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존재가 되려는 ‘불로장생’의 꿈꿔왔다. 긴 역사에서 반복된, 실현할 수 없더라도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본능이다. ‘불로초’를 구하려고 천하를 뒤지게 했던 중국의 진시황과 영생의 비밀을 찾아 신에게 도전한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길가메시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건강한 생명 연장의 욕망은 한층 더 구체화 됐다.
생명과 시간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첨단 과학기술과 연계해 그려낸 작품이 국립중앙과학관에 전시됐다. 조미예 작가와 김보경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가 협업하여 전시한 작품 ‘미미한 노화의 신화; 영생의 유혹’이다.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은 ‘세포의 운명을 조절하는 염색체’를 주제로 협업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근원적 욕망인 ‘영생’을 탐구하게 됐다.
조미예 작가는 염색체 말단의 ‘텔로미어’를 신화 속 불사의 상징인 불로초로 치환하여, 고대의 상징과 생명과학의 언어를 결합한 새로운 서사를 구축했다. 텔로미어는 세포 분열 과정에서 점차 짧아지며, 일정 길이에 도달하면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고 사멸한다. 복원 효소인 ‘텔로머레이즈’는 텔로미어를 유지하게 해 생물학적 영생의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과도할 활성은 암세포의 무한 증식과도 연결된다. 영생을 위한 기술이 곧 죽음의 위험을 내포하는 셈이다. 조 작가의 작품에서는 생명과 시간, 존재를 통제하려는 인간의 반복되는 욕망과 영생의 역설이 담겨 있었다.
올해로 15주년을 맞이한 ‘아티언스 대전’
대전문화재단은 국립중앙과학관 미래기술관 3층 특별전시관에서 ‘아티언스 대전: 지평 너머의 감각’을 10월 24일부터 11월 2일까지 열었다. 아티언스 대전은 과학도시 대전의 풍부한 기술 인프라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가 만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융합 가능성을 탐구하는 융복합 창작 프로젝트로 2011년 처음 시작됐다.
15주년을 맞이하는 이번 행사의 주제는 ‘지평 너머의 감각’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존의 개념들이 융합하고 해체되며, 이를 통해 새로운 질서와 감각이 형성되고, 재탄생하는 현상을 예술적 언어로 풀어냈다. 이번 전시에는 9명의 예술가와 9개 연구기관의 과학자들이 2년간 협업한 결과물이 공개됐다.
김한비 작가와 신호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가 협업한 작품 ‘테라리움’ 전시 공간에는 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전시 공간에 들어서면 촛불이 켜지고, 생동감이 없던 공간에 형형색색 버섯과 이끼가 자라나며 숲이 생겼다. 열을 전기로 변환하는 ‘열전현상’을 작품에 적용한 것이다.
김 작가는 촛불을 켜면 작동하는 작품 ‘테라리움’을 통해 숲이 불타 사라진 뒤 버섯과 이끼가 자라나 다시 숲을 이루는 순환을 재현했다. 우리가 에너지를 사용하면 무질서한 열이 남는다. 반면, 열전현상은 무질서한 열에너지를 다시금 유용한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물리적 현상이다. 작가는 이를 무질서와 불확실성 속에서 오히려 안정감을 느끼는 인간의 역설적인 심리와 연결해 작품을 펴냈다.
한편, 이현민 작가와 조지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박사는 ‘Chronoscanner(시간 단층 스캐너)’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두 사람은 인체 내부 구조를 비침습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의학 영상 기법인 MRI(자기공명영상)를 주제로 협업했다.
이 작가는 존재하지만 인지되지 못하는 현상들을 소리와 시각적 정보를 바탕으로 공간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감각의 경계를 탐구해 온 인물이다. 이번 협업 과정에서 이 작가는 MRI 촬영의 순간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데이터를 얻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MRI 시스템에서 사용되는 여러 이론과 데이터들을 사운드와 이미지로 치환함으로써, 새로운 오디오비주얼 작품을 펴냈다.
이 밖에도 이번 아티언스 대전 행사에는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세계를 표현한 라이브 퍼포먼스, DNA 체험 워크숍, 토크쇼, 오토마타 체험 등 특별한 행사가 함께 진행됐다. 대전과학문화재단은 이번 행사의 관람객 수가 전년 대비 약 4배 증가한 5,000명 이상으로 집계했다.
백춘희 대표이사는 “아티언스 대전을 전시 운영만이 아닌 융복합 문화예술 페스티벌로 확대 추진하면서 장르를 뛰어넘는 새로운 예술 세계를 확장했다”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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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11-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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