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5일 부산 금명중학교 시청각실에 어른들이 가득 모였다. 지역 주민과 학부모들을 위한 특별한 교육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학부모진로코치 양성 심화과정'이란 제목의 이 강좌는 자녀들의 진로 문제로 큰 고민에 싸여 있는 부모들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자녀들의 진로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부모들의 고민은 상상 이상이다. 어떤 부모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 담임선생님은 물론 유명하다는 학원 강사 혹은 유명인사 등을 만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석세스 드림 프로젝트(Success Dream Project)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의 진로를 선택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입시생을 앞둔 학부모에게 있어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지의 진로 선택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날 강좌는 학교에서 기획한 것이 아니었다. 학부모, 지역 주민들이 학교에 제안한 내용을 금명중학교에서는 어른들을 위한 평생교육 강좌로 변모시켰다. 이 소문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까지 강좌 참석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매주 화요일 10시부터 12시까지 총 20시간의 강의가 지금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 평생교육의 커리큘럼이 심상치 않은 내용들이다. 지역사회 전문인 또는 교사, 교수 등을 강사로 하여 그 내용이 매우 다채롭다.
창의·인성교육 비전과 성공하는 학습전략, 청소년 변화와 진로교육, 논리적 사고를 위한 NIE(신문활용 학습), 자기주도 학습과 공부 기술 등 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와 함께 '내 아이 바로 알기' 프로젝트에 따른 학부모 연수가 1학기 5, 6월과 2학기 10월에 동시 진행된다.
이 과정을 마친 부모들에게는 '진로코치' 수료증이 주어지고 '진로코치' 자격으로 학교 진로캠프 등 학생 진로와 관련된 교육활동에 동참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금명중학교의 거대한 학생진로 프로젝트 '석세스 드림 프로젝트(Success Dream Project)'를 말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학생, 교사, 학부모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만들어나가고 있는 움직이는 프로젝트이다. '진로코치'로 임명된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교실과 교과서에 머물지 않고 더 넓은 세계로 가능성을 펼칠 수 있도록 학생들의 진로 체험에 적극적인 협력자로 나서고 있다.
금명중학교에는 소풍이란 것이 없다. 대신 교사, 진로코치들과 함께 인근에 있는 기업이나 시청 혹은 도매시장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직업들이 있는 장소를 찾아가는 '직업세계 체험활동'이 있다. 학부모 등의 협조를 통해 궁금한 것을 직접 방문하기도 하고, 원할 경우 1일 직업 체험을 하기도 한다.
수학여행 대신 '진로·직업세계 체험투어'
학생들의 직업체험에 격주 휴무제도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쉬는 토요일에 학생들은 학부모, 지역 저명인사들과 함께 의사, 약사, 정치인, 과학자, 문화예술인, 문학인, 산악인, 교직원, 자방자치단체장 등 다양한 인물들을 방문해 대화를 나눈다.
수학여행도 학생들의 '진로·직업세계 체험투어'로 변화했다. 여러 곳에 있는 명문 대학들과 부산지역 인근에 있는 자동차·조선업체들 또는 여러 문화단체들과 협력해 여행도 하면서 그곳 상황을 충분히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실시해나가고 있다.
이 모든 프로그램에 있어 학부모로 구성된 '진로코치'들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진로코치들은 자녀들의 진로체험을 위해 여러 대학과 기업 등 직업현장과 학생들 간의 다리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금명중학교의 '석세스 드림 프로젝트'는 한마디로 체험 프로그램이다. 직업 체험 프로그램 외에도 교과과정, 동아리, 봉사활동 등 각 분야에 걸쳐 다채로운 체험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학습 과정 자체가 체험 프로그램이다.
과학·수학시간에는 바나나 DNA를 추출하기도 하고, 사람의 혈액형 유전자 배열 모형을 만들고, 암호풀기 등을 통해 철저한 체험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휴무 토요일에는 신라대학교 WISE 지역본부를 방문해 멘토와의 만남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아침독서 30분' 행사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무한도전 3·6·9 프로젝트에 따라 아침독서시간 30분 동안 60쪽씩의 분량을 소화해 1년 동안 90개 이상의 칭찬도장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최근 자연스럽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대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도덕·기술가정·예체능 등 전 과목을 통합한 진로교육과 창의인성 교육이다. 스마트폰 만들기 등의 사례 중심으로 팀 프로젝트에 의한 토론과 실습 학습이 진행되고 있다.
'업 커리어(UP Career)'노트 안에 미래 청사진이
동아리 체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사회와 연계해 활동을 하고 있는 'O2 밴드' 공연, 스포츠 동아리, 경제 진로 동아리,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돌볼학생 상담 멘토링' 등 특별활동을 통해 다양한 체험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봉사 체험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인근 대천천 주변이나 학교 주변, 공원 주변 등에서 학부모 진로코치들과 함께 대대적인 환경정화 학습이 실시된다. 구포장터에서는 3·1만세운동 재현행사가, 인근 백화점에서는 금명중학교 학생과 학부모가 주최하는 '사랑의 나눔 바자회'가 공식행사가 됐다.
주목할 행사로 '가족 드림캠프'가 있다. 이 캠프에서는는 학생과 학부모 간에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눈다. 이를 통해 자녀에 대한 부모의 이해, 부모에 대한 자녀들의 이해가 이루어질 수 있는 뜻 깊은 행사인데, 대화로 모든 것을 풀어가는 금명중학교의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1천109명의 금명중학교 학생들은 3종류의 '업 커리어(UP Career)'노트를 가지고 있다. 인생의 꿈, 나의 생애 설계하기, 나의 연간 계획표, 나의 가치관 유형검사 등의 내용과 함게 직업 인터뷰, 직업세계 체험학습에 대한 보고서 등이 적혀 있는 금명인만의 노트를 말한다. 이 금명인의 노트를 통해 학생들의 미래가 새로 열리고 있다.
- 이강봉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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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1-07-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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