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싫어하는 ‘성격’이라도 운동을 시작하고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이하 UCL) 연구진은 개인의 성격 특성에 맞는 운동을 선택할 경우 운동 지속성이 크게 높아지고 스트레스 감소 효과도 극대화된다는 연구 결과를 이달 심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사이콜로지(Frontiers in Psychology)’에 발표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운동의 긍정적 효과와 필요성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운동을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여러 현실적인 이유에 부딪혀 권장 운동량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이하 WHO)는 2020년에 발표한 지침에서 성인의 건강 증진과 만성질환 예방을 위해 매주 최소 15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 또는 최소 75분의 고강도 운동을 권장했다. 하지만 올해 초 WHO가 발간한 '글로벌 건강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이 권장량을 충족하는 성인은 전체의 22.5%, 청소년은 19%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급격한 디지털화와 스마트 기기 사용의 증가로 인해 전 세계 성인의 4분의 1 이상이 충분한 신체활동을 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체 비활동이 평생에 걸쳐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해치는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운동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접근법이 시도되었다. 피트니스 업계는 새로운 운동 프로그램과 첨단 장비, 다양한 앱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지만 정작 개인의 성격이나 선호도 같은 개인차를 고려한 맞춤형 접근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 현실이다.
UCL의 이번 연구는 바로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어 성격 기반 운동 처방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운동과 성격은 상관관계가 있다
UCL의 스포츠·운동·건강 연구소(ISEH)와 인지신경과학 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개인의 성격 특성이 운동 종류별 즐거움과 지속성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이 연구의 제1저자인 플라미니아 론카(Flaminia Ronca) 박사는 "전 세계 인구가 점점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사람들이 더 활동적이 되려고 노력하지만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며 "이번 연구에서 우리는 성격이 운동 지속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여 건강 행동 변화를 위한 효과적인 중재법 개발을 지원하고자 했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체력 수준과 배경을 가진 일반인 132명을 대상으로 8주간의 사이클링과 근력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중재군과 휴식을 취하는 대조군으로 나누어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의 기초 체력은 팔굽혀펴기, 플랭크 지속 시간, 제자리 높이뛰기로 근력을 측정하고, 30분간 저강도 사이클링과 최대산소섭취량(V̇O2 max) 테스트로 심폐능력을 평가했다.
성격 특성은 심리학에서 사용되는 Big Five 성격검사(BFI-10)를 통해 평가했으며, 이 검사에서는 외향성, 친화성, 성실성, 신경증, 개방성이라는 다섯 가지 주요 특성을 측정한다.

외향성과 신경증적 성향, 운동 즐거움에 결정적 영향
연구 결과는 성격 특성에 따른 운동 선호도의 명확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발견은 외향적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IT)과 최대 강도 사이클링 테스트를 특히 즐긴다는 점이었다. 이는 아이젠크의 생물학적 각성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외향적인 사람들은 내향적인 사람들보다 안정 시 각성 상태가 낮아 더 큰 자극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신경증적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지속적인 고강도 운동보다는 짧은 시간의 운동을 선호했다. 이들은 운동 중 심박수 모니터링 같은 감시를 받는 것을 꺼렸으며, 혼자서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운동 환경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신경증적 성향을 가진 개인들에게는 운동 프로그램에서 자율성과 프라이버시를 보장해 주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성실성이 높은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균형 잡힌 체력을 보였고 일반적으로 더 많은 신체활동을 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특정 형태의 운동에 대한 높은 즐거움을 예측하지는 않았다.
론카 박사는 "성실한 개인들은 즐거움보다는 신체활동의 건강 관련 결과에 의해 동기부여받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에게는 프로그램 참여가 즐거움보다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경증적 성향자, 운동으로 스트레스 감소 효과 극대화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발견 중 하나는 운동의 스트레스 감소 효과가 성격에 따라 극명하게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이었다.
연구진이 1~10점 척도로 측정한 스트레스 수준을 분석한 결과 연구 시작 시점에서는 중재군과 대조군의 스트레스 수준이 유사했지만 8주 운동 프로그램 후에는 신경증 성향이 높은 사람들만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스트레스 감소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신경증 성향과 스트레스 감소 간의 관계가 단순히 운동량이나 체력 향상과는 독립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구진의 다중 선형 회귀 분석에 따르면 신경증 성향이 높은 참가자들의 스트레스 감소 정도는 기초 체력 수준과는 관련이 있었지만 운동 후 체력 향상 정도와는 무관했다. 이는 신경증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운동이 체력적 변화와 별개로 정신적 건강에 특별한 이점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동 저자인 폴 버지스(Paul Burgess) UCL 인지신경과학 연구소 교수는 "신경증 성격 특성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이 연구에서 권장하는 체력 훈련을 받았을 때 특히 강한 스트레스 감소를 보였다"며 "이는 이런 특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스트레스 감소 측면에서 특별한 이점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운동 프로그램 참여도, 성격 따라 차이 보여
성격 특성은 운동 프로그램 참여도에도 명확하게 영향을 미쳤다. 결과 분석에 따르면 외향성이 높은 사람들은 짧고 강도 높은 운동을 선호하는 반면, 신경증이 높은 사람들은 보다 낮은 강도의 개인적인 환경에서 수행하는 운동이 적합할 수 있다.
실제로 신경증 성향이 높은 참가자들은 프로그램 수행 중 자신의 심박수 데이터를 연구 플랫폼에 기록하는 것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이는 데이터 공유와 자신의 운동 수행 평가에 대한 불안감이나 부담감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외향성이 높은 참가자들은 프로그램 진행 중에는 열정적으로 참여했지만, 실험 종료 후 연구실에서 진행된 사후 평가에 참여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외향적인 사람들이 공식적이고 구조화된 실험 환경보다는 즉흥적이고 유연한 운동 환경을 선호하기 때문일 수 있다.
한편 개방성이 높은 참가자들은 실험적이고 새로운 경험에 대한 호기심과 열린 태도로 인해 프로그램 종료 후 평가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개인 맞춤형 운동이 운동의 장기적 지속성을 높일 가능성을 제시하며, 향후 성격과 운동 간 관계를 심도 있게 탐구하여 개인화된 운동 권장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폴 버지스(Paul W. Burgess) 교수는 "성격이 운동 습관과 즐거움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운동 참여를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며 "미래에는 성격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의 긍정적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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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07-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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