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는 이제 돈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프로보노 운동(시민 또는 기업이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 등 공동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전문 능력을 기부하는 운동. 공익을 위하여-pro bono publico-라는 라틴문구의 약어)이라 불리는 재능기부 활동은 정부 및 기업, 민간단체에 의해 지속적으로 확산되면서 이제 익숙한 기부 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과학계에도 이 같은 재능기부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8월 20일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가 마련한 ‘지혜의 기부’ 강연에는 무보수로 강연에 나선 과학자들이 청중 300여명에게 과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강연을 들려주었는가 하면, 10월에는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의 트위터로 시작한 재능기부 강연 행사 ‘10월의 하늘’이 29일 전국에서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다.
이런 사회적 기부문화 확산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12일 과학기술회관 대회의실에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 과학기술나눔공동체 주관, 교육과학기술부 후원으로 ‘과학기술나눔공동체 출범식’이 열렸다. 이날 출범식에는 조완규 전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정길생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이현구 대통령 과학기술특별보좌관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 및 여러 과학 인사들이 참석해 출범식을 축하했다.
박원훈 과학기술나눔공동체 운영위원장은 개회사에서 “미래를 함께 하기 위해서 과학기술을 기부하는 일이 필요해 ‘과학기술나눔공동체’를 발족하게 되었다”며 ”앞으로 ‘사회의 과학기술계에 대한 기부’ 라는 기존의 기부 개념에서 ‘과학기술계와 사회의 쌍방향 나눔’으로의 확대를 이루고자 노력하겠다”고 이번 공동체 출범의 취지를 밝혔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조율래 연구개발정책실장을 통해 대독된 격려사를 통해 “지금까지 국가 경제 발전에 과학기술의 기여가 컸고 이 때문에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적, 사회적 지지가 있어왔다. 이런 신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책무가 뒤따라야 한다” 며 “이번에 출범하는 과학기술 공동체는 과학기술과 사회의 소통을 통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이어가는 출발점이 될 것” 이라 말했다.
과학기술나눔공동체, 어떻게 진행되는가?
과학기술나눔공동체의 발족은 각 학회와 기관별로 산발적으로 진행되던 재능기부 활동이 ‘과학기술나눔사업’을 통해 통합적으로 운영된다는데 의의가 있다. 이미 56개의 과학 관련 학회와 기관이 참여하였다. 우리나라의 과학계가 모두 함께 나서는 봉사 단체인 셈이다.
과학기술나눔의 형태는 ‘SCIENCE’ 알파벳 글자를 중심으로 S(serve : 강연, 의료봉사), C(contribute : 기부금, 물품기부), I(intern : 인턴십, 멘토링), E(education : 교육지원), N(nominate : 추천 시상제), C(consultation : 진로상담, 취업지도), E(equalize : 연구실 방문, 견학) 등 7가지로 나눠진다.
특히 이 공동체에서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과학인들이 미래의 과학인을 위한 멘토링, 진로상담 등 활동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만큼, 청소년들의 과학에 대한 지적 욕구를 충분히 채워줄 것으로 예상된다.
봉사활동의 신청 및 봉사단체와의 연결은 홈페이지 (http://share.kofst.or.kr)를 통해 이루어진다.
과학계가 앞장서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해주길
이어 발대식 행사로 진행된 기조 강연에서는 서울대학교 유영제 교수가 ‘세계 과학기술 나눔 현황과 과제’, 나눔국민운동본부 손봉호 대표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유영제 교수는 ‘적정과학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적정과학기술이란 과학기술의 응용과 관련된 용어로 “과학자에게는 어려운 기술이 아니지만 사용자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며 아울러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기술”을 말한다.
예를 들어 물 부족 국가에서 물 정화에 사용되는 큐드림이나 수동 전기를 이용한 옹달샘 정수기, 지하수를 끌어올리기 위한 플레이 펌프 등이 있다.
유 교수는 저개발 국가에서 활용되는 적정과학기술은 자연, 공학, 과학, 농학, 교육학, 의학 등 전 분야에 걸쳐 있다고 말하면서, 범지구적으로 활용되는 이런 기술과 봉사 활동에 있어 과학 및 교육계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했다.
이어서 손봉호 대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위치가 높은 만큼 앞으로 과학계가 앞장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박정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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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1-10-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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