동시에, 과학관 본연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내고 확장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주제도 안겨주고 있다”며 “이번 행사가 오랫동안 축적해 온 현장 경험을 나누고, 뉴미디어와 AI 기술을 과학관 공간 경험의 확장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람객이 과학관을 방문하게 된 경로
과거에는 관람객이 과학관을 인지하고, 방문을 고려하고, 예약한 다음 실제 방문하는 선형적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오늘날 관람객은 SNS를 보고 흥미를 느끼거나, 다른 관람객의 리뷰와 교통편을 확인하고, 방문 후 사진을 공유하며 다른 관람객의 방문을 유도하는 순환 구조를 보인다. 과학관으로 향하는 출입문이 다양해진 셈이다.
맥레이-팀 영국 과학박물관그룹 최고디지털책임자는 발표에서 과학박물관그룹(Science Museum Group)이 관람객의 방문 경험을 개선하고, 제작한 과학 콘텐츠의 도달 범위를 넓히기 위해 진행한 세 가지 시도와 그 결과를 공유했다. 과학박물관그룹은 런던 과학박물관과 국립철도박물관 등 영국의 대표적인 국립 과학박물관들을 통합 운영하는 공공기관으로, 전시와 교육뿐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과학 대중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첫 번째 시도는 예약 과정을 개선한 것이다. 영국 과학박물관그룹은 무료입장을 기본으로 운영하지만, 일부 유료 체험 프로그램과 온라인을 통한 자발적 기부가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룹은 방문객의 67%가 방문 사전에 온라인으로 유료 프로그램을 예약하며, 방문객의 44%가 방문을 앞둔 마지막 48시간까지 예약을 미룬다는 점에 착안, 예약 과정에 행동과학 원리를 적용했다.
예약을 시작할 때 이미 일부 진행된 것처럼 보이는 진행 막대를 표시해 완료를 유도(진행 효과)하고, 기부금 선택 화면에 구체적인 권장 금액을 제시해 의사결정을 지원(앵커링 효과)했다. 아직 1년 치 자료가 없어 장기적 효과는 검증이 필요하지만, 개편 후 온라인 예약 건당 평균 기부액이 상승하는 긍정적인 초기 결과가 나왔다.
과학 콘텐츠의 성공 비결
두 번째 시도는 유튜브 채널 개편이었다. 영국 국립철도박물관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국립철도박물관은 기존에도 10년 이상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 왔지만, 추가 예산 확보를 통해 전문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롱폼(긴 영상)으로는 큐레이터와 전문가가 소장품의 기술적·역사적 의미를 깊이 설명하는 콘텐츠, 숏폼(짧은 영상)으로는 새로운 시청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다양한 주제와 출연자를 활용하는 전략을 썼다. 동시에 철도 애호가들과 지속적인 대화 및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해 팟캐스트도 운영했다.
맥레이-팀 최고디지털책임자는 “‘숏폼의 시대’라고 생각되지만, 흥미롭게도 롱폼이 여전히 경쟁력이 있었다”며 “짧은 영상은 새로운 관객 유입에 유리하지만, 긴 영상은 지속적인 관심과 심층적인 과학 지식 전달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같은 전략을 사용해도 런던 과학박물관의 유튜브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달성하지 못했다. 우주, 의학, 수학, 에너지 등 주제가 다양한 것이 채널 성장에는 오히려 독이 됐다. 맥레이-팀 최고디지털책임자는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전문성, 그리고 지속 가능한 정기 발행 체계가 과학관 유튜브의 성공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AI가 선호하는 웹페이지 만들기
세 번째 시도는 AI 시대에 발맞춘 웹페이지 개선이다. 과거에는 관람객이 과학관 웹사이트에 접속해 정보를 얻었지만, 이제는 ChatGPT나 Gemini 같은 AI 서비스에 질문해 웹사이트에 접속하지 않고 관람 계획을 세운다. ‘제로 클릭(Zero-click)’ 여정인 셈이다.
이에 그룹은 검색엔진최적화(SEO) 분석 도구인 ‘셈러시(Semrush)’를 활용해 생성형 AI 검색에서 과학관의 노출 수준을 측정했다. 셈러시는 챗GPT 등 AI가 생성한 답변에 특정 기관이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 경쟁 기관과 비교해 분석하는 플랫폼이다. 도출된 AI 가시성 점수는 100점 만점에 62점이었다.
현재는 AI 가시성을 높이기 위한 웹페이지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와 방문하기 좋은 곳’, ‘런던 5일 여행’ 등 실제 관람객이 AI에게 할법한 질문에 맞춘 안내 페이지를 작성하는가 하면 AI가 최신 전시와 특별행사 정보를 쉽게 읽고 활용할 수 있도록 콘텐츠의 구조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
맥레이-팀 영국 과학박물관그룹 최고디지털책임자는 “홈페이지, 유튜브 등을 통해 과학 콘텐츠를 접한 사람이 반드시 과학관을 방문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학 지식 확산 자체가 공공 과학기관의 중요한 성과”라며 “과학관의 역할이 물리적 공간 안에서 과학을 전달하는 기관에서,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관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기관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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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6-10-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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