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에게 질문을 하면 화면에 ‘생각 중…’이라는 표시가 뜬다. 길게 느껴지는 그 짧은 시간. AI는 정말 우리처럼 생각하고 있을까. 생각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걸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과학과 예술, 인문학의 시각에서 탐구해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국립중앙과학관이 7월 14일부터 10월 18일까지 창의나래관 특별전시실에서 개최 중인 ‘생각 중(Thinking or Calculating)’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노릇노릇 구워지는 빵을 보면 ‘맛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입맛을 다신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언을 남긴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생각하는 정신과 물질로서의 몸을 분리해서 보았다. 반면, 또 다른 철학자인 바뤼흐 스피노자는 정신과 몸이 하나의 실체가 갖는 두 측면이라고 봤다. 현대의 인지과학은 생각이 뇌를 넘어 몸 전체와 환경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로 설명한다.
갓 구워진 빵의 모습을 본 AI 역시 우리 생각의 결과물과 비슷한 문장을 내놓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AI의 생각일까. AI는 학습 데이터 안에서 자주 나타나는 패턴을 찾아내고, 주어진 질문 다음에 어떤 단어가 올 확률이 가장 높은지를 계산한다. 그 계산을 반복해서 문장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이건 ‘생각’이 아닌 ‘계산’일까. 철학자들, 그리고 현대과학이 정의하는 생각의 관점이 나뉘듯,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쉽지 않다. 인간의 뇌도 AI와 같은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살아오면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고, 그 예측에 따라 행동을 결정한다.
생각은 어디서 시작될까
<생각 중>은 이처럼 관람객이 생각의 과정을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할 수 있는 네 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특히, 3부 ‘생각과 우리 몸’ 전시 공간은 이번 전시의 별미다. 3부 전시에는 생각하는 자세를 담은 두 조각상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하 반가사유상)’과 ‘생각하는 사람’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현대 과학에서는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등 장비로 뇌 활동을 촬영해 생각을 파악한다. 생각이 뇌 활동의 패턴으로 보이는 것은 뇌가 전기와 화학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순간 신경세포는 전기 신호를 일으키고, 그 신호는 다시 화학물질을 통해 다음 신경세포로 전달된다. 이 과정은 뇌 전체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며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계속된다.
오늘날의 뇌 과학은 마음 상태에 따라 뇌파가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평온하고 이완된 상태에서는 알파파가, 각성하고 집중한 상태에서는 베타파가 우세해진다. 몸의 자세와 마음의 상태를 서로 맞물려 있다. 하지만 과학이 이를 설명하기 훨씬 이전, 뇌파 측정 기술이 없던 시대에도 예술가들은 생각이 몸의 자세로 드러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사례로 소개된 예술품이 ‘반가사유상’과 ‘생각하는 사람’ 조각이다.
서로 다른 문명에서 태어난 동양의 ‘반가사유상’과 서양의 ‘생각하는 사람’은 생각하는 인간을 완전히 다른 자세로 빚어냈다. 하나는 평온한 생각을, 다른 하나는 고뇌하는 생각을 몸의 모습으로 보여준다. ‘생각하는 사람’ 속 인물은 근육 곳곳이 긴장해 있고, 몸이 강하게 비틀린 엇갈린 자세와 앞으로 기울어진 몸으로 표현됐다. 반면 ‘반가사유상’은 근육 어느 곳도 긴장한 곳이 없이 이완되어 있고 발가락 끝에만 미세하게 힘이 들어가 있는 사유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전시는 두 모형의 뇌파 변화를 구현한 미디어아트를 통해 생각과 몸의 연결성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각성 상태인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집중해서 일하거나 복잡한 문제를 풀 때 측정되는 뇌파인 ‘베타파’가 우세해지고, 평온한 ‘반가사유상’에게는 명상이나 휴식 중에 측정되는 뇌파인 ‘알파파’가 우세해지는 식이다.
나의 생각 MBTI는?
전시의 마지막 공간 ‘생각은 몸이 필요할까?’에서는 로봇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소개하며, 생각이 인간의 몸을 넘어 기술과 연결되는 미래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이 공간에서는 상설 프로그램 ‘POSE 16: 나의 생각하는 자세’가 운영된다.
생각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조용히 관찰하며 생각을 시작하고, 어떤 사람은 직접 부딪히며 답을 찾는다. 생각하는 방식을 들여다보는 것은, 생각 자체를 이해하는 또 다른 출발점이다. 상설 프로그램에서는 간단한 몇 가지의 질문을 통해 관람객의 ‘생각 MBTI’, ‘POSE 16’을 진단하고, 사고 유형 포토카드도 수령할 수 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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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6-08-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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