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둘째 주, 새 학기를 막 시작한 한 중학교 2학년 수학 시간. 교사는 스마트 전자칠판에 그래프 앱을 띄워놓고 학생들에게 묻는다. “이 데이터를 함수 그래프로 나타내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학생들은 조별로 태블릿을 들여다보며 그래프를 그리고, 각자 세운 가설을 발표한다. ‘정답이 뭐냐’보다 ‘왜 이렇게 생각했느냐’를 묻는 장면이 2022 개정 교육과정과 새 종합계획이 그려놓은 과학·수학·정보 수업의 방향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 무엇이 어떻게 바뀌나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과학·수학·정보에서 공통으로 세 가지 축의 변화를 요구한다.
첫째, ‘정답 중심’에서 ‘사고·설명 중심’으로의 전환이다. 수학과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자료는 “학습 결과뿐 아니라 문제해결 과정, 수학적 추론, 의사소통 과정을 균형 있게 평가한다”고 명시하며, 단원 구성도 핵심 아이디어와 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태도 범주로 재구성했다. 같은 답을 써도 왜 그 방법을 선택했는지, 다른 풀이 가능성을 설명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는 구조다.
둘째, 교사 주도 설명식 수업에서 학생 탐구·프로젝트 중심 수업으로의 이동이다. 과학과 교육과정은 기능 영역에서 문제 인식, 탐구 설계와 수행, 자료의 수집·분석 및 해석, 증거에 기초한 논증 등을 세분화해 제시하고, 「제5차 과학교육 종합계획(2025~2029)」은 초·중·고 전 학제에서 최소 1회 이상 프로젝트형 탐구를 보장하는 ‘1학생 1탐구’를 주요 과제로 내세운다. 교사가 정해 준 실험 절차를 따라 하는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이 스스로 탐구 주제를 정하고 설계·수행·해석까지 책임지는 경험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셋째, 결과 평가에서 과정 평가로의 전환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배포한 2022 개정 교육과정 평가 안내 자료는 “단편적인 성취 수준을 측정하는 평가에서, 학습의 전 과정을 기록하고 피드백하는 평가로 전환”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지필평가 외에 프로젝트 보고서, 실험 노트, 발표, 자기·동료 평가 등을 결합한 수행평가 비중을 늘리고, 학생이 스스로 학습 목표 달성 여부를 점검하도록 하는 성장 중심 평가를 도입하라는 방향이 제시됐다.
이 세 축을 통해 앞으로 과학·수학·정보 교과를 ‘정답을 빨리 맞히는 과목’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데이터를 다루며 설명하는 능력을 기르는 교과로 재위치될 전망이다.
학습의 전 과정을 기록·피드백하는 환경도 달라져
이러한 수업·평가 전환을 뒷받침할 도구와 환경도 달라진다. 학생들의 탐구과정을 어떻게 기록하고 피드백할 것인지, 같은 교실에 소속된 다양한 수준의 학생에게 어떻게 개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과학교과에서는 지능형 과학실이 그 역할을 맡는다. 「제5차 과학교육 종합계획」에 따르면 센서와 데이터 수집 장치, 온라인 분석 도구를 갖춘 지능형 과학실은 실험 데이터를 수집·시각화해 탐구 설계부터 결론 도출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로 기록·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이 센서로 측정한 데이터를 그래프로 바꾸고, 그 결과를 팀원과 공유해 논의하는 과정 자체가 수업이 되는 구조다.
수학·영어·정보 교과에서는 AI 디지털 콘텐츠가 적극 활용될 전망이다. 서책형 교과서를 보완하여 다양한 교육자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교사의 대시보드를 통해 학급 및 개별 학생의 학습 현황, 풀이 패턴, 취약 개념 등을 시각적으로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업을 재구성하는 기능이 핵심이다. 교사 입장에서는 AI·디지털 콘텐츠가 수업 준비와 학습 진단 방식을 바꾸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교육 전문가들은 학생 개개인의 이해 수준을 진단하는 작업이 교사의 수작업 관찰에만 의존하던 방식에서 학급·개인별 대시보드를 통해 진단하고, 학습 방향과 수업 전략을 준비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교 현장의 기대, 그리고 남은 쟁점
과학·수학·정보 수업·평가가 바뀌면, 첫째로 과목에 대한 불안과 거부감이 줄어들고, 둘째로 모든 학생의 기초 역량이 일정 수준 이상 보장되며, 셋째로 과학기술 분야로 진로를 선택하는 학생층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제5차 과학교육 종합계획」은 “모든 학생의 과학 자신감 제고”를 목표로 내세우며, 「과학·수학·정보·융합 교육 종합계획」은 “기초 과학·수학 소양과 컴퓨팅 사고력, 데이터 리터러시를 갖춘 시민 양성”을 비전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학교 현장과 교육 전문가들의 우려도 남아있다. 첫째는 입시와의 정합성 문제다. 교육과정과 종합계획이 탐구·융합·과정 평가를 강조하더라도,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대입 제도는 여전히 고난도 문항과 빠른 문제 풀이 능력에 높은 비중을 두고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학교 수업은 “정규 수업에서는 탐구, 시험 대비는 별도”라는 이중 구조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2028학년도 이후 수능·대입이 새 교육과정 취지를 얼마나 반영할지에 따라, AI·탐구 중심 수업의 지속 가능성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둘째는 교사 업무 부담이다. 수행평가·포트폴리오·프로젝트가 늘어날수록 평가 준비와 피드백, 기록 작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2022 개정 교육과정 평가 해설 자료도 “평가의 질 제고와 교사 업무 경감을 위한 지원 체계” 필요성을 언급하지만, 현장에서는 새로운 평가 방식을 설계·운영할 수 있는 시간과 인력, 연수 지원이 충분한지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AI 디지털 도구가 일부 채점·진단 업무를 줄여 줄 수 있지만, 그만큼 데이터 해석과 수업 재설계에 필요한 역량과 시간이 새로 요구된다는 지적도 있다.
셋째는 AI·디지털 도구의 양면성이다. 교육부는 AI 디지털 도구가 학습 격차를 줄이는 공교육 도구가 되기를 기대하지만, 여전히 민간 AI 학습 앱과 사교육과의 결합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미 일부 가정에서는 학교 도입 전부터 사교육용 AI 문제 풀이 서비스를 사용해 선행·점수 올리기에 활용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공교육의 AI 디지털 도구가 정책이 의도하는 대로 탐구·설명·과정 중심 학습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정책 집행과 규범 형성에 달려 있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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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6-03-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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