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에서 합성생물학 육성을 지속해서 강조하면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0월 합성생물학을 주요 내용으로 한 첨단 바이오 기술을 12대 국가전략기술의 하나로 발표한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합성생물학의 연구개발 속도를 2030년까지 5배 향상하고 핵심기술 수준을 미국 대비 90%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4차 생명공학 육성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국민의힘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5일 국회에서 실무당정협의회를 열고 합성생물학 핵심기술 개발과 확산을 지원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한국 미생물학회에 따르면 합성생물학은 현재까지 알려진 생명정보와 생물 구성요소 및 시스템을 바탕으로 기존 생물 구성요소 및 시스템을 모방해 변형하거나,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생물 구성요소와 시스템을 설계, 구축하는 학문이다. 전통적인 생물학이 '발견을 통한 이해'에 기반한다면, 합성 생물학은 '발명을 통한 발전'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말라리아나 지카 바이러스 피해를 막기 위해 이를 매개하는 모기의 번식력을 제어한 수컷 모기를 만든다든지, 천연고무 원료를 대량생산 하는 미생물을 만든다든지, 유전질환이나 고형암을 치료하는 의약품을 분비하는 미생물을 만드는 것을 합성생물학이 활용된 예로 들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없던 상황에서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이용한 백신을 단기간에 대량 생산할 수 있었던 것도 합성생물학이 산업적으로 활용된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이처럼 생물학에 공학적 개념을 도입해 생명의 여러 요소를 부품이나 모듈 형태로 조합해 새로운 생물 구성요소와 생물 시스템 자체를 합성하거나 생산 속도 또는 규모를 키우는 것을 합성생물학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합성생물학이 제대로 연구되고 산업에 활용되려면 필요한 것이 바이오 파운드리다.
반도체 파운드리가 설계자가 원하는 반도체를 빠르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뜻하는 반면, 바이오 파운드리는 대량생산에 초점을 두기보다 연구개발(R&D) 고속화에 더 무게를 둔다. 즉, 합성생물학 연구자가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필요한 과정을 표준화·고속화·자동화해 생물학 실험과 제조 공정을 지원하는 인프라가 바이오 파운드리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 등이 접목되면서 새로운 바이오 시스템 제작을 위한 설계-제작-시험-학습이 가능하도록 로봇 액체 처리장비, 고처리량 분석 장비, 자동화 소프트웨어, 인력 및 데이터 관리 시스템 등이 바이오 파운드리에 포함된다.
현재 이 분야 선도 국가인 미국은 긴코바이오웍스 등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대형 바이오 파운드리가 구축돼 있으며, 중국과 일본 등도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정부가 구축 계획을 밝힌 지 2년이 넘도록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계획이 점점 늦춰지고 있다.
정부는 애초 7천억원 규모의 공공 바이오 파운드리를 내년에 구축하기 시작해 2028년 완공하기로 하고 2021년 12월 예비 타당성 조사를 신청했으나 지난해 8월 통과하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해 약 3천억원 규모로 축소해 다시 신청했으나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내년 초까지 심사를 연장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내년에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더라도 건설 착수 연도는 2025년으로, 완공 시기는 2029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과기계에서는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이 늦어질수록 합성생물학 육성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승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합성생물학연구소장은 1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분야에 이미 국가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속한 결정으로 실질적인 투자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3-10-16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