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속담에 “자식이 귀하면 여행을 보내라”는 말이 있다.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소설가에게 여행은 여정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 만남에서 영감을 얻고 소설을 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여행은 있던 곳을 떠난다는 의미에서 일상적인 산책과 다르다. 그러므로 산책에서 얻는 것과 여행에서 얻는 것이 다르다. 정보화 시대에는 갇힌 공간에서 다량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 보다 오히려 직접 보고 경험해서 머릿속에 담는 것이 경쟁력이다.
장석주 시인은 여행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여행은 미지의 것과의 만남을 숙명으로 한다.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풍경, 사람들, 언어와 관습, 음식, 이 모든 것들이 어제의 내가 겪었던 것과 다르다. 일상적 삶과 여행지 사이에 존재하는 이 차이는 현재 내 삶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이것은 우리를 긴장하게 만든다. 여행이 주는 이 적당한 긴장감은 삶의 생동감이 된다.
괴테는 “사람이 여행을 하는 것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하기 위해서이다”는 말로 여행 과정과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였다. 또한 “하늘은 어디를 가나 푸르다는 사실을 알기 위해 세계일주 여행을 할 필요는 없다”며 단순한 관광이 아닌 문화적 체험과 감성적 공감으로서의 여행을 강조하였다. 창의적인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가장 효과적인 두 가지는 여행과 독서를 통한 문화적, 철학적 경험이다. 창의성과 직결되는 영감이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깨달음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
영감과 능력을 업그레이드해준 모차르트의 여행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드는 아들을 위해 3년 5개월간의 유럽 연주 여행을 기획했다. 모차르트가 7세가 되던 1763년 6월부터 1766년 11월까지의 유럽 여행은 그의 음악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 기간에 유럽 왕실에서의 궁중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마쳤을 뿐만 아니라 바흐 같은 음악가들도 만났고, 바이올린 소나타와 심포니를 작곡하기도 했다. 레오폴드가 장기간의 유럽 연주 여행을 계획한 것은 유럽의 왕족들에게 딸 난넬과 아들 모차르트의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차르트는 가족과 함께 잘츠부르크를 출발하여 뮌헨, 마인츠, 프랑크푸르트, 코블렌츠를 거쳐 11월 파리에 도착, 루이 15세 앞에서 연주를 했다. 1764년 4월 23일 런던에 도착한 후 요한 크리스티안바흐를 만나 작곡을 배워 4월 27일에 그의 첫 교향곡을 완성했다. 1765년 프랑스 칼레 체류 중 모차르트 남매는 발진티푸스에 걸려 요양을 해야 했으나 와병 중에도 모차르트는 ‘교향곡 제5번(K. 22)’을 작곡했다.
건강을 회복한 남매는 1766년 1월 네덜란드 헤이그로 가서 윌리엄 5세 왕자를 위한 연주회를 열었고, 암스테르담에 머물며 연주 활동을 계속했다. 그 이후 유트레히트, 안트홉과 브뤼셀, 파리를 거쳐 8월에는 스위스의 제네바, 로잔, 베른, 취리히에 머물렀다. 그리고 뮌헨을 거쳐 11월 잘츠부르크에 돌아옴으로써 3년 5개월간의 장정을 마쳤다.
연주 여행 기간 중 모차르트는 많은 것을 보고 들었다. 유럽 각국 음악가들의 연주와 작품을 접하면서 그의 음악 세계는 더 다채로워졌다. 하지만 겉보기와는 다르게 어려움이 있었다. 3년 5개월의 유럽 연주 여행은 미리 다 계획된 것이 아니어서 아버지 레오폴드는 다음 연주 일정을 위해 왕실이나 공연 주최 측의 초청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했다. 또한 마차와 배로 이동했기 때문에 이동 시간이 길고 고된 여정이었다.
모차르트는 13세 때인 1769년 12월, 다시 아버지와 단둘이 1년 4개월 동안 이탈리아를 여행했다. 이 기간에 레오폴드는 볼로냐에 있는 지오바니 마르티니를 만나 아들의 음악적 재능을 어떻게 향상시킬지를 상의하고 지도를 의뢰하였다. 1770년에는 밀라노에서 오페라 ‘폰토의 왕 미트리다테(K. 87)’를 작곡했고, 이 이탈리아 여행 기간에 모차르트의 작곡 실력은 급성장했다.
모차르트가 위대한 음악가가 된 것은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열정과 헌신 덕분이었다. 가족과 함께 한 3년 5개월의 유럽 연주 여행과 1년 4개월간 아버지와 함께 한 이탈리아 여행은 어린 모차르트에게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익히게 해주었다. 또 그런 경험이 폭넓은 자신의 음악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자산이 되었다.
신동 모차르트처럼 음악가의 길을 위한 여행도 좋지만 여행의 의의는 경험을 통해 자신의 세계와 사고의 폭을 넓히는 데 있다. 다음의 예와 같이 테마별로 여행을 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자신의 세계를 넓혀 창의성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대화를 통한 창의성 증진사람의 인격을 평가할 때 중요한 척도가 되는 것이 말이다. 입에서 나오는 언어 수준에 따라서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언어만 가지고 사람의 인격을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내가 말하는 것을 가지고 평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지혜롭게 말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혀라는 것은 마치 배를 움직이는 키와 같아서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상대방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다르다. 게다가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할 때 논리적 문장력을 요하는 것만큼, 그 내용을 전달할 때 정교한 발표력이 필요하다.
대화의 중요성은 상대방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는 유대인의 교육 방침은 듣는 미덕을 가르치는 우리와 달리, 대화를 통해서 지혜가 생긴다는 뜻이다.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한다”는 말은 두뇌와 두뇌가 대화를 통해 부딪치면 더 날카로워진다는 의미이다. 말하던 중에 생각 못했던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말을 하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어떤 주제에 집중하다 보면, 자신에게 인식된 정보와 잠재된 정보가 상대방의 말을 통해 같은 주제로 인지됨에 따라 새로운 정보로 인식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이런 훈련을 위해서는 텔레비전을 볼 때도 아무런 반응 없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현재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장면과 대화가 이치에 맞는지 판단해가면서 시청하지 않으면 텔레비전은 바보상자에 불과하다. 이어령 교수는 “텔레비전을 오래 보는 아이들은 말하는 능력을 상실하기 쉽다”고 지적한다. 즉,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텔레비전을 많이 시청하면 말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는 뜻이다.
이처럼 대화의 중요성을 보았을 때 창의성은 홀로 있는 시간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여행과 대화라는 능동적 접근이 창의성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 조명진 유럽연합 집행이사회 안보전문역
- 저작권자 2011-04-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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