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 과학문화
  • 생활 속 과학
생활 속 과학
이광영 전 한국일보 과학부장
2015-09-22

‘Science=과학(科學)’ 잘못된 번역 [이광영 칼럼] 과학에 대한 세가지 오해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당수가 ‘과학(science)’에 대해 선입견과 오해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과학이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과학은 전문가나 하는 분야로, 일반 사람들은 알 필요성이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 결과 우리는 식(食) 의(衣) 주(住) 모두를 과학기술이 해결해 주고 있는 21세기 최첨단 과학기술 문명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어렵다는 이유로 과학과 담을 쌓고 있다.

이광영 전 한국일보 과학부장.  ⓒ 이광영
이광영 전 한국일보 과학부장. ⓒ 이광영

자연과학 전공을 꺼리는 것이 여기에서 비롯되고 있다. 어느 분야보다 할 일과 도전할 가치가 많을 뿐 아니라 자아실현의 가능성이 큰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도 부모 세대와 마찬가지로 과학을 어렵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 나라 장래를 위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심각한 일이다.

두 번째 오해는 과학(science)과 기술(technology)을 한 뿌리로 보는 시각이다. 영어와 프랑스어인 ‘science’는 ‘자연 현상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이자 ‘추상적 논리체계’를 뜻한다. 과학은 어떤 사물을 ‘안다’라는 라틴어 ‘scire’에서 유래됐다. 그리스어 sophia(知)에 바탕을 둔 philosophia(哲學 : philosophy)와 관계가 있다. 그래서 19세기 초까지 자연과학(natural science)을 자연철학(natural philosophy)이라고 했다.

science를 ‘과학’(科學)으로 번역한 것은 일본 메이지 유신(明治 維新) 초기의 일이다. science를 ‘여러 갈래로 분화(分化)되는 학문(學問)’으로 잘못 이해한 때문이다. 19세기 후반 유럽에서는 여러 개별 학문영역이 독립, 전문화하는 경향이 뚜렷했는데 이를 보고 잘못 해석한 것이다. Science를 ‘科學’으로 한 것은 일대 오역(誤譯)이었다.

이에 반해 ‘technology’는 ‘무엇인가 만들어 낸다거나 성취하는 방법’을 말한다. technology의 어원(語源)은 예술과 의술 등을 포함한 그리스어 ‘techne’에서 유래되었다. 요즘은 주로 물적 재화(物的 財貨)를 생산하는 생산기술로 사용되고 있다. 과학이 ‘자연현상에 대한 체계적 지식’이라면 기술은 ‘인간의 물질적 편이를 위한 고안’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과 기술은 의미 뿐 아니라 그 뿌리가 다르다.

그런 과학과 기술이 오늘날 ‘과학과 기술’이 아닌 ‘과학기술’로 표기되고 있는 이유는 20세기 들어 1,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과학과 기술이 정부에 의해 관리됨으로써 상호작용이 커진 데다 과학이 기술로의 전환시기가 빨라져 그 영역이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어로 쓸 때는 과학과 기술을 구분해서 ‘science & technology’라 표기하고, 우리가 통상적으로 쓰는 과학기술은 ‘scientific technique’라 써야 한다. 과학이 바탕이 된 기술이란 의미이다.

세 번째는 과학이 형이하학(形而下學, Concrete science, Physics science)이라는 생각이다. 기술이 형이하학인 것은 맞다. 그러나 과학은 형이하학과 형이상학(形而上學 Metaphysics)을 아우른다. 과학이 추상적 논리체계를 함의(含意)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은 우주와 물질, 나아가 생명의 기원에서 시간과 공간 등에 대한 해석도 다루고 있다. 우리는 3차원 공간에 시간을 더해 4차원의 세계를 생각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세계관이다. 그러나 호킹(Stephen W. Hawking)은 우리가 11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우주의 시작점으로 보는 특이점(特異點, Singularity)은 물론 우리가 사는 물질세계의 기본 구성 벽돌에 대한 설명도 마찬가지이다. 힉스(Higgs)를 포함한 17개 기본 입자로 설명할 수 없는 물질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이 동원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요즘 다양한 쓰임새로 인용되는 양자역학이론(quantum mechanics theory) 역시 이 범주에 속한다.

과학은 알고 보면 심오(深奧)하면서도 아주 재미있는 학문이다. 알면 알수록 재미가 더해지는 분야가 과학이다. 일반 학생은 물론 우수한 영재들이 일생을 걸고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아주 높은 분야이다. 과학을 바로 알 필요가 있다.

* 이광영 : 골든에이지포럼 상임이사, 전 한국일보 과학부장, 전 한국과학기자협회 회장

이광영 전 한국일보 과학부장
저작권자 2015-09-22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