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과학단지, 56년 만에 다시 그린다
영국 케임브리지 밀턴 로드에 있는 케임브리지 사이언스 파크는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해당 장소는 블루투스, 암 치료제, 휴대폰 칩이 탄생한 곳인데, 1970년 트리니티 칼리지 케임브리지가 세운 이 단지는 유럽 최초의 과학단지라는 점도 매우 특별하다. 물론, 지금도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과학단지다. 그리고 지금, 이 단지가 56년 만에 전혀 다른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케임브리지 사이언스 파크는 최근 그레이터 케임브리지 통합 도시계획 서비스에 재개발 계획안을 제출했다. 계획이 승인되면 연간 경제적 산출이 지금의 세 배인 30억 파운드(약 5조 4천억 원)에 달하고, 2만 개의 새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케임브리지 현상'의 출발점
케임브리지 사이언스 파크는 영국 기술 산업 지형 자체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70년 이전 케임브리지는 빛나는 대학 도시였지만 산업 기반은 사실 거의 없었다. 하지만 트리니티 칼리지가 152에이커의 농지에 과학단지를 만들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학의 연구 성과를 산업과 연결하려는 발상이었는데, 이후 1978년 아콘 컴퓨터(Acorn Computers)가 설립되었고, ARM 프로세서의 전신이 된 어드밴스드 RISC 머신스(Advanced RISC Machines), 유전체 분석 기업 솔렉사(Solexa), 키보드 소프트웨어 스위프트키(SwiftKey), 라즈베리 파이(Raspberry Pi)까지 이 일대에서 배출됐다.
이에 오늘날 케임브리지 일대는 '실리콘 펜(Silicon Fen)'으로 불린다. 영국 케임브리지가 잉글랜드 펜랜드 남단에 위치한 것에서 따온 이름으로, 미국 실리콘밸리를 의식한 명칭이다. 5,000개 이상의 기업이 자리 잡고 있으며 연간 매출 규모가 180억 파운드를 넘는다. 케임브리지는 현재 유럽에서 1인당 투자 유치 규모가 가장 높은 도시이며, 특허 출원 건수는 영국 내 2위 도시의 두 배에 달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이 자명하게도 1970년의 케임브리지 사이언스 파크였다고 할 수 있다.
재개발의 규모와 내용
현재 이 단지에는 7,000명 이상이 근무하며 기술과 의약품을 연구하고 있다. 건물 연면적은 약 26만 제곱미터인데, 계획대로 진행되면 74만 제곱미터로 거의 세 배가 된다.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성장해 온 단지의 공간 활용을 체계적으로 최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재개발 계획에는 버스 노선 확충과 자전거 도로 개선, 홍수 대응 인프라, 생태 다양성을 고려한 조경이 포함되면서 단순한 규모 확장 이상의 내용이 담겨 있다고 평가된다. 건설, 조경, 연구 분야의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트리니티 칼리지 마스터 샐리 데이비스 여사는 성장의 혜택이 케임브리지와 피터버러, 주변 도시와 마을 모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새로운 과학 공원을 케임브리지와 주변 지역의 청소년과 가족들에게 여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시민에게 열리는 과학단지
야외 전시물과 오픈에어 박물관, 호숫가 산책로와 카페를 만들어 일반 시민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도 이번 계획의 한 축이다. 이 단지는 이미 일반에 개방돼 있지만, 재개발 이후에는 물리적으로도 훨씬 접근하기 쉬운 구조가 된다.
단지 안에 자리한 케임브리지 사이언스 센터도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과학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 기관은 2025년 한 해에만 3만 명 이상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케임브리지 시내 센터뿐 아니라 위스비치 지역 약 1,400명의 학생에게도 현장 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재개발 이후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가 이루어지는 현장과 물리적으로 가까운 이 위치를 십분 활용해 학교와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을 더 넓게 펼칠 계획이다.
센터 CEO 레베카 포터는 "우리는 과학을 먼 곳에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이루어지는 혁신을 가족과 학생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고 있다. 이 위치가 특별한 이유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와 물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이며, 그것은 다른 어디서도 재현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영국 과학기술 생태계에서의 의미
케임브리지 대학교 혁신·성장 위원장 롤랜드 싱커는 이번 계획을 "과학기술 선도국으로서 영국에 대한 강력한 신뢰의 표명"이라고 평가했다. "수천 개의 고품질 일자리를 만들고, 국가 경제에 수십억 파운드를 기여하며, 미래의 혁신이 영국에서 이루어지도록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획안은 현재 공동 개발관리위원회의 검토를 기다리고 있다. 1970년 152에이커의 농지에서 시작한 이 단지가, 56년 만에 다시 한번 백지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6-06-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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