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물고기를 잡아 먹었을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호랑이 가죽 옷을 입은 어린이들이 칡넝쿨로 된 그물을 만들고, 직접 만든 그물로 요리조리 피하는 물고기들을 어렵게 잡으며 환호성을 지른다.
원시 시대를 그린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비록 호랑이 가죽은 무늬만 그려 놓은 원시옷이고 칡넝쿨로 된 그물은 유사한 재질의 섬유로 만들었다 하더라도 대부분 고증에 의해 만들어졌다. 인근에 보이는 사슴과 멧돼지도 실물 크기의 모형인데 이렇게 그럴듯하게 원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우리 조상이 살았던 신석기 시대 생활 근거지인, 서울 강동구 암사동 선사주거지(국가 사적 제267호)의 '선사체험마을'에서 방학을 맞아 어린이들에게 다채로운 체험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어로체험의 경우 실제로 물고기와 조개를 잡아 빗살무늬 토기에 담아보는 등의 창의적 체험을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창의적 체험의 공간인 선사유적지
그동안 주요 시설물로는 복원된 움집과 체험움집, 전시관 정도만이 들어서 있어 관람객이 정체돼 있었지만 2002년부터 선사주거지 종합정비계획에 착수해 창의적 체험의 공간인 '선사체험마을'로 거듭났다.
특히, 시간여행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통해 방문객들은 과학과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나는 창의적인 체험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선사체험마을 입구에서 통나무로 된 다리를 건널 때, <시간의 동굴>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나, 동굴 안에 들어서면 현재에서부터 역순으로 조선, 고려, 신라, 청동기의 역사가 2~3m 간격으로 8개 화면에 차례로 펼쳐지며, 동굴을 나서면 신석기시대 마을이 일행을 반기는 등의 시간여행적 동선이 그러하다.
여름에만 맛볼수 있는 어로체험
요즘과 같은 더운 여름철에는 체험마을의 프로그램 중에서도 특히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바로 ‘어로체험 프로그램’이다. '어로체험'은 신석기 시대 원시인으로 돌아가 보는 프로그램으로 7~9월까지 여름 기간에만 운영하는 특별 프로그램이다.
‘어로체험’을 신청한 어린이들이 원시복을 빌려 입고 체험 마을에 들어서면, 울퉁불퉁하게 굴곡진 나무와 예전의 하천 모습을 하고 있는 '기억의 물길'이 일행을 맞는다. 더운 날씨에 모두들 물속에 들어가고 싶어 아우성을 치지만 석기시대의 어로체험을 위해서는 도구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물고기를 잡는 도구를 만들기 위해 교육실로 들어간다.
안내하는 선생님의 지도대로 칡넝쿨과 유사한 섬유로 된 그물망과 그물막대, 그물추와 연결줄을 이어 어망을 만든다. 특히, 참가하고 있는 아이들이 창의력을 발휘하여 도구를 만들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재료들도 함께 제공하여 모두들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치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드디어 시작된 어로 체험. 옛날 암사동 주거지 일대를 흘렀을 개천을 추정 복원해 시내를 만들고, 거기에 조개와 물고기를 풀어 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개천으로 들어가는 아이들의 마음이 급하다.
그러나 생각보다 쉽게 물고기가 잡히지 않아 허탈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부모들도 재밌어 한다, 그러는 과정 중에 부족별로는 협동심을 발휘하여 역할분담을 통해 물고기를 잡는 체험적 창의교육을 스스로 실천하는 모습도 보인다. 잡은 물고기나 조개는 빗살무늬 토기에 담아 요리하는 흉내를 내보며 체험을 마무리한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된 공간
한편 ‘선사체험마을’에서는 금년 여름방학부터 온 가족이 함께 원시복을 입고 야외천막이나 움집에서 1박2일간 원시생활을 체험하는 ‘원시체험 캠프’도 열고 있다. 단체 참가자들은 그룹별로 부족을 구성해 부족장을 선출하는 등 씨족사회 체험도 가능하다.
이밖에도 ‘선사체험마을’은 현대에서 과거로 이어지는 시간의 길, 기억의 길, 움집군락, 어로체험장, 수렵체험장, 채취체험장, 발굴체험장, 체험마당, 선사체험교실, 선사언덕 등을 갖췄으며, 이런 시설들을 통해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선사체험마을'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연중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체험프로그램 참여는 암사동선사주거지 홈페이지(http://sunsa.gangdong.go.kr/)를 통해 사전예약 접수하고 개인은 당일 현장접수도 가능하다. 체험비는 한 프로그램당 5천원~1만원으로 저렴하고 원시복까지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
여름방학을 맞아 다양한 분야의 체험프로그램이 선을 보이고 있다. 특히, 어학이나 학습방법 중심의 체험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한 번쯤은 시야를 돌려 자녀들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역사와 조상들의 과학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방학기간을 보람있게 보내는 방법의 하나일 것 같다. 한편 창의체험활동에 대한 다양한 정보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운영하는 창의인성교육넷(www.crezone.net)에서 찾아볼 수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joonrae@naver.com
- 저작권자 2011-08-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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