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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타가 간다
정회빈 리포터
2025-12-26

과학으로 소통하는 과학기술문화 컨퍼런스 개최 과학문화 활동 관계자와 과학기술인들이 모여 모여 지속 가능한 과학문화 생태계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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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과학기술문화 컨퍼런스가 12/22(월) 서울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었다. Ⓒ 사이언스타임즈 정회빈 리포터
2025 과학기술문화 컨퍼런스가 12/22(월) 서울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었다. Ⓒ 사이언스타임즈 정회빈 리포터

연말을 앞둔 12월 22일(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과학기술컨벤션센터 국제회의장에서 2025 과학기술문화 컨퍼런스가 개최되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과학문화 활동 관계자와 과학기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성과와 다양한 정책 의제를 공유하고, 지속 가능한 과학문화 생태계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번 컨퍼런스의 주제는 ‘‘사이’의 과학: 소통과 융합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성장’이다. 여기서 ‘사이’는 관계를 뜻하는 말로, 개인의 삶과 사회 전반에 과학문화와의 관계를 형성하고 경험을 넓힘으로써 미래 사회를 함께 그려나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서 인간의 관계망도 확장

가천대학교 장대익 학장이 ‘관계의 진화: 도구, 파트너, 동반자’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사이언스타임즈 정회빈 리포터
가천대학교 장대익 학장이 ‘관계의 진화: 도구, 파트너, 동반자’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사이언스타임즈 정회빈 리포터

컨퍼런스의 문을 연 기조강연에서는 가천대학교 스타트업칼리지 장대익 학장이 ‘관계의 진화: 도구, 파트너, 동반자’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장대익 학장은 인간에게 있어서 관계의 의미를 살펴보고 인공지능(AI)과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발표하였다. 인간은 약한 신체 능력 탓에 타인의 도움에 의존하며 진화하였는데, 이러한 관계 의존적 특징 때문에 외로움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물리적인 고통과 유사한 뇌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그는 일주일간 사용했던 인공지능 비서를 떠나보낼 때 실험 참가자가 눈물을 보이며 힘들어하는 영상을 보여주며, 인공지능이 일상에 스며든다는 것은 인간의 관계망이 새로운 존재로까지 확장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KAIST 서용석 교수는 초불확실성 시대에 필요한 미래 문해력에 대하여 강연하였다. Ⓒ 사이언스타임즈 정회빈 리포터
KAIST 서용석 교수는 초불확실성 시대에 필요한 미래 문해력에 대하여 강연하였다. Ⓒ 사이언스타임즈 정회빈 리포터

이어진 특별강연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의 서용석 교수가 ‘대전환기 초불확실성 시대의 미래 문해력’을 주제로 발표하였다. 서용석 교수는 과학기술 발전과 인구 구조, 기후 환경 변화 등 거대한 전환 속에 살고있는 현재를 초불확실성 시대라고 진단하며, 이러한 시대에 필요한 핵심 역량으로서 미래 문해력을 제시했다. 미래 문해력을 이루는 축으로는 기술 문해력과 적응력, 예상치 못한 위기에 기민하게 대응하여 기회로 전환하는 에질리언스, AI 시대에 더 중요해지는 공감 기반의 윤리적 가치 판단력 등을 짚었다. 특히 나다움(authentic self)은 AI가 결코 모방할 수 없는 인간의 본질이라 강조하며, 무엇이 진정한 나다움인지 찾아야 미래를 능동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자와 미디어를 연결하는 SMCK 출범

오후에는 정책 의제별로 세션이 나뉘어 동시에 진행되었다. ‘참여로서 과학’ 내 세부 세션인 ‘과학기술과 사회를 잇는 연결의 미디어’에서는 과학기술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과학자가 대중들과 소통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이를 위해 연구자와 언론을 연결하는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SMCK) 설립 등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해 나갈지 논의하는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박근엽 실장이 소통의 중요성을 레이싱과 게임을 예로 들며 설명하고 있다. Ⓒ 사이언스타임즈 정회빈 리포터
한국원자력연구원 박근엽 실장이 소통의 중요성을 레이싱과 게임을 예로 들며 설명하고 있다. Ⓒ 사이언스타임즈 정회빈 리포터

발제에 나선 박근엽 한국원자력연구원 기술정책연구실장은 자신이 처음 대중과 소통하게 된 계기가 어린이를 위한 글쓰기였다고 회상했다. 처음에는 두렵고 겁도 났지만 막상 해보니 의외로 할 만했고, 한 번 글을 쓰고 나니 또 다른 연락이 오면서 소통이 계속 이어졌다고 한다. 또한 원자력에 대한 대중의 오해를 풀어야 한다는 작은 소명의식과 보람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중과 소통하는 기회가 아직 없었다면 “딱 한 번이라도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세상에 내보이는 경험을 꼭 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화학연구원 양경욱 실장이 기관이 과학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이언스타임즈 정회빈 리포터
한국화학연구원 양경욱 실장이 기관이 과학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이언스타임즈 정회빈 리포터

