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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해파리의 물고기 사냥 고도의 전략으로 먹잇감 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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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이면 해수욕장에서 해파리에 쏘이는 사고가 일어나곤 한다. 해파리 가운데는 맹독을 가진 것이 있어 자칫 목숨을 잃기도 한다. 우리가 조심해야 될 해파리는 상자해파리, 부레관해파리, 커튼원양해파리 등이 있다. 위험 목록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자.

상자해파리 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오싹해지는 바다말벌(Chironex fleckeri)과 이 글의 주인공인 이루칸지해파리(Carukia barnesi)가 있다. 관해파리 중에는 흔히 포르투갈전사(portuguese man of war)라고 불리는 부레관해파리(고깔해파리)가 있다. 몸길이가 30~50㎝인 커튼원양해파리는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는 여름철에 우리나라 남해연안에 나타나기도 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인근 열대바다에 사는 상자해파리가 먹잇감 물고기를 적극적으로 사냥한다는 제임스쿡대학교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6월 3일자 ‘사이언스데일리’에 실렸다. 현지에서는 이 상자해파리를 이루칸지해파리(Irukandji jellyfish)라고 부른다. 이루칸지는 상자해파리가 서식하는 오스트레일리아 케언스(Cairns) 지방에 살던 원주민 이름에서 따왔다.

이루칸지 원주민들은 상자해파리에 쏘이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이 해파리에 쏘이면 가려운 증상이 나타나다가 30분 정도 지나면 몸이 마비되고 열이 나며 두통과 구토가 생긴다. 증상은 며칠 가며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루칸지해파리 종류가 속하는 상자해파리는 해파리의 갓 부분이 육면체 상자 형태여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상자해파리는 동물분류학상 자포동물문 입방해파리강(Cubozoa)에 속해 입방해파리라고도 한다. 예전에는 해파리강 입방해파리목(Cubomedusae)으로 분류하였다.

이루칸지 해파리에 쏘이면 가려운 증상이 나타나다가 30분 정도 지나면 몸이 마비되고 열이 나며 두통과 구토가 생긴다.  ⓒ www.ucmp.berkeley.edu
이루칸지 해파리에 쏘이면 가려운 증상이 나타나다가 30분 정도 지나면 몸이 마비되고 열이 나며 두통과 구토가 생긴다. ⓒ www.ucmp.berkeley.edu

고도의 전략으로 물고기 사냥

상자해파리는 촉수가 미끼인 듯 흔들며 어린 물고기를 유인한다. 먹이인줄 알고 다가온 어린 물고기는 독을 가진 해파리 촉수에 있는 자세포(쏘기세포)에 찔려 마비된 채 상자해파리의 밥이 되고 만다. 상자해파리는 몸길이가 2㎝가 채 되지 않는 아주 작은 종이다. 그나마 몸을 이루는 성분의 96%는 물이다.

상자해파리가 속하는 자포동물은 다세포동물 가운데는 해면동물에 이어 가장 하등한 동물 무리이다. 뇌는 고사하고 중추신경계도 없다. 중추신경계란 감각뉴런과 운동뉴런을 연결시켜주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다. 뉴런(neuron)은 동물 신경계를 이루는 기본 단위로 자극을 받으면 전기 신호를 다른 곳으로 전달하는 세포이다. 이런 상자해파리가 먹이가 있으면 먹고 없으면 말고가 아니라 고도의 전략을 가지고 물고기를 사냥하는 것이다.

상자해파리는 아주 작고 몸이 투명해서 관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바다에서 상자해파리의 포식 행동을 관찰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연구팀은 상자해파리가 빛에 반응하는 특성을 이용하였다. 상자해파리는 빛을 감지하는 안점이 있다. 우리의 눈처럼 정교한 기관은 아니고 단순히 빛을 느낄 수 있는 색소가 들어있는 원시적인 빛 감지기관이다.

연구팀은 바다 속에 조명등을 넣어 상자해파리를 유인하여 채집하였다. 그런 후 온도가 조절되고 바닷물이 순환되는 커다란 수조에 넣고 적외선 장비를 이용하여 낮밤 없이 24시간 주기로 아주 깜깜한 밤에도 해파리의 행동을 관찰하였다.

해파리 독 추출해 독성연구도 수행

과학자들은 해파리의 위 내용물을 조사하여 해파리가 무엇을 먹는지 알고 있었지만, 사냥 방법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해파리들은 밤에는 덜 활동적이고 물고기를 잡지도 않았으며, 촉수를 펼치지 않고 수축시켜서 길이는 고작 4~5㎝ 밖에 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먹이가 되는 어린 물고기가 밤에는 볼 수 없어 행동이 둔해지기 때문에 해파리도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 이런 행동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낮에는 촉수를 길이가 1.2m나 되도록 넓게 펼치고 사냥에 나선다. 길게 늘어뜨린 촉수를 수시로 수축시키면서 낚시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낚싯줄을 풀었다 당겼다 하면서 낚시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각각의 촉수는 낚싯줄처럼 아주 가늘어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마치 밝은 진주처럼 보이는 자세포 뭉치는 미끼처럼 먹이생물의 시선을 끈다. 일단 물고기가 해파리 촉수의 자세포에 쏘이면, 해파리 독 때문에 마비된다. 해파리는 운동 능력이 뛰어나지 않아 물의 흐름에 따라 떠다니는 플랑크톤이다. 그러니 사냥을 한다고 해도 먹잇감을 뒤쫓아 잡는 것이 아니라, 유인해서 먹이가 제 발로 다가오게 만드는 것이다.

연구팀은 해파리에 쏘여 입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해파리 독을 추출해서 독성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 이루칸지해파리에 쏘여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상자해파리가 어린 물고기를 유인해서 사냥하듯이, 연구팀은 빛을 이용해 상자해파리를 유인하여 관찰하였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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