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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타가 간다
김현정 리포터
2026-03-31

‘쿠키’의 용기로 되살아난 대한제국의 꿈 게임 IP와 국가유산의 결합, 덕수궁 돈덕전 ‘쿠키런: 사라진 국가유산을 찾아서’ 전시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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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IP와 국가유산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전시가 열렸다. 데브시스터즈와 국가유산청이 공동 개최한 특별전 〈쿠키런: 사라진 국가유산을 찾아서〉가 덕수궁 돈덕전에서 열리고 있다. 전 세계 3억 명이 즐기는 모바일 게임 ‘쿠키런’의 쿠키 캐릭터들이 120년 전 대한제국의 미완의 꿈을 되찾는다는 서사를 중심으로 왕실 유물과 국가무형유산 장인 협업 작품, 가로 27m 규모의 LED 미디어아트가 한 공간에 펼쳐진다. 

게임 IP와 문화유산 보존, 디지털 기술이 결합하는 동시대 문화유산 활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에 사이언스타임즈가 다녀왔다. 

게임 IP와 국가유산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전시, '쿠키런: 사라진 국가유산을 찾아서'가 덕수궁 돈덕전에서 열리고 있다. Ⓒ국가유산청 
게임 IP와 국가유산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전시, '쿠키런: 사라진 국가유산을 찾아서'가 덕수궁 돈덕전에서 열리고 있다. Ⓒ국가유산청 


황제의 공간을 채운 ‘쿠키들’ 

고종 황제는 1897년 덕수궁에서 대한제국 수립을 선포했다. 조선이 더 이상 청나라의 속국이 아닌 자주적 근대 국가임을 대내외에 선언한 사건이었다. 대한제국은 황제국 체제를 표방하며 독립 국가로서의 상징과 제도를 정비했지만, 그 구상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만약 그가 구상했던 근대 국가의 이상이 이어졌다면 오늘의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이번 전시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2층 전시장부의 도입 영상에서는 쿠키런 세계관의 캐릭터들이 대한제국의 상징적 유산을 찾는 임무를 부여받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게임 성우가 직접 참여한 음성 연출은 기존 이용자에게 익숙한 서사를 유지하면서 전시 맥락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관람객은 쿠키런 캐릭터를 따라 ‘실현되지 못한 역사’를 따라가는 서사적 여정 속으로 자연스럽게 진입하게 된다.

이러한 상상은 실제 대한제국의 외교 공간이었던 돈덕전이라는 장소와 만나면서 더욱 구체적인 맥락을 얻는다. 총 5부로 구성된 전시장에는 『대례의궤』를 비롯한 대한제국 시기 기록물과 유물 40여 점, 쿠키 캐릭터로 재해석한 상상화 3점, 그리고 국가무형유산 보유자 5인이 특별 제작한 협업 작품이 함께 배치돼 있다. 역사 기록과 게임 IP가 하나의 동선 안에서 연결되며 관람객은 ‘실현되지 못한 역사’라는 가정을 전시 경험 속에서 따라가게 된다.

전시 기획 및 현장 큐레이션을 맡은 데브시스터즈의 장예준 그룹장은 “쿠키런 IP를 종합적으로 활용해 박물관 전시 특유의 무거움을 걷어내고 친근감 있는 전시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역사 기록과 게임 IP가 하나의 동선 안에서 연결되며 관람객은 ‘실현되지 못한 역사’라는 가정을 전시 경험 속에서 따라가게 된다. Ⓒ사이언스타임즈 김현정 
역사 기록과 게임 IP가 하나의 동선 안에서 연결되며 관람객은 ‘실현되지 못한 역사’라는 가정을 전시 경험 속에서 따라가게 된다. Ⓒ사이언스타임즈 김현정 

 

27m LED 미디어월, 국내 박물관 전시의 새 기준

이번 전시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주목되는 요소는 1층 전시장 벽면을 가로지르는 대형 LED 미디어월이다. 가로 27m 규모로 구현된 영상은 ‘쿠키런 상상화 3: 꺼지지 않을 희망의 빛’을 기반으로 제작된 무빙 아트로, 대한제국이 식민지 시기를 겪지 않고 근대화를 이루었다는 가상의 서울 풍경을 시각적으로 펼쳐낸다. 회화 이미지에 움직임과 시간성을 더해 평면 작품을 공간 경험으로 확장한 사례다.

영상에는 한성의 도시 구조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상상 속 근대 도시와 현대 서울의 풍경이 함께 등장한다. 서울타워, 국회의사당, 경복궁 등 실제 도시의 랜드마크가 화면 속에 배치되고, 그 사이를 쿠키 캐릭터가 이동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관람객이 서사적 단서를 발견하도록 유도한다. 정지된 회화를 단순히 확대하는 방식이 아니라 디지털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해 장면이 변화하도록 설계한 점이 특징이다.

대형 LED 패널을 활용한 전시 연출은 최근 박물관·미술관에서 점차 확대되는 경향을 보인다. 디지털 매체를 활용해 역사적 상상력을 시각화하고 관람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전통 회화 형식을 차용한 상상화를 디지털 미디어로 재구성함으로써 문화유산 해석 방식이 기술과 함께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로 27m 규모의 미디어월에는 대한제국이 식민지 시기를 겪지 않고 근대화를 이루었다는 가상의 서울 풍경을 표현한 무빙 아트가 자리해 있다. Ⓒ사이언스타임즈 김현정
가로 27m 규모의 미디어월에는 대한제국이 식민지 시기를 겪지 않고 근대화를 이루었다는 가상의 서울 풍경을 표현한 무빙 아트가 자리해 있다. Ⓒ사이언스타임즈 김현정


IP와 과학기술의 미래, K-헤리티지의 새로운 경로

이번 전시는 민관협력 구조 속에서 추진된 프로젝트다. 데브시스터즈는 2023년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 홍보 및 해외 유산 환수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국가유산 활용과 인식 확산을 위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 대한국새 복원품 역시 이러한 협력의 연장선에서 추진된 사례로, 전시 종료 이후 덕수궁에 기증될 예정이다.

쿠키런은 전 세계 누적 이용자 3억 명 이상을 확보한 데브시스터즈의 대표 IP다. 이미 대중에게 친숙한 캐릭터 서사는 문화유산을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매개로 작동한다. 게임을 통해 형성된 친숙성이 실제 유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방식은 IP가 문화유산 전달 체계에서 새로운 접점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 측면에서는 기록 기반 복원의 의미가 주목된다. 대한국새는 1897년 대한제국 선포 이후 제작된 국새로,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1946년 반환됐으나 한국전쟁을 거치며 실물이 소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보인부신총수』와 『대례의궤』에 남아 있는 도설과 제작 규정을 토대로 복원이 가능했다. 문헌 기록과 전통 공예 기술이 결합할 경우 실물이 남아 있지 않은 유산도 재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록 자료의 체계적 축적과 활용이 문화유산 보존 기술에서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지점이다.

장예준 그룹장은 “IP는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매개이기 때문에 익숙한 캐릭터를 통해 문화유산에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이번 협업의 중요한 목표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게임 IP와 국가유산 협업이 문화유산 향유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유산은 더 이상 과거의 기록에 머무르지 않고, 또 디지털 기술과 콘텐츠 산업이 결합하면서 유산을 경험하는 방식 역시 확장되고 있다. 

〈쿠키런: 사라진 국가유산을 찾아서〉는 4월 5일까지 덕수궁 돈덕전에서 진행된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6-03-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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