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 구글, 오늘 날씨 어때?” 한창 ‘공주병’에 걸린 까까(태명)는 어린이집에 가기 전 인공지능(AI) 스피커에게 날씨를 묻는다. 치마를 입고 구두를 신어도 되는 포근한 날인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로봇청소기와 싸우던 영아 시절을 지나 AI에게 날씨도 묻고, 날짜도 묻는 유아가 됐다. 밀레니엄이 올 때 진짜 세상이 망할까봐 걱정했던 엄마에게는 아이의 자연스러운 AI 활용이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수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아이에게 건강한 미디어 노출에 대해서는 적절한 선이 제시되었지만, 막 시작한 AI 분야에 대해서는 노출이 우리 아이에게 부정적일지 긍정적일지, 긍정적이라면 언제부터 노출해줘야 할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합의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5세 미만 유아는 AI와 인간을 구분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흥미로운 연구가 눈에 띄었다. 생성형 AI 활용과 아동 발달 문제를 처음 종합적으로 정리한 연구 결과다.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연구진은 생성형 AI 활용의 잠재적 이점과 위험을 연령에 따라 종합적으로 정리한 리뷰 논문을 지난 4일 ‘소아과학(Pediatrics)’에 발표했다.
최근 요청에 따라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을 만들어내는 생성형 AI의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고교생의 60~70%가 AI 챗봇을 대화상대로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다 어린 유아 및 아동의 AI 활용도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없다.
연구진은 유아기(0~5세), 아동기(5~12세), 청소년기(12세 이상)로 연령을 구분하여 생성형 AI 활용의 효과를 분석했다. 유아기의 경우 AI 기반 인터랙티브 동화나 이야기 콘텐츠가 언어 발달과 어휘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 연령대의 아이들은 AI와 인간을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시기에는 AI 활용보다는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우선시되어야 하며, AI 콘텐츠를 사용할 때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아동기의 경우 생성형 AI가 개인 맞춤형 학습 경험을 제공하고, 학습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그림이나 글쓰기 등 창의적 표현을 촉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 연령대의 아이들은 AI가 생성한 잘못된 정보를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부모가 AI가 제시한 정보를 아이가 검증하는 태도를 키울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하다.
청소년기의 경우 AI가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 향상 등에 다양한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AI와의 대화가 외로움을 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된다. 하지만 AI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대면 사회적 상호작용이 감소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청소년기 학생들이 AI가 사회성 발달이나 비판적 사고 능력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주변 그리고 정책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연구를 이끈 로버트 그룬트마이어 미국 필라델피아아동병원 박사는 “생성형 AI가 가져오는 기회와 위험을 이해해야 하며, AI는 동반자가 아니라 도구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빠르게 성장하는 이 분야에서 아이들이 건강한 AI 이해력(리터러시)과 사회적 발달을 이루도록 보호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와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아는 로봇을 사회적 존재로 인식한다
일련의 연구를 살펴보다 보니, 유아기의 까까가 로봇청소기와 싸우던 이유도 이해가 된다. 어린아이일수록 로봇을 사회적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피터 칸 미국 워싱턴대 교수팀은 아이들이 로봇을 도덕적으로 고려해야 할 존재라고 생각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일련의 실험을 진행하고, 그 연구결과를 2012년 국제학술이 ‘인간 발달(Human Development)’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일본 ATR의 휴머노이드 로봇 ‘로보비(Robovie)’를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9세, 12세, 15세 어린이 및 청소년이 실험에 참가했다. 한 사람이 로봇을 옷장에 가둔 뒤 로봇이 ‘저를 꺼내주세요’라고 요청하는 데, 이를 무시하고 문을 닫는 상황을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이후 이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 로봇은 고통을 느낄지, 이 로봇을 도와야 할지를 물었다. 참가자들은 로봇을 해치는 것을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으로 판단하지만, 인간과 완전히 동일하게 보지는 않았다. 인간과 물건 사이의 중간 존재 정도로 여겼다. 흥미롭게도 나이가 들수록 로봇에 대한 도덕적 고려가 감소했다.
칸 교수는 “사람들은 보통 인간, 동물, 자연을 도덕적 고려 대상에 포함하는데, 아이들은 여기에 로봇을 포함할 가능성이 있다”며 “아이들은 대화, 눈 맞춤 등 사회적 신호에 강하게 반응하는데 로봇이 말하고, 움직이고, 감정 표현을 하면 인간처럼 보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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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6-03-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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