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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과학
권예슬 리포터
2025-02-27

식초 같은 맥주, ‘사워 비어’ 간단하게 만든다 콩에서 추출한 당 이용해 19일 만에 사워 비어 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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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김치, 요구르트 등 침샘을 자극하는 매력은 ‘신맛’에 있다. 이 신맛을 맥주에서 찾는 소비자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제작이 어려웠던 ‘사워 비어’를 간단하고 빠르게 만들 방법을 과학자들이 찾았다. ⒸGettyImages

▲ 신김치, 요구르트 등 침샘을 자극하는 매력은 ‘신맛’에 있다. 이 신맛을 맥주에서 찾는 소비자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제작이 어려웠던 ‘사워 비어’를 간단하고 빠르게 만들 방법을 과학자들이 찾았다. ⒸGettyImages

‘맥주 애호가의 종착역’으로 꼽히는 맥주가 있다. 바로 신맛이 나는 ‘사워 비어(Sour Beer)’다. 식초처럼 뾰족한 신맛부터 과일처럼 달콤한 신맛까지. 사워 주스의 매력은 가지각색이다. 수제 맥주 시장의 성장과 함께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소비되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맥주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톡’ 쏘는 맛만큼 만들기도 까다롭다. 일반 맥주가 한 달 정도면 완성되는 데 반해 사워 비어는 최소 몇 달에 걸친 발효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까다로운 맥주를 약 20일 만에 발효시킬 수 있는 새로운 비법이 등장했다. 비결은 ‘콩’에 있었다.

 

8명 중 1명은 신맛 ‘극호’

레몬을 한 입 베어 무는 모습을 떠올리기만 해도 침샘이 자극된다. 신맛은 벌칙처럼 여겨지곤 하지만, 의외로 강한 신맛을 선호하는 사람의 비율도 생각보다 높다.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연구진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에게 신맛 선호를 평가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그 연구 결과를 2024년 4월 국제학술지 ‘식품 질 및 선호(Food Quality and Preference)’에 게재했다.

▲ 신맛이 강해질수록 맛 선호가 떨어지는 사람이 더 많았지만, 실수록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의 비율도 예상보다 높았다. ⒸFood Quality and Preference

▲ 신맛이 강해질수록 맛 선호가 떨어지는 사람이 더 많았지만, 실수록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의 비율도 예상보다 높았다. ⒸFood Quality and Preference

연구진은 미국인 143명, 이탈리아인 35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구연산을 이용해 신맛의 정도를 여러 단계로 조절한 뒤, 선호를 평가하도록 했다. 대다수(63~70%)는 신맛 대한 강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신맛이 증가함에 따라 선호도가 증가하는 사람의 비율도 11~12%나 됐다.

연구를 이끈 존 헤이스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감각평가센터장은 “미국인과 이탈리아인의 식습관이 상당히 다름에도 신맛을 선호하는 비율이 11~12%로 유사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며 “신맛 ‘극호’ 사람들도 신맛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똑같이 신맛을 느끼지만 그 자체를 즐긴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19일 만에 완성되는 사워 비어

노르웨이생명과학대학(NMBU) 연구팀은 수개월 이상 걸리던 사워 비어 발효를 단 19일 만에 마칠 수 있는 레시피를 개발하고, 그 연구 결과를 5일 미국화학회(ACS)의 국제학술지 ‘농업 및 식품 화학(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에 게재했다. 

▲ 콩 유래 당을 활용한 사워 비어 제조 과정 Ⓒ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

▲ 콩 유래 당을 활용한 사워 비어 제조 과정 Ⓒ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

연구진은 독일의 사워 비어인 ‘고제(Gose)’나 벨기에의 ‘람빅(Lambic)’과 유사한 새로운 맥주를 목표로 연구를 시작했다. 선행 연구에서는 나무에서 추출한 분자를 사용해 맥주 발효를 시도했으나 큰 효과가 없었다. 연구진은 신맛을 내는 젖산 생산 박테리아(LAB)가 당류를 먹이로 삼는다는 점에 착안해, 콩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콩은 라피노스 계열 올리고당(RFO)이라는 당을 포함하고 있어 사워 비어 생산에 필수인 박테이라의 성장을 촉진한다.

연구진은 완두콩에서 추출한 RFO로 사워 비어를 양조하고, 최종 제품을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기존 사워 비어와 비교했다. 사워 비어의 기준은 산성도(pH)가 3.8 이하다. 시판 맥주의 산성도는 3.4 정도 되는데, 연구진이 제작한 실험실 맥주의 산성도는 3.5로 시판 맥주와 거의 유사했다. 

▲ 콩 유래 당을 활용해 만든 실험용 사워 비어는 시판 맥주와 거의 유사한 맛과 향을 냈으며, 과일 풍미가 풍부했다. ⒸGettyImages

▲ 콩 유래 당을 활용해 만든 실험용 사워 비어는 시판 맥주와 거의 유사한 맛과 향을 냈으며, 과일 풍미가 풍부했다. ⒸGettyImages

RFO를 넣고 만든 맥주는 그렇지 않은 맥주에 비해 젖산, 에탄올 및 과일 풍미를 내는 화합물이 더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산미도 강했다. 전체적인 맛 강도는 시판 사워 비어와 비슷한 특성을 보였지만 양조 단계는 더 짧고 단순했다. 콩 유래 당을 사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인 ‘콩의 비린 맛’도 전혀 나지 않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발효 시간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LAB가 RFO를 모두 먹어 치워 맥주에는 흔적이 남지 않았다. 

비요르게 웨스테렝 노르웨이생명과학대 교수는 “RFO는 일부 사람들에게 과민성대장증후군 등 위장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성분으로 식품 연구에서 잘 사용되지 않았는데, 본 연구에서는 사워 비어 제조 과정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음을 확인했다”며 “위장 불편을 겪기 쉬운 사람도 마실 수 있는 저렴한 사워 비어를 개발한 동시에 콩 기반 재료를 맛이 좋은 제품과 연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5-02-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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