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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011-09-16

성공하려면 ‘원시인 심리’ 버려라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게 하는 원시인 심리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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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 1 : 19세기 후반부터 필름사진 시장을 지배해온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필름 없는 카메라’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1975년 코닥 엔지니어였던 스티븐 세손이 1만 화소의 이미지 센서를 장착한 카메라를 개발한 것.

또한 코닥은 디카에 입력되는 화상을 컴퓨터화시키는 CCD 기술에 대해서도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선도적으로 디카를 개발해왔다. 하지만 알다시피 오늘날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은 코닥이 아니다.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확장되기 시작하던 1990년 대 초에 소비자가 필름 카메라를 선호할 것이라는 시장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그 보고서에는 “인화물을 직접 다루고, 현상하고, 유통시키려는 소비자의 요구는 전자 이미징 기기로 채울 수 없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 모토로라에 이어 많은 컨소시엄이 덩달아 위성통신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 사례 2
: 1947년 초음속 전투기가 처음 등장한 이후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개발 단계에서 초음속 여객기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막대한 연료 소모에 비해 100명 내외로 제한된 승객 수, 소음으로 인한 취항 항로의 제약 등으로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이로 인해 미국은 초음속 여객기 개발을 포기했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는 이미 들어간 거액의 개발자금, 즉 매몰비용에 대한 집착으로 포기하지 않고 개발을 밀어붙여 마침내 1976년 상업 운항을 개시했다. 그러나 막대한 손실 누적으로 결국 2003년 운항을 중단해야 했다.

# 사례 3 : 휴대용 전화기의 혁신을 일으킨 모토로라는 1990년 ‘지구 어디서든 통화가 가능하다’는 비전 아래 위성통신 사업인 이리듐 프로젝트 추진을 발표했다. 그러자 인마르셋, 글로벌스타, 오딧세이 등 많은 컨소시엄이 덩달아 위성통신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모토로라가 진출했다는 사실만으로 시장 잠재력이 입증된 것으로 여겼던 것. 그러나 이리듐은 서비스 개시 후 2년여 만에 파산했으며, 이를 따라 사업을 추진한 다른 컨소시엄들도 모두 공멸했다.

현대인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원시인 심리

위의 세 가지 실패 사례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마음 속에 아직도 존재하는 ‘원시인 심리’ 때문에 이처럼 잘못된 의사 결정을 하게 된 것이라는 게 삼성경제연구소 김창욱 수석연구원의 지적이다.

김 수석연구원은 최근에 발표한 ‘합리적 판단의 암초, 원시인 심리’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서 많은 전략적 의사결정이 객관적인 분석과 합리적인 판단이 충분치 못해 실패로 귀착되곤 하는데, 이는 인간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원시인 심리가 작용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원시인 심리란 수렵 채취를 주로 하면서 무리를 이루고 살던 원시시대에 적합하도록 짜여진 뇌의 작동 방식을 가리킨다. 약 200만 년 전에 지구상에 등장한 이래 인류는 99% 이상의 세월을 수렵채취시대에 살았으며, 이에 적응한 원시인 심리가 인간의 뇌에 각인되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먼저 첫 번째 사례인 코닥의 경우 ‘감정이 우선이고 이성은 나중’이라는 원시인 심리가 작용한 대표적인 경우라고 김 수석연구원은 지적했다. 도처에 위험이 존재했던 원시시대에는 감정에 기반하여 신속하게 행동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다.

따라서 감정 체계가 먼저 뇌에서 발달하게 되어 혐오의 감정을 일으키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회피하고 쾌감을 주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이 때문에 아직도 코닥의 경우처럼 전략적 의사결정을 할 때 현실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정보와 불안을 감소시키는 정보만을 우선적으로 받아들여서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심리적으로 안정돼야 창의성 발현

두 번째 사례인 콩코드 여객기는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원시인 심리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원시인들은 매일 굶주림과 싸워야 했으므로 현재의 굶주림을 채울 수 있는 먹잇감을 찾고 그것을 잃지 않는 문제가 매우 중요했다.

▲ 인간의 뇌는 무리의 결속의 유지하면서 그 속에서 안전하게 남을 따라하게끔 진화해 왔다.
인간의 현상 유지 및 현재 선호 성향은 이처럼 미래가 불확실한 생존 환경에서 살았던 원시인 심리 기제가 반영된 것이다. 콩코드 여객기의 경우 장래에 들어갈 엄청난 비용은 무시하고 현재 발생하게 될 손실만을 중요시해서 내린 대표적인 판단 오류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사례인 위성통신사업에 해당하는 원시인 심리는 ‘남 따라 하는 것이 안전하다’이다. 수렵채취 시대에는 집단을 따르지 않을 경우 무리에게 배척당하거나 위험을 피할 수 없게 되어 생존이 불가능했다.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는 환경에서 남들과 다른 행동을 취하는 것은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게 되므로, 인간의 뇌는 무리의 결속을 유지하면서 그 속에서 안전하게 남을 따라하게끔 진화해 왔다.

이로 인해 현대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에서도 남을 따라 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의식이 팽배해 위성통신 사업의 경우처럼 너도 나도 같은 분야에 진출해 공멸하는 ‘레밍 신드롬’이 나타나기도 한다. 레밍은 북구에 사는 나그네쥐를 일컫는데, 앞장선 쥐를 따라 무작정 달려서 결국 모두 물에 빠져 죽는 성향을 지닌 동물이다.

이 같은 의사결정의 오류를 막기 위해서는 외부 전문가의 조언을 경청하고 반대 의견 개진을 제도화하는 등 조직적 장치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 불안감을 느낄수록 창의적 사고가 위축되므로 조직원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느껴 폭넓게 사고할 수 있도록 조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 수석연구원은 지적했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1-09-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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