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티슈는 일상에서 가장 쉽게 손에 잡히는 위생용품 중 하나다. 쓰느냐, 마느냐가 선택지가 될 이유가 되지 않을 만큼 편리하고 익숙하다.
그래서 ‘물티슈 사용,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막상 답하려 들면 쉽지 않다. 위생과 편의성, 화학물질 문제와 폐기물 부담이 동시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2025 청소년 과학탐구대회 과학토론 부문 대상은 이 질문을 찬반으로 나누지 않고, 선택의 구조 자체를 분석한 팀에게 돌아갔다. 강원과학고등학교 2학년 유승원·박찬웅 학생은 물티슈 사용을 하나의 ‘편의’가 아니라, 여러 대안 중 하나의 선택지로 놓고 토론을 설계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대회 이후 두 학생과 지도교사를 서면 인터뷰로 만나 토론의 출발점과 준비 과정을 들었다.
토론이 아니라 ‘토의’에 가까웠다
학생들은 이번 논제가 일반적인 과학토론과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유승원 학생은 “찬성과 반대를 정해 놓고 주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문제를 두고 여러 방향을 검토하는 토의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이렇게 인식한 학생들은 개요서 작성 방식부터 다르게 접근했다. 처음부터 옳고 그름을 정해두면 자료가 한쪽으로만 모이게 되기 때문에 발생 가능성이 있는 문제들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먼저 현재 사용되고 있는 물티슈의 종류를 분류하고, 각 제품에 포함된 화학물질을 작용기 단위로 분석했다. 물티슈 사용이 인체에 미칠 수 있는 영향뿐 아니라, 사용 이후 발생하는 추가 폐기물 문제까지 함께 검토했다. 그 후에 물티슈 사용을 전제로 한 개선책보다 대체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검토해 개요서에 반영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했던 기준은 ‘기술적으로 가능한가’보다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가’였다. 학생들은 “기술적으로 멋진 해결책보다, 실제로 쓰일 수 있는 방안을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생성형 AI, 쓰되 맡기지는 않았다
이번 대회는 생성형 AI 활용이 허용된 첫 해였다. 하지만 대상팀은 AI의 허용에 스스로 제한을 두었다고 했다. AI는 자료 검색과 선행 연구 탐색 단계에서만 사용하고, 주장과 결론을 구성하는 과정에는 개입시키지 않는 식으로.
유승원 학생은 “AI가 찾아준 자료를 그대로 쓰기보다는 그 자료가 정말 주장에 맞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더 들었다”고 말했다. 출처가 제시된 자료도 원문을 다시 확인했고, 요약 과정에서 의미가 바뀌지 않았는지도 점검했다.
학생들은 이번 경험을 통해 AI가 사고를 대신해 주지는 않으며, 오히려 검증 부담을 늘릴 수도 있다는 점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무대보다 길었던 준비 시간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학생들은 토론 장면보다 준비 과정을 먼저 떠올렸다. 특히 지도교사와 함께 논리의 빈틈을 점검하던 시간이 컸단다. 말버릇, 주장 전개 순서, 반론에 대한 대응 방식까지 반복해서 점검했다.
박찬웅 학생은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 토론 흐름을 다시 짜던 시간이 가장 선명하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주장을 살리기 위해 다른 주장을 포기해야 했던 순간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선택이 토론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수상의 기쁨도 크지만, 그 과정을 통해 얻은 게 크다고 했다. 물티슈라는 하나의 주제를 다뤘지만, 이 경험은 이후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특히 무엇을 주장할지보다 어떤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지를 먼저 따지게 됐다고 전했다.
과학탐구대회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는 “많이 아는 것보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말하는 연습이 더 중요하다”고 전하고 싶단다. 토론은 지식을 나열하는 자리가 아니라, 판단의 근거를 드러내는 과정을 경험한 데서 나오는 조언이라고 했다.
질문하는 법을 연습하도록
이번 과학토론을 지도한 강원과학고등학교 김상욱 교사는 이번 대회를 결과보다 과정의 문제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수상 자체보다 준비 과정에서 학생들이 질문을 다루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지켜보는 데 더 많은 의미를 두었다는 설명이다.
김 교사는 “토론을 잘하라고 지도하기보다 어떤 질문이 토론을 앞으로 움직이는지를 함께 살폈다”고 말했다. 질문을 정리하고 다시 묻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는 것이다. 또한, 일상과 가까운 주제일수록 교사의 개입이 많아지기 쉽지만, 그는 의도적으로 한 걸음 물러서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의 범위를 정하도록 기다렸다고 했다.
김 교사는 이번 결과를 단기간의 성과로 보지 않는다. “여러 번의 도전과 수정, 반복된 연습이 쌓여 나온 결과”라며, “무엇보다 자신의 주장에 집착하기보다 더 나은 방향을 찾으려는 태도를 끝까지 유지한 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지도교사로서 그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덧붙였다. “이번 우승이 하나의 결과로만 남지 않기를 바란다. 함께 고민하고 조율했던 과정이 앞으로 더 큰 도전을 만났을 때 분명한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김 교사는 “두 학생이 앞으로도 질문을 멈추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해가길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말했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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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6-01-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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