이어 발표를 이어간 양경욱 한국화학연구원 대외협력실장은 기관이 과학소통을 중요한 가치로 보는 이유를 “연구성과 소통을 통해 기관의 필요성이 확산되고, 이는 곧 기관 존속과도 연결된다”는 점으로 꼽았다. 화학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오해를 낮추고 국민의 화학에 대한 상식을 높이는 일도 필요하다고 했다. 화학연은 과학소통 활동을 평가에 반영하는 등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고 ‘화학대중화 앰버서더’ 운영을 통해 참여 문화를 바꾸고 있다. 특히 동료 연구자들이 과학소통을 지지하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하며, 우리나라도 NASA처럼 연구 성과의 대국민 소통이 ‘업무’가 아닌 ‘임무’가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근영 SMCK 센터장은 해외에서 사회적 갈등을 키울 수 있는 과학기술 이슈에서 주류 과학자의 객관적 의견을 신속히 전달하기 위해 SMC가 탄생했다는 배경을 설명한 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SMCK가 설립되어 과학기술과 미디어를 잇는 안전한 소통 통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SMCK의 목표는 사회적 혼란의 사전 완화, 과학기술 이해 증진, 과학자의 안전한 소통 경로 제공이며, 핵심 기능은 전문가 의견 제공, 미디어 브리핑, 교육 프로그램, 전문가 정보 제공 등이다. 올해는 코로나19 백신과 암 발생을 둘러싼 논문 논란, 누리호 발사, GLP-1 비만 치료 관련 가이드 등에서 전문가들의 관점을 정리하여 전달한 사례를 소개하며, 미디어의 속도와 과학의 전문성 사이에 간극을 줄이는 가교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과학자가 존중받는 사회를 위하여

‘성장으로서 과학’ 내 세부 세션인 ‘Respect Makes Science – 존중이 만드는 연구의 동력’이 진행 중이다. Ⓒ 사이언스타임즈 정회빈 리포터
‘성장으로서 과학’ 내 세부 세션인 ‘Respect Makes Science – 존중이 만드는 연구의 동력’이 진행 중이다. Ⓒ 사이언스타임즈 정회빈 리포터

‘성장으로서 과학’ 세션 중 하나로 진행된 ‘Respect Makes Science – 존중이 만드는 연구의 동력’에서는 과학기술인의 현실적 처우와 사기 저하가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금전적 보상만으로는 연구자의 동기와 행복을 지키기 어려운 만큼 존중과 자긍심이라는 감성적 보상과 이를 뒷받침할 문화적 환경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 아래 발표가 이루어졌다.


김윤영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과학기술 패러다임이 양적 평가가 가능했던 기술 중심에서 질적으로 평가해야 할 과학과 공학 중심으로 이동했음에도, 과거의 잣대로 연구를 평가하면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과학자와 공학자를 경제 개발의 도구로만 보지 말고 지식 기반 엘리트 집단으로서 국가 정책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변화가 필요하며, 정책 자문을 넘어 정책설계자로 역할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학교 윤효재 교수가 ‘연구자의 눈으로 바라본 과학기술인의 현실과 회복의 조건’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사이언스타임즈 정회빈 리포터
고려대학교 윤효재 교수가 ‘연구자의 눈으로 바라본 과학기술인의 현실과 회복의 조건’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사이언스타임즈 정회빈 리포터

윤효재 고려대 교수는 학생 면담에서 “과학자는 노력에 비해 보상이 적고, 주연이 아닌 조연 같다”는 사례를 소개하며, 연구의 불확실성이 대중에게는 세금 먹는 공룡으로 비춰질 수 있으며 그 결과 연구자의 자존감이 흔들린다고 말했다. 반면 독일은 지식 생산이 곧 공공재라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과학기술인을 영웅으로 대접하는 분위기를 언급하며, 우리 사회도 과학기술인이 주연이 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KBS 다큐 ‘인재전쟁’을 만든 정용재 PD는 올해 1월 딥시크의 등장으로 엔비디아 주가가 급락한 사건을 계기로 “지금 세계 AI 판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중국에 있는 중국인과 미국에 있는 중국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재 지형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1년 이후 꾸준하게 증가해온 중국의 R&D 투자 덕분에 항저우에는 젊은 CEO들이 이끄는 벤처 생태계가 출현했고 엔지니어를 롤모델로 여기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반면 국내에서는 공학이 좋아도 부모가 의대를 권유하며 반수를 하는 학생이 많고, 의사와 IT 종사자 사이의 큰 연봉 격차가 그 선택을 더욱 강요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종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로봇응용연구실 책임연구원은 연구 결과를 논문 대신 유튜브에 동영상으로 공개하며 소통을 시작한 경험을 공유했다. 영상은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연구 내용을 전달하며 새로운 소통 접점을 만들었지만, 동시에 과학계 안에서 소통을 소위 ‘나대는 일’로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는 점도 솔직하게 언급했다. 발표자들은 존중을 제도와 문화로 뒷받침하고 연구자가 안전하게 소통할 수 있는 경험과 기회를 넓히는 일이 지속 가능한 연구 생태계를 만드는 조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이’의 과학을 현장에서 실천해야

과학은 연구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과학자와 시민, 정책과 현장 사이를 이어 줄 때 비로소 문화가 된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그 사이를 어떻게 설계하고 넓힐지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보여주었다. 이번 논의를 현장에서 실천함으로써, 더 많은 시민들이 과학을 통해 연결되고 성장하는 과학문화 생태계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정회빈 리포터
acochi@hanmail.net
저작권자 2025-12-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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