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개봉한 영화 <바비>에서 주인공 마고 로비는 실제 바비 인형처럼 구두를 벗어도 까치발을 든 발 모양을 보여줘 화제를 모았다. 영화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영화 속 발 모양을 따라 하는 ‘바비 발 챌린지(Barbie Feet Challenge)’가 이어지기도 했다. 영화는 바비가 ‘바비랜드’를 떠나 현실 세계로 떠나면서, 동시에 늘 까치발을 하고 있던 뒤꿈치가 땅에 닿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바비의 ‘시그니처’로 여겨지는 발 모양이 변했다. 호주 모나시대 연구진은 1959년 이후 생산된 바비 인형 2,750개에서 발 모양을 분석한 결과를 5월 14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했다.
소녀들에게 꿈을 실어준 바비
1959년 미국의 회사 ‘마텔(Mattel)’이 처음으로 바비 인형을 출시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10억 개가 넘는 바비 인형이 판매됐다. 3~12세 미국 소녀의 92%가 바비 인형을 소유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로 바비는 소녀들의 꿈이자 향수다. 마텔 역시 소녀들에게 ‘소녀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꿈을 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인간이 달에 착륙하기 전인 1965년에는 우주 비행사 바비가 출시됐고, 미국 의사의 91%가 남성이던 1973년에는 외과 의사 바비가 출시됐다.

그간 바비의 체형이나 피부색 등과 문화를 연결 지어 분석한 연구는 있었지만 바비의 발 자세에 초점을 맞춘 연구는 거의 없었다. 실리 윌리엄스 호주 모나시대 연구진은 영화 <바비>의 개봉에 영감을 얻었고 마침 연구진 내에는 800개의 바비 인형을 소장하고 있는 수집가도 있어 이번 연구를 기획하게 됐다.
연구진은 ‘피트(FEET·Foot posture, Equity, Employment, Time period)라는 새로운 분류체계를 개발하여, 1959년부터 2024년 6월까지 출시된 바비 인형 2,750종을 분석했다. 오드리 햅번 바비, 인어공주 바비 등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한 바비나 특별 에디션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연구 결과 연구진은 영화에서처럼 바비 인형의 발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평평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출시 이후 10년간 초창기의 바비의 발 자세는 100% 까치발 형태였다. 그러나 2020년대에는 까치발 자세를 유지한 바비는 40%에 불과했다.
직업을 가진 바비가 주로 평발
추가 분석 결과 직업을 가진 바비가 평발일 가능성이 높았다. 바비가 패션을 직업보다 우선시하는 것에서 벗어나 진화했다는 것이다. 변화의 타이밍은 1980년대부터 여성 고용이 급격히 증가한 미국의 상황과도 상관관계가 있었다. 장기간 서 있는 자세, 걷는 속도 증가, 더 큰 안전성 등 바비가 직장과 신체 활동에 잘 참여할 수 있도록 발 자세와 신발이 변한 것이다.

연구진은 “바비는 많은 움직임이 필요한 때에는 플랫슈즈, 패션이 중요한 날에는 하이힐 등 상황에 따라 신발을 선택하는데, 이는 실제 많은 사람들의 선택과도 비슷하다”며 “바비 인형의 발에도 여성의 사회 진출과 법적 지위가 반영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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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06-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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