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랩 소셜인사이트 구글트렌드 구글어스 구글맵 행아웃 패들릿 매지카복셀 틸트브러시 카드보드 망고보드….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자유학기제 수업에서 활용되는 디지털 툴이다. 이들 디지털 툴을 교과 과정에 연계해 교육 효과를 높이고 인성 교육까지 이끌어내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관심을 끌고 있다.
관련 전문 강사를 육성해 중학교 자유학기제 수업에 참여시키고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협회는 3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구글캠퍼스서울에서 그동안의 활동을 정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10개 학교의 수업 사례를 발표하고, 디지털 파사드 무료 툴 활용 워크숍과 함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효과 측정 연구’ 중간 발표를 가졌다.
박일준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대한민국은 인터넷 네트워크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빠르고, IT 인프라도 우수해 디지털 강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디지털 기술과 기기 활용 능력은 OECD 국가의 평균 수준에 못미쳐 조사 대상 30개 국가 중 22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단순히 디지털 기술 교육에 목적이 있지 않고, 디지털 관련 전반적인 소양을 기르는 교육을 말한다. 디지털에 관한 기본 상식은 물론이고 디지털을 활용하는 능력과 함께 개인정보, 저작권, 초상권 등을 보호하는 디지털 윤리까지도 포함하는 내용이다.
수업 사례 중 ‘우리는 세계 유산 가이드 통역사’를 발표한 월촌중 박성연 강사는 본인도 대학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이라며 “스스로도 디지털 리터러시를 배우고 싶어 강사로 참여하게 됐다”며 “구글어스, 엑스피디션과 VR 카드보드를 활용해 가상현실로 세계의 문화 유산과 자연 유산을 가이드하면서 영어도 공부하는 수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프랑스의 베르사이유궁전, 인도의 타지마할세계, 미국의 그랜드 캐년 등과 한국의 세계 유산을 비교하면서 한국 유산의 특징이 자연친화적이고 비폭력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우리의 문화 유산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됐다는 점도 밝혔다.
‘14살 상상 콜라보’라는 제목으로 수업 내용을 발표한 연천중 안수진 강사는 “3D 블록 디자인 소프트웨어인 매직카복셀, 구글 틸트 브러시, 구글 블록을 이용해 상상을 매개로 한 VR 세상을 학생들이 공동으로 제작했다”며 “협력적 탐구 학습을 통해 나 혼자 발전하기보다 친구들과 함께 해 좋았다”는 학생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학생들이 이 수업을 통해 자기도 모르고 있던 재능과 품성을 깨닫게 됐고, “친구가 더 좋은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교육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수업이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분석한 대중들의 진짜 심리’ 수업에 대해 발표한 고덕중 유은희 강사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람들의 진짜 생각을 알아보는 수업을 진행했다”며 “빅데이터라는 용어도 잘 모르던 학생들이 무료로 활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 분석 도구를 통해 객관적인 정보를 취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또 “이를 통해 인터넷이나 SNS에서 유통될 수 있는 거짓 정보를 내보는 실수를 하지 않고 거짓 정보로 인해 상처 받지 않는 디지털 시민의식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우리가 직접 연구한 AI 시대 직업’을 발표한 하안중 주혜정 강사는 “AI 시대에 사라지는 직업과 새로 탄생하는 직업을 학생들이 직접 연구한 뒤 망고보드를 활용해 인포그래픽으로 구체화하는 교육을 했다”며 “이를 통해 간결하게 인포그래픽을 디자인하고 그래프, 아이콘 등을 활용하는 기술을 습득하면서 본인들의 미래 진로를 설계해 보는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이날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효과에 대한 검증 연구를 진행한 이화여대 교육학부 정제영 교수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전체적이 디지털 소양 면에서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교육 뒤 더 나은 결과를 보여줬다”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디지털 소양을 ‘기여하기, 소비하기, 해석하기, 생산하기, 윤리지키기’ 등 5개 범주로 분류해 분석한 결과는 윤리지키기, 소비하기, 기여하기에서는 교육을 받은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게서 차이가 크게 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이 세가지 영역의 경우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 내기에는 8주라는 교육기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오히려 두 학생 그룹간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 않은 것이 조사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주는 사실"이라고 해석했다.
협회에 따르면 인터넷 상에는 유해한 콘텐츠도 있지만 유용한 콘텐츠도 많다. 교육에 활용하면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무료 툴과 미디어들이 넘친다. 구글 클래스룸은 교사들의 학생 관리를 수월하게 해주고 소통도 원활하게 돕는다. 토론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도 패들릿이라는 온라인 툴을 이용하면 재미있게 토론하며 공동작업이 가능하다.
포토샵, 프리미어처럼 비싼 값에 구입해야 사용할 수 있었던 사진, 영상 편집 프로그램도 웹 앱 또는 모바일 앱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료 툴들이 넘친다. 최근에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VR, AR 콘텐츠까지 생겨 디지털을 잘 활용만 한다면 과거 어느 때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2015년 10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협회는 현재 서울시교육청에 사단법인 인가를 신청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지금까지 현재 서울·경기 지역에서 128명의 강사를 양성했고, 그 중 80명의 강사가 122개 학교 자유학기제 '디지털 미디어 캠퍼스' 과목을 담당하고 있다.
- 성하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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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11-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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