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과학은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읽기, 쓰기, 산수와 마찬가지인 기본 능력이죠.”
지난 2016년 1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을 통해 컴퓨터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쓴 표현이다. 그는 컴퓨터과학 교육을 전 학년 기본 교육과정에 넣는다는 ‘모두를 위한 컴퓨터과학(Computer Science for All)’ 프로젝트를 제시하며, 소프트웨어(SW)교육에 무려 4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과감한 투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성패가 SW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핀란드, 호주 등 많은 나라에서 코딩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등 앞다퉈 미래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SW교육은 어디까지 왔을까. 지난 11~12일 양일간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진행된 ‘2019 SW교육 페스티벌’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2015년부터 진행된 SW교육 페스티벌은 국내 최대 규모의 소프트웨어 교육 행사다. 올해 역시 수많은 SW교육 선도학교, 에듀테크 기업, 관련 연구기관 등이 참석해 여수세계박람회장을 디지털의 물결로 가득 채웠다.
넘치는 체험 속 빛나는 아이디어들
행사장을 가득 메운 수많은 인파는 SW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날 SW교육의 수혜자인 학생들은 100여 개가 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하며 SW의 가치와 필요성을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SW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이해시키려는 노력이다. 이번 행사가 단지 SW 기술 박람회가 아닌, SW교육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을 제시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게임, 드론, 로봇 등 학생들이 관심 있어 하는 여러 매개체를 바탕으로 흥미를 끌면서도, SW의 기본 소양을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의 결과들이 잔뜩 소개됐다.
그 시도는 다양했다.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와 코딩 교육을 결합하고, 만화 속 캐릭터가 진행하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몰입도를 높였으며, 인기 블록 장난감으로 만든 로봇을 코딩으로 조작하는 STEAM 학습 교구 등 여러 아이디어가 주목을 받았다. 펀치 기구를 치는 체험을 통해 가속도 센서의 원리를 알려주는 등 다소 부족한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신선한 발상을 제시한 부스들도 많았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가상현실과 미래직업교육을 결합한 ‘VR직업체험 FUNTASTIC JOB’이었다. 드론운항관리사가 된 학생은 손에 든 컨트롤러를 조작하는 과정을 통해 드론을 조종하며 불을 끄는 등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이었다. “식용곤충요리사, 로봇컨설턴트, 무인자동차 엔지니어 등 미래 유망 직업을 체험해 볼 수 있기에 지난해 100개 이상의 학교에서 활용됐다”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편 넘쳐나는 디지털 체험 속, 반대로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승부수를 던진 부스도 있었다. 대구컴퓨팅교사연구회에서 준비한 ‘놀이로 배우는 SW교육 체험관’이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비슷한 이미지를 각자의 기준대로 분류하는 작업을 통해 인공지능과 인간의 차이에 대해 이해하고, 친구들과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네트워크의 구성 원리를 깨닫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향후 SW교육을 이끌어 갈 당사자인 교대생들 역시 이번 페스티벌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교원양성대학 소프트웨어 교육 강화 지원 사업(SWEET)’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SW교육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는 이들은 실제 교과 과정과 다양한 SW를 연동한 교육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청각 장애인 부모를 위한 스위트홈’ 교육은 다양한 청각장애인들이 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집안 곳곳의 디스플레이로 표현해 시각적으로 나타내거나, 진동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이는 초등학교 6학년 실과 과목과 연관된 것으로서, 청각 정보를 시각 정보로 변환하는 코딩 기법을 학습하는 것은 물론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는 자세까지 기를 수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 역량 제고하는 계기 될 것”
11일 오후 2시에는 메인무대에서 개막식이 진행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먼저 안성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이 개회사를 통해 “초연결시대를 맞아 미래세상과의 적극적 소통을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교육이 중요하다”며 “이번 페스티벌이 각 교육 현장에서의 소프트웨어 교육 역량을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안 이사장은 또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역할을 강조하며, “SW교육 선도학교 등 다양한 사업을 바탕으로 SW교육이 하루빨리 현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축사를 진행했다. 박 차관은 “우리는 지금 정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라며 “이에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융합하는 창의력 및 문제해결력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박 차관에 따르면 SW교육은 이러한 역량을 갖춘 미래인재 육성의 열쇠다. 그는 “단지 어렵고 복잡한 것이 아닌, 다양한 체험을 통한 쉽고 재미있는 SW교육을 지향하겠다”라며 “교육부는 학생, 학부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관계 부처 및 기관과 협력하여 미래교육을 선도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 역시 SW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 실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한 마디로 인공지능이 보편화되는 세상”이라고 정의하며 “인공지능은 다른 말로 SW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SW가 세상의 중심에 서게 된다는 의미다.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각 나라에서는 SW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 장 실장의 주장이다. 그는 “우리나라도 초등 17시간, 중학교 34시간 등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라며 “그 부족함을 메워주는 것이 오늘 같은 행사다. SW가 일상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체험하는 이러한 자리를 통해 SW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다”고 이번 페스티벌의 의의를 설명했다.
