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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양성
조재형 객원기자
2010-11-24

폭력성의 유전, 그 해결책은? 빈번해지는 청소년 폭력 사태, 인성교육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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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청소년들의 끔찍한 폭력사태들이 도를 넘어가고 있다. 단순 ‘다툼’을 넘어서 집단 폭력, 괴롭힘, 강간에 심지어는 살인까지 일삼는다. 잔소리를 한다고 부모를 살해하거나 동급생을 때려 숨지게 하고 지나가는 어린 아이에게 이유 없는 폭력을 가해 큰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이런 폭력성의 문제점은 성인들에게서도 심각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사이코패스’와 같은 범죄자들이며 그 외에도 특별한 이유 없이 폭력을 행사하거나 인명에 해를 끼치는 중범죄가 많아지고 있다.

쌍둥이 연구로 본 범죄의 유전

인간이 이토록 잔인할 만큼의 폭력성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매우 다양하지만 포괄적으로 크게 두 가지 요인을 들 수 있다.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 환경에 따라 폭력적인 성향이 된다는 점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만 유전적 요인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일명 ‘전사 유전자’라 불리는 폭력성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존재하며 여러 실험들을 통해 폭력도 유전이 된다는 결과들이 표면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유전의 성향을 밝히는 연구에서 가장 좋은 대상은 바로 쌍둥이다. 쌍둥이는 생물학적으로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 둘로 나눌 수 있다. 일란성 쌍둥이는 하나의 수정란이 두 개로 분열돼 각각 하나의 개체가 되는 것이며 이란성 쌍둥이는 애초부터 수정란이 두 개였던 것을 말한다. 일란성 쌍둥이는 하나의 정자와 하나의 난자로부터 탄생했기에 두 아이의 모든 유전정보는 동일하다. 하지만 이란성 쌍둥이는 동시에 태어났을 뿐, 형제자매나 다를 것이 없다.

독일의 생리학자인 요하네스 랑케의 연구 결과 일란성 쌍둥이 중 한명에게 구속경험이 있다면 77%의 비율로 다른 한 명도 구속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란성 쌍둥이의 경우는 같은 상황에서 12%의 낮은 비율을 보였다. 이는 실험의 대상이 쌍둥이기에 자라온 환경이 거의 비슷하다는 전제조건을 포함하고 있어, 이와 같은 차이가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결과라는 것을 시사한다.

남성에게 나타나는 폭력성 유전자 MAOA

이외에 폭력의 유전을 말하는 근거가 또 있다. 일명 ‘전사 유전자(Warrior gene)’라고 불리는 MAOA(모노아민 산화효소) 유전자가 그것이다.

이 유전자는 기분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신경전달물질, 예를 들어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등의 물질 분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MAOA의 활성도와 변이에 따라 폭력성이 타인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는 연구가 있다.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의 사회생물학적 범죄학자 케빈 비버 교수는 관련 연구를 통해 MAOA유전자의 변이 여부에 따라 폭력 조직에 가입할 확률과 그 안에서도 더욱 폭력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달라진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 남성에게서만 발견된다는 것.

비버 교수에 따르면 MAOA는 성 염색체 중 X염색체에 위치해 있다. 남자는 XY의 성 염색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X염색체에 있는 MAOA유전자가 변이되면 그것이 폭력성의 형태로 나타나지만, 여성의 경우 XX염색체를 가지고 있기에 한 쪽의 X염색체에서 변이가 일어나더라도 남은 하나의 X염색체가 이를 보완한다는 설명이다.

폭력의 유전, 현대판 성악설

이렇게 쌍둥이나 MAOA유전자를 통한 ‘폭력성 유전’의 연구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우선 인류 자체에 폭력성이 다분히 내제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조직사회’라는 인류의 특성에 극히 상반되는 요소일 수밖에 없다. 이런 조직사회의 불완전성 때문에 인류는 계속해서 전쟁과 같은 시행착오들을 겪어왔던 것이다.

다음으로는 교화의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성인의 경우 감옥에 보내거나 아이들의 경우엔 폭력성을 억제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구축해 주는 것이 범죄를 막기 위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느냐이다. 실제 사례들만 봐도 전혀 교화가 이뤄지지 않는 범죄자들은 매우 많다.

물론 범죄를 저지르거나 폭력성을 갖게 되는 데는 환경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환경으로는 통제 불가능한 유전적인 요소가 확실히 존재한다는 이런 연구 결과들은 인간 자체에 불신을 갖게 하는 현대판 성악설이라 볼 수도 있다.

유전적 폭력도 잠재울 인성 교육 절실

하지만 유전적인 요소가 그 인간을 결정하는 데에 100%의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기에 희망을 놓아선 안 된다. 폭력적인 유전자가 있더라도 그것이 활발하게 발현되지 않도록 환경을 조절해 줄 수는 있기 때문이다. 범죄자인 부모와 그의 자녀는 자라나는 환경이 비슷할 수밖에 없고 폭력성의 유전으로 인해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성향이나 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해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바로 올바른 교육이다.

자아를 형성하는 청소년 시기에 받는 올바른 교육은 폭력의 본능을 잠재워 줄 정신력을 길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의 심리학에 빗대어 표현하자면 초자아를 의미한다.

요즘 학생들에게 ‘도덕’이나 ‘윤리’교과는 점수 따는 하나의 시험과목일 뿐이란 생각이 만연하다. ‘공부만 잘 하면 된다’라는 식의 교육으로부터 나타난 이런 현상들이 오늘날에 심각한 폭력이라는 부작용을 낳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부터 도입되는 창의‧인성교육이 필히 효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많은 교육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인간의 성격이나 자아형성에 있어서 ‘유전의 힘’을 이겨내는 것이 있다면 바로 ‘교육의 힘’일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게 들려오는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끔찍한 사건들의 빈도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길 바라면서 교육관계자와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힘써야 할 때다.

조재형 객원기자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0-11-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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