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글자보다 표정이 섞인 그림 한 개가 더 와닿을 때가 있다. 스마트폰과 메신저 앱이 보편화되면서 사용자들은 표정을 표현한 간단한 그림 즉, 이모지(emoji)를 텍스트 메시지에 섞어 쓰는 일이 크게 늘었다. 웃고 우는 등 다양한 표정과 생활 속 사물들을 단순화한 이모지는 문자만으로 대화할 때 전달하기 힘든 감정 표현을 돕는다.
한국인은 이모지를 사랑한다
이모지의 역사는 일본에서 시작됐다. 일본의 통신사인 NTT도코모가 1999년 가로 12픽셀, 세로 12픽셀의 이모지를 처음 선보였다. 처음엔 인기가 없었지만,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자판에 숨어있던 이모지들이 텍스트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2022년 어도비가 발표한 ‘크리에이티브의 미래: 2022 글로벌 이모지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이모지는 직장 내 효율성 향상부터 연인과의 관계, 온라인 활동까지 일상 전반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서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도비가 한국을 비롯한 7개 국가 이모지 사용자 1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언어 장벽을 뛰어넘는 의사소통과 자기표현, 간편한 아이디어 공유에 이모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인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이모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단어를 이모지로 대체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한국인 응답자의 76%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세계 평균인 68%보다 높은 수치다. 한국인 응답자의 93%는 이모지를 사용할 때 대화 상대에 대해 공감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절반 이상(56%)이 말보다는 이모지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답했다.
이모지에 대한 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
특정 메신저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이모티콘과 달리 이모지는 각 그림이 특정한 유니코드를 갖고 있어서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거의 모든 응답자(96%)가 최신 이모지의 의미를 알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렇다면 국적 불문, 나이 불문, 성별을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의 이모지의 의미를 정확히 해석하고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은 최근의 연구에서 얻을 수 있다. 영국 노팅엄대 연구진은 성별, 문화, 나이에 따른 이모지 해석 차이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지난 15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했다.
우선 연구진은 18~84세의 중국인 253명, 영국인 270명을 모집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여러 플랫폼에서 두루 쓰이는 6가지의 이모지를 리뷰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각 이모지를 행복, 역겨움, 공포, 슬픔, 놀람, 화남을 나타내는 이모지로 라벨링했다. 6가지 감정에 대한 애플, 윈도우, 안드로이드, 위챗 플랫폼의 이모지 등 총 24가지의 이모지를 참가자들에게 보여주며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평가했다. 각 플랫폼의 이모지는 조금씩 형태가 다르다.
분석 결과, 여성은 남성보다 전반적으로 모든 이모지의 의미를 의도대로 정확하게 해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참가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해석이 의도와 일치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났다.
성별, 나이에 비해 문화적 차이에 따른 차이는 크게 나타났다. 가령, 슬픔을 표현한 이모지를 영국인들은 대부분 슬픔을 표현한다고 인식했지만, 중국인들은 절반 정도만 슬픔을 표현한다고 인식했다. 전반적으로 영국인 참가자들이 중국인 참가자들에 비해 대부분의 이모지를 의도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6가지의 이모지 유형만을 연구에 활용했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모든 이미지로 확대해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연구는 이모지를 사용할 때 맥락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텍스트와 함께 사용되는 전후 맥락을 고려하여 이모지 해석의 차이를 조사하는 연구로 확장돼야 할 것”이라며 “이모지의 모호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별, 나이, 문화를 넘나드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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