대표 유튜버가 전하는 성공의 비결
한편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다양한 강연 역시 성황을 이뤘다. 이틀간 여러 무대에서 진행된 강연은 약 25건. 5G 기술과 인공지능의 관계를 설명하거나 마이크로의료로봇의 미래를 조망하는 전문가의 식견에서부터 소프트웨어로 적성을 찾은 초등학생의 경험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군의 연사가 등장해 자신만의 SW 노하우를 전수하는 자리에는 그 생생한 정보를 듣기 위한 청중이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강연 중 가장 큰 호응을 얻은 것이 유튜버 ‘도티’의 ‘크리에이터와 크리에이터 콘텐츠’였다. 2019년 10월 기준 구독자 수 253만 명을 자랑하는 그는 2017년 케이블TV 방송대상에서 ‘1인 크리에이터상’를 수상하는 등 국내를 대표하는 유튜버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11일 진행된 강연에서도 그의 인기를 반영하듯 많은 이들이 몰려들어, 상당수 인원이 그대로 서서 이야기를 경청해야만 했다.
“바야흐로 크리에이터의 시대”라고 운을 떼며 강연을 시작한 도티는 그 이유로 “콘텐츠 소비 방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영화관이나 TV 말고도 유튜브, 네이버캐스트 등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이 생기면서 크리에이터 스트리머 창작자들도 전통 매체에 등장하는 연예인 못지않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콘텐츠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도티는 “이제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고, 유명한 배우가 등장하는 것만이 콘텐츠가 아니다”라며 “누군가에게는 대작 영화보다 20분짜리 유튜브 영상이 더 재미있을 수 있다. 여러분들도 본인이 좋아하는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개개인이 자기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된 결과다. 여기에 댓글, 실시간 스트리밍 등 여러 방향으로 사용자들과 친밀하게 소통할 수 있기에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은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도티의 결론이다. 그는 “크리에이터가 여러분들에게 말을 전하고 경험을 나누는 것들이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때문에 ‘혹시 내가 안 좋은 문화를 만들지는 않을까’하는 고민을 늘 하게 된다”고 밝혔다. 많은 유튜버들의 롤모델인 도티가 건강한 콘텐츠를 만들고 건전한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도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도티는 “새로운 콘텐츠의 성공 비결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기존 전통 미디어들에게는 소위 말하는 ‘흥행 코드’가 있는 반면, 크리에이터는 어떤 방향으로 흥행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밝혔다. 유튜브만의 감수성과 트렌드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기에, 특별한 전략만으로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다.
때문에 “정말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독자의 마음을 읽고,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발견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도티는 이에 대해 “단순히 조회수 장사꾼이 되려고, 혹은 인기를 얻으려고만 하다 보면 놓치기 쉬운 것”이라 말하며 “20분짜리 동영상 하나의 조회수가 100회만 된다고 하더라도, 누군가의 2000분이 내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고 사명감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

이 밖에도 ‘SW빌더스 챌린지’, ‘선배에게 듣는 SW교육 토크콘서트’, ‘2019 소프트웨어 에듀톤 결선대회’, ‘창의융합 SW동아리 경연대회’ 등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 및 대회가 진행됐다. 스포츠, 진로, 게임, 인공지능, 방송, 로봇, 드론 등 수많은 주제의 프로그램이, 에듀톤, 해커톤강연, 토크콘서트, 교육, 체험, 전시 등 여러 방식으로 펼쳐졌던 이번 페스티벌은 대한민국 SW교육 콘텐츠의 다양성을 보여준 한바탕 신명나는 축제의 장이었다.
- 김청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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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10-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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